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세계는 상대적이다. 착한 사람이 있고 악한 사람이 있다.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다. 현명한 사람이 있고 바보가 있다. 푸른색이 있고 붉은 색이 있다.
중생도 있으니까 부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조달이가 부처님의 흉을 팔만사천가지나 보았으니까 부처님이 그 만큼 더 훌륭함을 알 수 있다. 도척이가 없었던들 공자가 얼마나 위대한 인간이었나를 잘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 세계엔 분별과 비판이 필요하다. 좋은 것은 좋게 보고, 옳은 것은 옳다 할 수 있는 분별과 비판이 없다면 거기엔 아무런 발전이 없다.
민주주의가 발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필수조건이 언론의 자유다. 불의를 고발할 수 있고 잘못을 비판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가 필요한 것이다.
「토오머스 제퍼슨」이 「신문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갈파한 말은 민주주의의 바이불이다.
건전한 비판은 발전과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준다. 비판정신은 고발, 고백, 참회의 정신이다. 「악을 그대로 두고 보는 것도 역시 악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불의나 사회악의 고발 없이 정의가 세워질 것인가, 진실한 자기고백 없이 술망나니나 「성 어거스틴」이 될 수 있었던가, 중생이 참회하지 않고 부처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비판 그 자체를 겁내서는 안 된다. 단지 건전한 비판인가를 문제 삼아야 할 따름이다.
4·19 열 돌을 맞으면서 우리는 건전한 비판정신을 배워야겠다. 4·19 정신은 불의에 대한 비판정신이 아니었던가. 진정한 비판정신을 자기 내부로 돌린다면, 고백, 참회의 자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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