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名實相符)

요즈음 세상 살아가는 형편을 보면 그야말로 요지경(瑤池鏡) 속이다. 제 것 한 푼 없는 사람이 번질하게 빼고 다니기는 백만장자 이상이며, 속은 캄캄한 사람이 귀동냥으로 들은  풍월로 유식한 체 하며, 말은 비단 같이 고우나 실행이 없는 사람, 남의 말 아니면 할 말 없고 모략중상을 밥 먹듯이 하며 권력이나 금력에 아부하고, 힘이 없는 듯 하면 깔아뭉개며 행실은 웃으면서도 겉으로는 점잖은 가면을 쓰고 행세하노라 하는 인물 등등- 어떻게 보면 PR세상이어선지 너무 자기 자신을 과도히 노출시키는 경향이다.
TV나 라디오에서 선전하는 상품들을 사용해 보면 환멸을 느끼듯이 너무나 외모나 형식에 의존하는 걸 보면 실상과 내용은 별 것이 아닐 것이라는 속단이 가기도 한다.
명실상부라는 말은 너무나도 상식적인 말이어서 노노(??)할 필요조차도 없으나 이 말은 명분과 실상 곧 형식과 내용이 마치 절부를 맞추어 보듯이 서로 겉 맞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명실상부한 상태로 지향하는 것이 곧 왕도(王道)요 중용지도인 것이며, 그렇지 못한 것이 패도(覇道)요 권모술수이며 벌제위명(伐齊爲名)하고 양두구육(羊頭狗肉)하는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도 이 명분을 바르게 하는 것이 위정의 출발점임을 말했다. (논어· 자로)
공자가 초나라로부터 위나라로 돌아왔을 때의 일이다. 그 제자인 자로가 묻기를 「위군(衛君)이 허심(虛心)히 선생님을 기다려 정사를 하려고 하는데 선생님께서는 무엇을 먼저 하시려 합니까?」하니 공자는 「반드시 명분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때 위나라의 사정은 이러했다. 위군(衛君)은 출공(出公) 첩(輒)이었는데 첩(輒)의 아비 괴외는 세자로 있을 적에 그의 어미 남자가 음란한 짓을 했기 때문에 이걸 부끄럽게 여기고 어미를 죽이고자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아 타국으로 망명했다. 그 뒤 괴외이 아비 영공이 죽자 어미는 괴외의 아들 첩(輒)를 세워 임금을 삼고 괴외를 막으니, 괴외는 어미를 죽이려고 하다가 아비에게 죄를 얻었고 첩(輒)은 임금이 되어 그 아비를 맞아들이지 않고 막았으니 다 아비 없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공자는 맨 먼저 명분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자로는 「이 마당에 있어서 선생님의 말씀이 너무 우활(迂闊)하여 실정에 맞지 않습니다.」하니 공자는 자로의 생각이 비속하다 말하고 「명분과 실상이 맞지 아니하면 말이 순(順)하지 않고, 말이 순하지 아니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악(禮樂)이 일어나지 못하고, 예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형벌이 공정하지 않고, 형벌이 공정하지 않으면 백성이 몸 둘 바를 모를 것이다.」라고 했다.
이로 보면 형식인 명분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것이며, 명분과 실상의 괴리는 곧 개인과 사회와 국가를 망하게 하는 근원이 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선(至善)의 이념에 입각하여 자기 자신의 덕을 닦고 나아가선 남을 지도하는 이런 사람이어야 그렇지 않으면 거기에 항상 비극이 따르기 마련인 것이다.

□ 원광대 문리대 교수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