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 들어가 백년을 선을 해도 이 세상을 헤쳐 나갈 힘이 없다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썩은 선이다.

合而言之컨댄 熾然作用이나 正體如如를 謂之坐요
종합해서 말하면 천만경계에 치연히 작용하나 마음의 정체가 여여부동함이 좌요-.
이 세상은 경계 가운데, 일 가운데 살기 때문에 결코 단순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만일 이 단순하지 않은 세계를 단순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위험천만한 생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복잡한 세계는 복잡하게 인정해 주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자세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복잡한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여여한 체성을 똑바로 갖고 나가야 한다. 어떠한 난경을 당하더라도 내 정신을 내가 똑바로 차려야지 허둥지둥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체여여한 것 즉 내 본연을 그대로 지켜나가는 것이 좌요 그래야 지만 이 거친 세상을 지내기에 어렵지 않을 것이다.
縱橫得妙하여 事事無?를 謂之禪이니
시방을 통해 일일마다 걸림이 없음을 선이라 하나니-.
산중에 들어가 10년 동안 선을 해도 이 세상을 헤쳐 나갈 힘이 없으면 썩은 선이다. 현대는 좁아지는 세계요 복잡화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 일 그 일을 대할 때 선의 심경을 지녀야 한다. 그러므로 과거의 선과 오늘의 선은 그 폭이 다른 것이다.
좌우 통달하고 상하 통달하여 일과 이체에 걸림이 없는 지혜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겐 절실하다.
略言如是나 詳擧인댄 非紙墨能窮이라
간략히 말하면 이와 같으나 자세히 들기로는 종이와 펜으로는 다할 수 없는지라-.
우리가 사은사요와 삼학팔조로써 신앙문과 수행문을 강령적으로 말할 수는 있으나 변화무쌍한 일상생활을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듯이 진공묘유의 세계를 어찌 다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천태만상으로 벌여진 모든 가지들이 결국 그 강령을 벗어나지 못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那伽大定은 無靜無動하고
나가의 큰 정은 정도 없고 동도 없으며-.
나가대정(龍定= 오래 정한다는 뜻)은 과거에는 먹지도 않고 입지도 않고 오래오래 계속 앉아 있으면 신선이 된다는 그러한 정이었다. 그러나 본래 뜻은 그것이 아니요 내 육신이 있든지 없든지 과거 현재 미래 삼세를 통해서 수행하는 바의 길을 그대로 지켜나가는 것을 뜻한다.
즉 일원의 대 진리에 안주할 수 있는 표준을 가지고 나가는 게 나가대정이요, 이러한 정을 동정에 끌리는 바가 없게 되는 것이다.
眞如妙體는 不生不滅이라
진여의 묘체는 생도 아니요 멸도 아닌지라-.
진여의 묘체는 생멸이 없는 자리이기 때문에 분별이 없다. 그러나 인간 세계에는 분별이 있다. 그러므로 분별을 낼 때에는 확실히 분별을 해야 하는데 진여묘체를 떠나서는 불가능하게 된다. 우리가 경계를 당해서는 분별을 내야 되지만 일을 끝내면 마음 가운데서는 분별을 찾아볼 수가 없어야 한다. 이러한 분별이 진여묘체를 떠나지 않는 분별인 것이다.
視之不見하고 聽之不聞하며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모든 것을 보고 듣고 할 때는 똑똑히 보고 똑똑히 들어야 한다. 시지불견이란 보고도 안 본 척 하는 흐릿한 태도가 아니다. 보고 듣고 할 때 명확히 분별을 내서, 보고 듣고 하지만은 복들은 뒤에는 분별을 끊고 다시 온전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모름지기 수행하는 사람은 이 지경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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