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耘)타원 유효전(柳孝專) 선생 영전에

24년 전, 가히 황무지였던 우리 하섬에 65세의 늙으신 몸으로 단신 부임하시어 오두막집 거적 방에 기거하시며 밤도 없이 낮도 없이 풀을 매시고, 몇 가지 밭곡식을 해마다 가꾸시어 오늘의 하섬을 이룩해주신 하섬의 첫 임원, 숨은 개척자 효전 할머니!
89세의 상수로 임지 하섬에서 거연히 선화하시고, 평소에 원하시던 대로 임지 하섬의 조촐한 터에 편안히 묻히시니 할머니께서는 이제 일생의 능사를 선종(善終)하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김을 매시되, 김매시는 요법이 있어서 「김맬 운(耘)」자 운(耘)타원 법호를 받으셨습니다. 돋은 풀들이 쇠기 전에 여린 풀 때 미리 매어야 풀 매기가 한결 손 쉽고, 이왕 쇠어버린 풀은 잘 뽑아 모아 말려서 철저히 태워버려야 풀의 씨가 마른다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이 두 가지 제초의 묘법을 써서, 근 4천 평 하섬 밭을 말끔한 청정 옥토로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천명하고 베풀어 쓰신 이 제초의 묘법이 어찌 하섬의 4천 평 밭 제초에만 활용될 법문이겠습니까. 우리들 마음 밭의 제초에도 그 두 가지 묘법을 베풀어 쓰면 저마다의 마음 밭을 청정심전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들 마음 밭의 사심 잡념도 뿌리 깊이 박기 전에 바로 바로 뽑아버려야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것이며, 이미 깊이 뿌리박힌 굳은 습기(習氣)는 한 번 큰 통회(痛悔)로써 그 씨앗을 불태우고 말려 버려야 곧 기질이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할머니께서 24년 동안 꾸준한 숨은 적공으로 김매신 공덕은 길이길이 운(耘)타원 법문이라는 이름으로 이 도량에 뚜렷이 새겨져서 미래 무량 겁 수많은 후진들을 일깨워주실 것입니다.
하섬은 새 달에 무선 전화를 개통하게 되고, 변산 성역에 봉래정사 수호 도량을 확보하게 됩니다. 그 두 가지 성사의 결실을 못 보시고 가시어 섭섭합니다마는 하섬은 할머니의 평생 심고대로 하나하나 세계 공원 향하여 힘차게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부디 피안에 잠시 편히 쉬시다가 하루 속히 돌아오시어 새 회상 새 하섬의 새 주인이 되어주십시오.
(원기 63년 10월 25일 하섬 수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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