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의 남북대립은 국제정치의 측면에서 보면 미ㆍ소간의 대립이요, 미ㆍ중공 간의 대립이요, 일ㆍ중공 간의 대립이다. 그런데 미ㆍ소간에도 미ㆍ중공 간에도 일ㆍ중공 간에도 평화공존관계가 형성되고 있으므로 한반도에서는 분단동결의 기운이 성숙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오늘의 한반도 정세의 특징을 전진적인 자세에서 받아들이고 평화공존노선을 명백히 내세우고 있다. 「6ㆍ23평화외교선언」이며 「불가침협정체결제안」 등은 평화공존 관계를 구축키 위한 구체적 표현인 것이다.
 김일성일당은 평화공존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평화공존의 수락은 적화통일노선의 포기를 요구한다. 적화통일노선의 포기는 적화통일을 최대의 대의명분으로 내세워가지고 구축해 놓은 김일성 1인 정치체제는 무너질 것이다. 정권욕에 눈이 어두운 김일성으로서는 용납할리 없다. 둘째, 평화공존관계는 북한사회를 부분적으로 개방시켜 놓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에서도 가장 밀도 놓은 북한폐쇄사회체제는 동요를 면치 못할 것이다. 김일성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셋째, 공산당은 남북 간 경제성장의 격차가 남이 북에 대한 힘의 우위를 구축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경제 성장률은 연10%였던 데 대해 북한의 그것은 5%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세 가지 요인 때문에 김일성일당은 평화공존을 거부하고 적화통일노선을 광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공산당은 적화통일의 수단으로서 무력투쟁과 정치투쟁을 아울러 전개코자 한다. 그 중 무력투쟁에 대해서는 우리의 국방태세를 철통같이 강화함으로써 어떤 종류의 무력도발도 분쇄해 버려야 한다. 공산당이 전개코자 하는 정치투쟁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의 반공의식을 투철케 하고 공산주의 침투에 대한 경각심을 높임으로써만 이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 우리나라 종교단체나 종교 신자들은 반공투쟁을 벌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 적색사회가 되면 신앙의 자유 그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종교인이나 종교단체가 사회참여, 현실참여를 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욕구불만 때문에 공산당이 펴는 통일전선 전술망에 걸려들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인은 먼저 부정부패를 규탄할만한 양심의 첨병이 되어야 할 것이며 또한 종교나 종파끼리의 배척에서 벗어나 평화공존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현실참여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현실참여는 곧 종교의 교리대로 사는 것이며 또한 교리대로 남을 돕는 것이다.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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