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불교 운동의 선구자 「유마」
유마거사는 재가 신도의 이상상(理想像)
출가 위주의 소승 불교도를 논파
중생이 앓으니 보살도 앓는다.

「어리석음과 탐심으로부터 나의 병은 생겼으며 일체 중생의 병에 걸려있으므로 나도 또한 병들었습니다. 만약 모든 중생이 병에 걸리지 않고 있을 수 있으면 그 때 나의 병도 없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생사에 들었고, 생사가 있는 곳에 병은 있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중생이 병을 떠날 수 있으면 보살도 병이 없을 것입니다. 즉 보살은 모든 중생을 내 자식과 같이 사랑하고, 중생이 병을 앓을 때는 보살도 병이 나으면 보살도 낫습니다. 또 이 병이 무엇으로 인하여 일어났는가 하면, 보살의 병은 광대한 자비로부터 생긴 것입니다.」
유마는 재가의 신도라 하여도 사문의 청정한 계행을 받들어 행하고, 비록 세속에 살지만 삼계에 집착하지 않았다. 또 처자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항상 범행(梵行)을 닦고, 음식을 먹기는 하지만 그 보다는 선(禪)의 기쁨으로서 맛을 삼았으며 여러 가지 이교(異敎)의 가르침을 받는다 해도 올바른 믿음을 깨뜨리지 않고, 세간의 서적에 밝다고 하지만 항상 부처님의 진리를 바랬다. 그래서 항상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가장 높은 사람으로서의 공양을 받았다.
유마는 중생 보기를 마술사가 만든 꼭두각시를 보듯 한다. 지혜로운 사람이 물속의 달을 보고,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보는 것과 같이 본다. 또 한 낮의 아지랑이, 메아리, 뜬구름, 번갯불과 파초의 줄기, 번갯불과 같다고 본다. 또 물질을 초월한 무색계에서 물질을 보듯이 중생을 보며, 불에 탄 낱알의 쌀과 같이 본다. 장님이 빛을 보듯이 공중을 나는 새의 자취와 같이, 석녀(石女)가 낳은 아이와 같이, 꼭두각시 일으키는 번뇌와 같이, 잠에서 깨어나 보는 꿈과 같이, 열반에 든 사람이 다시 몸을 받는 것과 같이 본다고 하였다.
유마경은 초기 대승경전 중에서도 그 성립이 오랜 것 중의 하나로써 산스크리트어 원본은 없으나 티벳 역이 있고, 중국에서 전후 6회나 번역되었다. 현존하는 것으로는 오(吳)의 지겸(支謙) 역 유마경(2권), 진(秦)의 구마라즙 역 유마힐소설경(3권) 그리고 당(唐)의 현장 역 무구칭경(6권) 뿐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구마라즙 역 「유마힐소설경」을 보통 유마경이라 부르는데 그것은 14품으로 되어 있다.
유마경의 주인공 유마힐은 보통 유마라고 부르며 정명(淨名), 무구칭(無垢稱)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그는 석존과 동 시대의 사람으로서 인도 바시리국의 장자이며 재가의 몸으로 보살행을 닦은 사람이다. 그래서 보통 그를 유마거사라고 부른다.
유마는 불교의 진수를 체득하고 청정한 행위를 실천하며 가난한 자에게는 도움을 주고, 불량한 자에게는 훈계를 주어 올바른 가르침을 전하기에 노력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재가 신자의 이상형이었으며 유마를 모델로 하여 「반야경」에 서술된 공사상을 실천적으로 체득하려는 대승보살의 실천도(道)를 강조하고 세속에 있어서도 불도를 실천하고 완성하게 됨을 설시하였다.
유마경의 교리적 기초는 반야경의 공사상에 두고 있다. 그러나 그 공사상은 완공완무(頑空頑無)의 공(空)이 아니라 진공묘유의 공이라는 취지를 밝히며 진리란 유와 공 어느 한편도 아닌 중도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유마경은 대승 불교의 이대사상인 성취 중생과 엄정 불국의 목적을 진정하게 알고 실천하는 자는 이승(二乘)이 아니라 대승 보살이며, 그 중에서도 재가와 출가의 구별이 없는 것임을 재가보살인 유마 자신이 시범적 인물이 되어 출가 위주의 소승 불교인들을 논파(論破)하는 것이 그 특징이라 하겠다.
또한 반야경 같은 데서는 보살이 일반 이름으로 소개되었을 뿐 특정 이름의 보살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런데 유마경에서는 다수의 특정 보살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문질품에서는 석존의 십육 제자를 비롯 많은 출가보살들이 유마와 그 지혜력과 변재력이 상대가 되지 않아 모두 대론(對論)하기를 피하고 지혜 제일인 문수(불(佛)의 지혜를 상징)가 대표로 대답할 수 있었을 뿐이니, 이는 재가 보살의 독무대임을 보여준 것이며 재가의 세속 생활 속에 불교의 이상을 실현하려고 한 재가 불교 운동의 선구적 역할을 한 것이다.
유마거사는 육신보살로서 대 웅변가이며 대선지식으로 후세 철인들이 대선배라 하겠으며, 유마경은 실로 금강경과 더불어 불교철학의 최고봉을 달리고 있다 하겠다. 또한 유마거사는 일체 공무(空無)에서 일체 법(法)을 건립하였고, 일체 법을 불이일법(不二一法) 중에 섭귀(攝歸)시키는 광대한 법문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최후에 침묵으로써 불가설, 불가언의 당체를 나타낸다. 이것이 유명한 유마불이문, 입불이법문(入不二法門)이다. 이러한 유마경은 중국에서 널리 읽혀지고 있으며 초기 선종에서 매우 중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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