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누리 가득하리.

내 성품 고요하고 지혜 밝으면
삼세 제법 한 구슬로 꿸 수 있으리.
내 마음에 한 티끌도 일지 않으면
세상만사 그대로 한 빛일레라.
삼계도 걸림없이 가는대로 맡겨두고
육도사생 오고 감에 머무르지 않으리.
흰구룸 두둥실 어디로 가나?
시냇물 흘러서 어디로 가나?
세상살이 그 모두 꿈속의 인생이요
꼭두각시로 왔다가 꼭두각시로 가느니
38년 인생살이로 꼭두각시 놀음이라.
텅 비어 한 물건도 없는 그것이
영겁토록 저 허공에 차가운 달빛.
인간은 거짓이 있고 원근친소가 있고 시비이해가 있지만 우주 대자연의 진리야 어디 인간 세상의 그런 군더기들이 있을 것이랴.
봄이 오면 어김없이 꽃이 피고 가을 되면 정직하게 낙엽 지는데, 해마다 7월 26일이면 법인절이다.
선진님 흘린 피가 말랐는가? 붉은 피 빛이 변색되었는가? 뜨거웠던 그 서원이 식었는가?
사무여한 무아봉공의 그 정신이 어디 갔는가? 나의 가슴에 면면밀밀히 흘러오고 있는가? 활화산처럼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가? 천지를 감동시킨 그 정신이 나의 가슴에 꿈틀거리는가? 하늘을 찌를 듯이 용솟음 치는가?
적적 그것 내 고향이요 성성 그것 내 집이라. 예부터 가던 그 길 눈 앞에 확 트였구나. 그런데도 어인 일로 분별시비 가시밭길 헤메이는고.
대각도인 그것 본래 무등등이요, 대봉공인 그것 또한 무상행인데 나에게 필요한 것, 무엇 있으랴. 황금 가사 무지개 명성도 필요 없거니 그 밖에 모든 것들 물거품일세.
바라는 건 오직 그것 무등등한 대각도인에 무상행의 대봉공인. 여래위도 출가위도 의지할 것 없고, 걸음걸음 흔적 없는 봉공인만 되엉라.
짝할 것도 없고 흔적조차 없는 그 사람은 지극히 평범하다. 남들이 알고 모름 무슨 관계 있으며, 부귀도 명성이며 지위인들 평범 그것 못 당하리.
내 마음 물이 되어 쉬지 않고 흘러 정진하고 정진해서 부처 바다에 이르고
내 마음 돌이 되어 천년 세월도 의연하게 변치 않고
내 마음 바람 되어 걸림 없고 두려움 없고 머무름도 없고 애착 탐착도 없어 평범 그 한 마디가 나의 전 재산일 때.
그 때 나는 저 허공의 한 줄기 달빛이고 싶어라. 저 달빛 뉘 집 뜰이라 비춰주지 않으리. 궁궐이라 좋아하고 초가집이라 싫다하랴. 홀로 외론 둥근 달 맑은 빛은 온 누리 가득하리. 온갖 괴로움 천만 번뇌로도 더럽힐 수 없는 저 달빛. 일천 강에 나타나고 천만 개울에 반짝인다.
법인절, 나의 법인절, 세세생생 나의 법인절, 나의 마음속에 무아봉공의 불꽃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가? 무등등한 대각도인 무상행의 대봉공인이 되고 싶어라. 그러나 평범한 사람, 저 허공의 달빛 되어 세상사람 어둡고 그늘진 가슴 고루고루 다 빛춰 주고 싶어라.◇

 <서전주교당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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