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괴로움

 우리나라에 예부터 투서를 하는 이가 많다고 한다. 투서는 이조 5백년 동안 당파싸움을 하던 버릇이요, 유산이라고 하는 이가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유산이다. 어떻게 지지리 못난 후손들이었기에 깨끗하고 슬기로운 피는 이어 받지 못하고 더럽고 끈적한 피만을 이어받았단 말이냐. 생각할수록 한심한 후손들이다. 정부에서는 너무도 투서가 많아서 이제 주소와 이름을 확실히 밝히지 않는 투서는 일체 휴지화한다고 한다. 그런 뒤부터는 투서 건수가 좀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름을 밝히지 않는 투서라도 간첩의 혐의가 있는 투서는 조사해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정보기관의 애로라고 한다. 그것은 조사를 해보면 사사로운 감정에서 타인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 많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런 줄 뻔히 알면서도 간첩이라 하면 조사해보지 않을 수 없다는 정보기관의 애로에 동정이 간다. 그러므로 이를 이용해서 누구누구가 간첩과 접선을 하고 있는듯하다는 악의에 찬 투서가 있다는 것이다. 반공의식이 투철하여 하는 일이라면 이 또한 가상할 일이나 남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고, 사사로운 욕심에 끌려서 하는 일이라면 참으로 이조 5백년 동안에 투서나 하던 못된 선조의 피만을 온통 받은 가장 못난 후손이 바로 그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욕심에 가리어 남을 속이고 남의 심신을 괴롭힘은 실은 스스로의 장래를 끊고 스스로의 심신에 독을 마시게 하는 삶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헛된 것을 안고 괴로워하며 사는 삶이 바로 그러한 삶이라 하겠다. 착한 일은 별로 하지 않고 흔히 남에게 거짓말이나 욕을 하고  나쁜 짓을 하고도 창피한 줄 모르고 자기만을 내세우며 자기의 행위만이 옳다고 생각하여 다른 사람은 조금도 알아주지 않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발전이 있을 수가 없다. 정부에서 새마을 운동을 펴면서 정신운동을 제2경제운동이라 일컬으며 정신개조작업에 열심인 것은 참으로 훌륭한 착안이다. 각 종교단체에서 새마을 운동에 참여하는 길이 바로 이 정신개벽의 일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헛되게 괴로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