의식개혁 통한 창립정신 회복에 최선
공정한 인사평가제도 도입 통한 인사정책 실현

(대담 / 손정윤 사장 정리 / 오정행 기자)
한 생각 나툴 때 정념, 한 행동 나툴 때 필 불필요 대조
교헌교규개정ㆍ교화단 활성화ㆍ교화지역편중극복ㆍ방송국 설립 등 주력
극단적 상황에도 항상 감사심 가질 수 있는가 반조
교단운영의 방향
 정윤 : 좌산 종법사님이 열어 갈 이 시대는 교단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어디에 비중을 두시고 교단을 이끌어 가실 계획이십니까.
 좌산 :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종통의 계승자로서 우선 지금까지 교단을 이끌어 발전시켜오셨던 세분 스승님들이 확립해주신 것들을 바탕으로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미 개발된 것을 개발해 가면서 교단의 기본적인 원칙설정을 분명하게 해 나가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다음 몇 가지 문제들은 교단 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될 과제입니다.
 첫째, 교헌과 교규의 개정입니다. 현재의 교헌과 교규는 서로 맞지 않아 개정을 요하거나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에 맞지 않는 교헌과 교구는 서로 상반되지 않도록 무리한 부분은 과감히 개정해 갈 적정입니다.
 둘째, 교화단 활성화입니다. 대종사님께서 단 조직을 통해 새 세상을 건설하고자 십인 일단의 단 조직법을 내놓으셨습니다. 교화단을 활성화 시켜야 우리의 교법이 생활 속에서 살아나고 수행과 실천을 일치시킬 수 있습니다.
 셋째, 세계교화의 문제입니다. 정산종사께서는 삼동윤리 사상을 밝혀 세계교화의 이념을 정립해 주셨습니다. 지금 세계는 국제화시대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국제화시대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세계 속의 원불교가 될 수 있도록 우리의 교화의 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합니다.
 넷째, 방송국을 설립해야 합니다. 이제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만나서 교화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방송국이 설립되어야 민중교화, 대중교화가 가능해 집니다. 매스미디어의 시대에 살면서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우리교단은 자연히 낙후되고 말 것입니다.
 다섯째, 교화의 지역 편중화 현상을 극복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교단의 출발이 호남권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영남권의 교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민족의 통일을 염두에 두고 이북교화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도 해야 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사회주의 권을 향한 북방교화의 노력 또한 계속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개혁의 출발은 의식개혁부터
 정윤 : 우리는 지금 교단창립의 시대를 경험한 제1세대들이 물러나고 제2세대들이 교단의 주체로 나서는 제2의 창립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교단 적으로 교구자치화의 성공적 실현, 사회참여의 강화, 교화의 활성화를 요구하는 개혁 지향의 다양한 요구들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러한 목소리들을 어떻게 수용해 가려고 하시는지요.
 좌산 : 개혁은 제도의 개혁보다 의식의 개혁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바탕 하여 교구자치화의 문제는 최대한 교구의 자립역량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고, 재가 교도의 활성방안 또한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그동안출가교역자들만이 중심이 도어 운영해온 교단의 경영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재가들이 가진 사회적 경험이나 지식, 잠재력 등을 충분히 활용하여 교단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또한 교단의 운영에 있어서도 교화가 초우선의 과제로 정립되어야 합니다. 교단이 벌이고 있는 교화ㆍ교육ㆍ자선ㆍ행정의 모든 업무가 궁극적으로는 교화를 위해서 존재하게될 때 우리의 교화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밖에 예법이나 교재를 시대에 맞게 현대화시키는 문제도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입니다. 이번 취임법문을 한문으로 하지 않고 한글로 한 것도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정윤 : 이번 원광대학교 총장 선출에서 볼 수 있었듯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시해야할 전무출신들의 정신이 퇴색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들이 많습니다. 취임초기부터 수위단원들과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교정원 간부들에게 자주 도량상규의 준수를 강조하시고 총부부터 창립정신회복운동에 앞장서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고 계신데 전무출신정신 회복을 위한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좌산 : 앞으로 교단이 세계적 교단으로 발전되어 지면 지금 같은 획일적인 교단 운영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때문에 각자의 방식에 따라 생활과 수행 어느 것 하나 놓지 않는 수도자적 정신을 살려 나가는 일은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부 에서부터 초창기 대종사님을 모시고 살던 창립시대의 정신회복운동에 앞장서 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예회나 공동작업, 청소 등의 일과를 준수하는 일부터 대중과 함께 하며 기풍을 진작시켜 나갈 작정입니다.
