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의 정신을 발현함에 모든 종교인이 앞장서자

 오늘날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정치적, 군사적인 측면에 있지만 그러한 정치적, 군사적인 갈등은 사회적, 경제적인 격차와 문화적, 심리적 이질감에서 유래한다. 옛날에는 덮어놓고 영토적 욕심에서 전쟁을 일으킨 일이 많았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정치적 이념이나 체제의 차이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정치적으로 불안한 후진국에 있어서는 그 나라가 어떠한 이념과 체제로 고정될 것인가에 대하여 대내적인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정치적 갈등을 해소시키기 위한 기구로서 국가 간의 기구로서는 국제연합이 있고 민간인의 운동으로서의 세계연방운동 등이 있다. 인간은 동물과 달라 물질적인 생활 외에 정신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국민간에 있어서 문화적 갈등이 세계평화를 위협할 가능성도 많다. 세계가 정치적으로 안정되어도 경제적 불안이 있으면 평화 기대할 수 없고 또 경제적으로 안정된다 하더라도 문화적 이질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세계평화는 달성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세계평화를 달성하려면 정치적, 경제적 측면보다 문화적, 심리적 측면에서 해결방안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세계의 학술을 교류하고 예술을 교류하고 교육을 교류하고 종교를 교류하여 마음 가운데서 인류가 하나라는 신념을 가지게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학술의 세계화, 예술의 세계화, 교육의 세계화 등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아직도 정치와 종교의 세계화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세계의 종교를 하나로 통일하고자 하는 것은 세계국가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국가의 주권의 절대성보다 종교의 교리의 절대성이 더 강하기 때문에 통일종교의 실현이 용이하지 않으므로 차선책으로 각 종교가 서로 다른 종교의 교리를 존중하면서 공존하는 종교연합운동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종교연합운동에는 무엇보다도 서로가 남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용의 정신이 필요하며 이러한 관용의 정신만 뚜렷하다면 세계평화의 길은 결코 멀지 않을 것이다. 이 관용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종교인의 사명이다. 관용의 정신은 곧 평화를 사랑하는 정신이다. 종교전쟁의 원인은 신앙의 절대성과 교리의 배타성에 있다고 본다.   세계에 많은 사상이 있으나 우리나라의 사상을 보면 모든 사상이 다 포함되어 있으며 종교가 달라서 피 흘린 적은 없었다. 한국민족은 평화를 사랑하며 침략을 싫어하고 또한 관용의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민족이라고 자부하고 싶다. 관용의 정신을 발현함에 있어 모든 종교인이 스스로 앞장서야 할 것이다.
<홍익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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