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자에게 출가하던 즉시로 교중의 중책을 주었다.
한 제자 이를 염려하는지라 『사람의 근기가 다 같지 않거늘
어찌 시일의 장단만 논하리오.…………
그는 차후 이보다 더 큰일을 맡겨도 담당할...

교화기연장(敎化機緣章) ①
어떤 제자에게 출가하던 즉시로 교중의 중책을 주었다.
한 제자 이를 염려하는지라 『사람의 근기가 다 같지 않거늘
어찌 시일의 장단만 논하리오.…………
그는 차후 이보다 더 큰일을 맡겨도 담당할 사람이니라.』

① 김대거는 어려서부터 기개가 호방하고 국량이 광활하여 일찍이 일생을 천하에 방랑하며 농세(弄世)로써 소일할 뜻이 있었다. 하루는 조모 노덕송옥의 인도로 만덕산에서 대종사를 처음 뵈었다. 대종사 말씀하시었다. 「이 세상은 모든 사람들이 각기 기국대로 일을 할 세상이다. 뜻 없이 방랑하면 세상에 빛이 되는 것이다. 불보살들은 서방세계를 자기의 일터로 삼고 육도 사생을 자기의 권속으로 삼아서 그들을 제도하는 것으로 자신의 복락을 삼으시는 것이다. 어찌 넓고 크지 아니하냐. 이것이 곧 세상을 참으로 크게 즐기는 길이 되는 것이다.」 김대거 그 후 얼마 아니하여 출가하였다.
② 대종사 말씀하시었다. 「우리 회상에 특색 있는 도인들이 많이 있느니라. 그 중 박세철의 겸양과 전삼삼의 공경과 정일지의 정결과 김홍철의 의기와 성정철의 순진과 송혜환의 공심과 서대인의 대의도 다 후래 수도인들의 모범이 될 만 하니라.」
③ 대종사 말씀하시었다. 「이완철은 어데 가든지 오직 그 일에 성의를 다할 뿐이요 따로이 명예를 계교함이 없으며 모든 사람에게 두루 알뜰하되 조작과 허식이 없으니 이런 사람이 이른바 진인이니라.」
④ 대종사 말씀하시었다. 「이경순은 여자의 몸으로 몸은 비록 작으나 사기가 떨어진 도인이니라.」 대종사 이어 말씀하시었다. 「사람이 누구나 사기만 떨어지고 보면 천지라도 움직일 만한 큰 힘이 생기느니라.」
⑤ 박창기는 어려서 입교하였으나 날과 달로 지혜와 변재가 출중하여지고 식견이 늘어갔다. 대종사 기꺼이 여기시며 말씀하시었다. 「창기가 입교하기 전날 밤 비몽사몽간에 어떠한 법사 하나가 와 보이더니 아마 그 법사의 재래신이 아닌가 생각된다.」
⑥ 대종사 박장식이 출가하던 즉시로 교중의 중책을 맡기시었다. 한 제자 대종사께 여쭈었다. 「장식이 세상 지식은 많이 배웠으나 도가에 들어온 시일이 옅어서 전문 훈련이 부족한 터 이온데 바로 그런 중임을 맡겨서 혹 실수될 일이나 없을까 염려되옵니다.」 대종사 말씀하시었다. 「사람의 근기가 다 같지 않거늘 어찌 시일의 장단만 논하리오. 저 사람은 이 앞으로 지내볼수록 마음의 진실 됨과 일에 공심 있음을 대중이 다 인증하고 옥석을 구별할 날이 있을 것이다. 장식은 차후 이보다 더 큰일을 맡겨도 담당할 사람이니라.」
⑦ 대종사 말씀하시었다. 「돌아오는 세상에는 집집과 동리 동리에 무의무탁한 노유를 보호하는 기관이 많이 나서 거리에 불쌍한 사람이 없고 혹 그러한 사람이 발견되면 서로 데려다 보호하려고 경쟁하기까지 하리라. 우리 회상에서 이 법을 개인적으로 먼저 실행한 사람은 김규옥과 김명철행이요, 이 법을 기관으로 시설하여 먼저 실행한 사람은 황정신행이니라.」
⑧ 김성명화 하루 밤 비몽사몽간에 돌문이 열리더니 그 가운데 좋은 보검 한 자루가 있었다. 곁에 있던 노인에게 그 연유를 물어보았더니 그 노인이 답하기를 「돌문이 열린 것은 앞으로 큰 운이 열릴 징조요 보검을 얻은 것은 모든 일을 잘 헤쳐 나갈 지혜를 얻음이라. 그대가 이 지혜의 칼을 보배로 잘 간직하여 두면 좋은 일이 많으리라.」 하였다. 성명화 홀로 기뻐하고 있던 차 대종사께서 부산에 오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찾아가 뵈오니 대종사 반가이 맞아주시며 말씀하시었다. 「그대로 비롯하여 부산 교세가 많이 발전하겠도다.」 대종사 총부로 올라가신 후 성명화 스스로 생각하였다. 「무식하고 빈한하고 겸하여 홀로 된 한 개 여자의 몸으로 내 가정 하나도 지탱할 줄 모르는 나에게 어찌 그러한 과중한 말씀을 하시는고.」 대종사 총부로부터 하서하시었다. 「그대는 걱정을 말라. 천하의 대사가 모두 정한 바 있어 나타나느니라.」 성명화 일방 두렵고 일방 기뻐하여 더욱 믿음을 굳게 바치고 법을 폈더니 뜻 아니 한 좋은 연원을 많이 얻어 부산 교세가 날로 발전되었다.
<하섬 수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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