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11월 16일 원불교 초유의 역사적인 대사식을 가졌다.
신ㆍ구 종법사님과 원로 법사님들, 그리고 전 출가ㆍ재가 교도들이 한마음으로 어우러진 영모원 뜰의 열기와 함성, 한 사람이 한가지씩만 맡은바 책임을 완수해 주면 교단의 천근심 만근심을 봄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 우리 모두 대종사님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새 좌산 종법사님의 사자후는 그간 회상을 둘러싸고 있던 무언가 답답하고 암울한 기운을 일순에 벗어버린 듯 한 상쾌한 감동과 환희를 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난날의 무엇이 우리를 답답하게 만들었는가.
그거야 두 말할 것 없이 대종사님 탄백 행사 이후의 교화 침체가 한계상황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 부산을 비롯한 영남지방의 교화침체가 상대적으로 극심했던 것 같다.
지난 한 해 나는 내 신앙생활 10년의 획을 그으면서 전국 각지 많은 교당과 교구 기관에서 강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특히 교화 침체의 실상을 반영하듯 영남지방에서 불러주는 빈도가 잦았다.
지금부터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부산 지방에 단칸 사글세방을 얻어 원불교 간판만 내어 걸어도 금새 새로운 교도들이 몰려들어 큰 교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영남지방의 교화가 이 지경에 이르다니.
부산서부교구에서는 3년째 「교화중흥 결의대회」를 갖고 이른바 3교 운동을 전개했는데, 그 결과는 안타깝게도 갈수록 내리막길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또 대구에서는 영남권에 교화의 중심축이 서야한다면서, 지금과 같이 모든 기관과 학교, 복지시설이 총부 편중에서 벗어나 영남지방 교도들이 이용하기 편한 묘원, 교역자 양성기관, 사회복지시설 등을 설치하여 총부-서울-영남권을 묶는 삼각축을 형성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불심 장한 경상도 부자들이 전국의 사찰들을 다 먹여 살리다시피 하는데 어찌하여 원불교는 영남을 푸대접하느냐는 하소연에선 할말을 잊는다. 솔직한 표현은 삼가는 것 같았지만 근자에 와서 그들이 원불교를 호남종교로 보고 있다는 뉘앙스를 짙게 풍기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새 좌산 종법사님의 시대를 활기차게 열어 가는 교화중흥을 꾀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영남권에 또 다시 뜨거운 일원대도의 열풍을 힘차게 부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거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이제까지의 총부 중심, 호남 편중에서 벗어나 호남은 신앙의 요람과 교육의 중심으로 만들고, 총부의 상당기관, 가능하면 교정원 전체를 서울로 옮겨 행정의 중심으로 삼고, 영남은 사회복지와 문화기관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신앙ㆍ행정ㆍ문화의 삼각구도를 짜면 아마도 교화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교화활성화야 말로 새 좌산 종법사님 시대의 제일 과제일 것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뜻에서 대단히 외람되고 죄송한 말씀이나 1분기씩을 좌산 종법사님이 친히 서울과 영남에 행가 해 주셨으면 한다.
새 부처님과 정산종사님도 서울과 부산에 행가 하신 일이 있다. 대산 상사님께서도 삼동원을 비롯해 완도ㆍ왕궁ㆍ등에 주석해 계시면서 상당한 발전을 이룩하셨다.

김덕권<서울 특파원>
이번에야말로 교화의 꽃을 활짝 피우고 영남지방에 팽배한 소외감을 어루만지는 뜻에서라도 과감한 개혁과 함께 좌산 종법사님의 서울과 영남 행가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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