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통해 죄복의 이치 연마

제9기 대학선방. 7박 8일의 길지만 결코 길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나」를 주워담기 휘한 시간의 의미로는 오히려 짧다는 표현이 옳았다. 「선으로 맑고 밝고 훈훈하게」라는 주제아래 나와 대학선방과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선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얼마간 몸과 마음이 몸살을 앓았다. 이른 새벽 기상, 구보선체조에서부터 장시간의 선수련, 100배 등으로 몸은 드디어 불만 - 감기, 입병 등 -을 토로했으며, 「참 나는 누구인가」「일체가 다 마음이 짓는 바라 하였으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내가 왜 사는가」하는 생각들로 마음이 병을 앓았다. 하지만 기뻤다. 몸과 마음을 좀더 혹사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우리 만큼 기쁘기 한량 없었다.
「맑히는 공부, 밝히는 공부, 훈훈하게 하는 공부」
남들이 쓰레기를 버려서 이미 더러워진 곳에 나도 버린다는 마음에서 「아 내가 나를 맑히지 못하면 이런 식으로 남들이 내게 쓰레기를 던지겠구나」하는 생각을 하셨다는 남궁성 교무님의 강의말씀에 나는 무릎을 치며 감동을 했었다. 그렇다. 요리를 할 때 요리사가 먼저 손을 씻는 것처럼 이런 일 저런 일 겪어가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 있어서 맑히는 공부는 기본적인 것이다.
<정산종사법어>「무본편」을 회화하면서 나는 또 한번 나를 울렸다. 근본에 힘쓸 것을 밠혀 놓으신 중에 특히 「…생사의 이치와 죄복의 이치를 생각할때에 한번 깜짝돌랄 일이로되, 이 법문에 들어와서도 아무 생각없이 생활하는 것을 보면 오직 불쌍할 따름이니라.」하신 말씀을 단원들과 함께 연마하면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저녁공양을 마친 후 대종사님 성탑뒤로 난 조그마한 숲을 찾았다. 조용히 자리잡고 앉아 천지피은, 부모피은, 동포피은, 법률피은의 강령을 외어 보았다. 사방이 조용한 가운데 나의 나즈막한 목소리와 어디선가 바스락대는 소리만이 귓가를 울렸다. 떨어진 낙엽사이로 많은 생물들이 오가고 있었으며 나를 둘러싼 우뚝 솟은 나무들이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고, 만나는 법동지들이 너무도 좋아서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의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은님의 크신 은혜를 이 좁은 가슴으로 받으려 했고, 받고는 되돌려줄 줄 몰랐던 나를 다시 한번 크게 꾸짖었다.
서인화 <동대전교당 청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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