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가와 출가· 남자와 여자의 차별 없이 슬기와 화합을 바탕으로 민주적인 방식에 의해 이끌어 온 교단이었다. 초창기부터 남녀 수위단원을 똑같은 수로 구성해왔고, 종법사까지도 선거 제도로 선출했던 교단, 그래서 화합교단이요 민주교단이었다.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충고하고 받아들이고 서로 이끌어주는 가운데 선후진의 도가 확립되었다.
▼ 그런데 언제부터일까? 대화의 단절과 슬기의 빈곤을 느끼게 되었고, 고집과 편견이 도사리게 되었다. 원리 원칙과 교단의 미래보다는 현실적 이익에 집착하고, 교단 전체의 이익과 발전보다는 자기 입장과 눈앞의 관점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었다. 특히 간부급들이 교단 전체보다는 자기 입장만을 고집하고, 전체적인 방향보다는 부분적인 것에 집착하고, 대중보다는 개인을 앞세우는 것을 보면 교단의 장래가 약간은 걱정스럽기도 하다.
▼ 텅 빈 마음으로 돌아가야겠다. 내 기관 내 개인은 손해를 보더라도 교단 전체가 이익이라면 과감히 이해하고 협조하고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치연작용(熾然作用)이나 정체여여(正體如如)라 했다. 현실 속에서는 치연히 작용하되, 마음은 항상 텅 비어 여여한 것이 수도인의 자세다.
현실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시시비비가 분명해야 한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우정 있는 충고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만 현명한 사람인 것이다.
폭군은 비판과 충고를 용납지 않는다. 그러나 슬기 있는 사람은 충고와 비판을 거울삼고 스승 삼는 것이다. 공명심과 이기심과 고집을 버리고 정정당당하게 대의를 찾아 오직 한 길로 걸어가는 사람이라야 참으로 훌륭한 지도자인 것이다.
▼ 초창교당인 ○ 교구의 ㅅ교당은 교도들이 의논하여 논 3필지를 소작으로 얻었다. 교도들의 협동정신과 교당발전에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금년의 가뭄을 극복하고 교무와 교도들의 손으로 모심기를 끝냈다. 비오는 날은 교당 농사 일 하는 날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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