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소리

삼월은 모춘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춘일이 재양(載陽)하야/ 만물이 화창하니/ 백화는 산만하고/ 새소리 각색이라/ 당전에 쌍 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화간의 범나비는/ 분분히 날고 기니/ 미물도 득시(得時)하야/ 자락(自樂)함이 사랑스럽다./ 한식날 성묘하니/ 백양나무 새 잎 난다.
농가월령가의 3월령이다. 3월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소생한다. 춘풍화기 따라 농부는 농사를 시작하고, 모든 사람은 제마다 희망에 부풀어 발걸음이 힘차다.
3월을 영어로 March라고 한다. 이것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군신(軍神) Mars란 이름에서 유래한 말이다. 군신이란 전쟁을 주재하는 신이다. 전쟁이란 생존경쟁을 위한 투쟁이나 약육강식을 위한 각축이나 파괴를 즐겨하는 싸움이 아니다. 전쟁의 참 뜻은 야만을 물리치고 문명을 건설하는 것이요,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세우는 것이며, 악을 버리고 선을 실천하는 것이요, 번뇌 망상을 잠재우고 참마음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3월의 군신은 평화의 사도요 정의의 투사며 진리의 심부름꾼이다.
기미년 독립운동이 3월 1일에 일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진리의 힘이 뒤에서 작용한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가 3월에 진리를 깨치고, 원불교를 3월에 창건한 것, 역시 한 인간의 뜻이라기보다 진리의 뜻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총칼을 들고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이 아니라 삼학팔조 사은사요의 교리로 모든 사람의 마음난리를 평정하는 평화와 정의의 전쟁, 그것이 곧 대각개교의 진정한 의미인 것이다.
3월, 그것은 1년 12월 중의 3월만이 아니다. 우리에겐 영원한 3월이 있을 뿐이다. 동남풍을 이 세상에 계속 불려야 할 3월. 그래서 원불교인의 달력엔 언제나 3월뿐이어야 한다.
원불교인의 3월엔 빛깔이 있다. 시방삼세를 두루 비추는 일원의 광명. 원불교인의 3월엔 소리가 있다. 침묵 속에서 새 생명이 움트는 소리, 고목에 꽃을 피우고 삼세 업장을 녹히는 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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