공정한 바탕한 제도의 개혁
 정윤 : 조금전 교헌개정을 말씀하셨는데 많은 사람의 관심이 종법사ㆍ수위단회ㆍ교정원 등의 권한, 임기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 싶습니다. 전문인력으로 수위단을 구성해야 한다든가, 교정원장 선출에 있어서 직선 안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더불어 종법사 또한 실무에 관여하기보다는 상징적인 존재로서 자리 매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문제들을 어떻게 가닥잡고 물어가려고 하시는지요.
 좌산 : 교단의 역량이 쌓이면 종법사는 당연히 상징적인 인물로 존재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종법사의 임기는 현재 법적으로 명확히 18년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있는데 이는 꼭 지켜져 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임기제한보다 연령제한을 두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입니다. 임기는 남았지만 일정한 나이가 되면 물러선다든가 임기는 지났지만 더 일할 수 있는 나이라면 더 할 수도 있어야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매사에 적극성이나 변화에 대응해 가는 예리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연령을 고려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생각입니다.
 권한에 있어서도 실무종법사라고 표현하기는 하지만 현재에도 대부분의 일들은 수위단회의 공의를 얻어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종법사가 모든 권한을 손에 쥐고 있는 것보다는 수위단회ㆍ교정원ㆍ감찰원 등에 적당하게 업무를 고루 분배해 주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모든 일들을 중앙단원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여기서 결의된 것은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 부딪쳐도 철저히 지켜나가야 되겠지요.
 수위단회의 전문성 문제도 교정원과 상호 긴밀한 관계들을 통해 결의된 것은 이행하고 이행된 것은 다시 평가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면 보완되어져 나가리라 봅니다.
 수위단회에게 부여된 어려운 문제는 이보다는 어쩌면 교화단의 관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교화단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위단이 책임지고 해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위단이 수위단 정신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지요.
 정윤 : 이번 교화연구소에서 내놓은 교화발전계획을 보면 교역자로서의 자질문제라든가 교단 행정의 불합리성 문제, 인사정책에 대한불만 등 전반적으로 교단운영에 대한불신의 목소리가 높고 교역자 스스로 사명감에 대한 의식도 매우 약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어떻게 고취시키고 해소해 가려고 생각하십니까.
 좌산  : 교단의 인재가 한정되어 있는 현 실정에서 모두가 100% 만족하는 인사를 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도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자 본위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선배ㆍ후배ㆍ혈연ㆍ지연 등 형식적인 관계에 얽매이기  보다는 공정한 인사평가제도에 바탕한 인사 정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 있어서는 모든 이을 두부 자르듯이 명확히 할 수만은 없는 일이고 사람을 살려 가는 쪽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하겠지요.
공부의 표준
 정윤 : 마지막으로 재가 출가 교도들의 공부 길을 잡아가는데 있어 그동안 공부해오신 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좌산 : 처음 출가했을 때는 아직 어렸을 때라 그냥 생각 없이 살았지만 공부 길을 잡고 공부를 시작한 것은 수계농원에 근무할 때 부터였습니다. 당시 수계농원은 매우 고된 일을 해야했는데 그 속에서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정전공부와 유무념 대조의 힘이었습니다. 당시 유무념 공부는 「한 생각 나툴 때 정념을 대조하고, 한 행동 나툴 때 필 불필요를 대조하자」로 잡고 공부했었는데 너무 세밀히 하다 머리 병을 얻기도 했습니다.
 또 대산상사님을 모시고 조실에서 근무할 때부터 지금까지는 철저하게 대경 공부를 했던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실지로 조용하게 수양할 시간적 여유나 교리공부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때는 교리실천도해 뒷면에 삼십삼조사 게송을 적어놓고 며칠씩 연마하거나 동정간에 교리를 항상 머리에 두고 연마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나름대로 정리했습니다.
 이때는 항상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놓고 나에게서 감사심이 나는가 대조하는 공부를 했던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열 번 스무번 원망심이 나는 숙업이 다가와도 이 마음을 감사한마음으로 돌릴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며 살았지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스승님들이 나를 경계에다 놓고 주었다가 빼앗았다가 하면서 공부를 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어떠한 일 어떠한 경계를 당하더라도 자신의 심법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강경에 나무로 된 부처님은 불에 타고, 진흙으로 된 부처님은 물에 녹아 버리고, 금으로 된 부처님은 용광로에 녹아버리고, 참 부처님은 어디에도 걸리고 막힐 것이 없다란 말이 있습니다. 불이나 용광로에 들어가도 허물어지지 않을 부처의 심법을 길러나가야 합니다. 현대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져 가고 다양한 경계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계를 공부의 계기로 삼는다면 더 좋은 공부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정윤 : 많은 말씀 감사합니다. 건강하신 몸으로 교역자와 교도들에게는 신바람을 심어 주시고, 교단에는 개혁과 중흥의 깃발을 휘날려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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