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사한 佛法연구회 (10)
조선의 종교단체 결국 민족주의로 변해버리니……
일인 경무국장 『사은에 왜 皇恩은 없는가』

 그러나 논어 뒤 註에 분명한 해석이 없다면 시서를 태워버린 뒤에 전하지 못한 것이오.
하시면서 『經長神短하여 원만한 인격자를 양성함에 성인의 가르침이어늘 어찌 그렇게 괴벽하게 가르칠 것이오.』하시면서 해석을 해주셨다. 당초 한문을 배우겠다고 말씀하였더니 종사주께서 내 옆에서 배우라고 말씀하시기에 교사는 유산, 주산이었으나 항상 종법실 종사주 면전에서 습득했다. 그리하여 논맹용학 즉 사서를 일독하고 보니 진실로 불법연구회의 경서가 간이하여 참 진리의 발췌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종사주의 위대성을 차츰 더 느끼게 되었다. 논어에 「不遷怒하고 不二過」란 구절이 있다. 불천노는 이론상으로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실천하여 보려고 하니 참으로 어려운 것임을 알았다. 이론적으로 따져보면 갑하고 기분상한 일을 을에게 옮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같이 생각된다. 그러나 막상 실천에 옮겨보면 참으로 어려웠다. 심지어는 아침에 기분 나쁜 일을 보면 하루 종일 기분 나쁘다는 것이 일반인의 기분이다. 심하면 그달 초하루에 기분 나쁜 일을 보면 그달 내내 재수가 없다는 것이 일반 상례같이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종사주는 대중을 거느리고 있으니 어떻게 하고 계시는가. 과연 불천노 하시는가 나는 유념하여 보았다. 종사주는 이를 서슴없이 실천하고 계셨다. 예를 들면 종법실 동문에서 여자학도들에게 추상같이 꾸지람을 하시다가도 남문쪽으로 오시어서 남학도나 사무원들에게 말씀하실 때는 그 노하시던 기색이 전혀 없이 춘풍화기로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다. 또 내가 일부러 다른 학도들에게 꾸지람을 단단히 하시는 틈을 타서 들어가 말씀을 해보면 노하신 기분은 전혀 볼 수 없었다. 나는 지금도 불천노를 수양삼아 실행하여 보려고 애쓰다 여의치 못함을 탄한다.
 1937년 8월경 돌연 조선총독부 삼교 경무국장이 전라북도 경찰부장, 고등과장, 이리서장, 고등주임, 신문기자, 조선총독부, 도서과, 종교전문관속 등 7, 8명이 총부를 들어왔다. 대각전 북쪽 응접실(현 오르간 실)에 좌정하고 종사님 이하 전 간부를 호출하는 것이었다. 명령대로 전원 참석하였다. 당시는 어마어마한 좌석이었다. 임석하자마자 삼교 경무국장이 종사주에게 대하여 『그대들이 교의 종지를 일원으로 하고 일원은 사은이라 하여 천지은, 부모, 동포, 법률은을 나열하고 있으나 천성의 은이 없는 이유는 뭣이냐』고 물었다. 통역은 물론 이천이었다. 나도 교리에 대하여 연구하였다는 자신이 있었으나 이 질문에는 참 앞이 캄캄할 정도였다. 그래서 「이제는 도리 없이 당하고 마는구나」하고 마음속으로 체념하고 그 말을 천천히 자상하게 종사님께 여쭈었다.
종사주: (합장하시더니 서슴치 않고) 이 사은이 국민의 위치에서는 전부가 천실의 은혜요, 불제자의 위치에서는 사은이 전부 불은이 되는 것임으로 황실의 은이나 불은을 사은과 같이 개별적인 하나의 은혜로 표시하는 것은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불제자이지만 불은이라는 문구표시가 없는 것입니다. 
 대답이 끝나자 종교전문가인 듯한 도서과에서 온 사람이 만족감을 느끼는 듯한 태도와 긍정하는 형용으로 「그렇다」고 머리를 끄덕이며 삼교 경무국장에게 그게 옳다고 말했다. 나는 불안한 분위기가 해소되자 용기가 났다. 다음은 불법연구회 사람은 다 나가고 나만 있으라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삼교 경무국장과 이천과 일문일답이 시작되었다.
경무국장: 그대가 수년간 이 종교단체의 진상을 조사하느라고 수고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대체로 군이 조사한 결과는 어떠한 종교단체라고 생각되는가.
이천: 제가 살펴 본 바로는 이 종교단체는 진실로 좋은 종교단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경찰부장, 서장, 고등과장 등은 안색이 돌변하여 그 살기가 등등한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종사님의 사은 해명으로 용기가 났다.
경무국장: 군의 말대로 좋은 단체라고 해두자. 그러나 이 단체에 대하여 군이 아는 바와 같이 경찰력을 총동원하여 직접간적으로 발전을 저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교도가 늘어나고 있다. 조선의 종교단체는 대개가 처음에는 좋은 일을 하는 듯 하다 나중에는 민족주의로 집약되는 것이 상례이다. 이 단체를 좋은 단체라고 그저 방임할 때 머지않아 2천만이 한 덩어리로 뭉쳐질 가망이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장차 2천만이 한 덩어리로 뭉쳐진 다음 옆길로 들어가게 될 때는 어찌할 것인가. 현재 백백교나 보천교도 그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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