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짐이 모든 것을 좌우합니다"

고령군 개진면 터줏대감
적절한 습도·온도가 양질의 표고버섯 좌우

물 좋고 공기 맑은 고령군 개진면 광도마을. 하늘이 준 자연혜택에 남다른 끈기와 경쟁력으로 표고버섯을 재배하여 주목받고 있는 고령교당 하명동(58) 교도. 하 교도를 만나러 가는 날은 유난히 가을 햇볕이 좋았다.

마을회관에 마중 나와 있는 하 교도를 따라 농로로 들어서니 가을걷이가 끝난 논 가운데 차광막이 씌워진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하 교도의 표고버섯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장이었다.

비닐하우스 가까이 30여 가구들이 편안하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마을은 그가 태어나고 여지껏 살아온 세상의 전부였고 표고버섯과 30년 넘게 동고동락하고 있는 곳이다.

"무엇이든 배워보겠다는 열정과 배워낼 수 있는 젊음이 있던 시절, 우연한 기회에 표고버섯 전문 재배자를 알게 되었어요. 그 후로 계속 표고농사에 대한 각종 정보를 꼼꼼히 수집하면서 버섯 재배법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광도마을은 하 교도의 소중한 일터가 되었고, 하 교도가 재배하는 표고버섯은 30년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고령군 개진면의 터줏대감이다.

"처음에는 산위 노지에서 버섯재배가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습도와 온도 등에 민감한 버섯을 제대로 재배하기가 용이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왕이면 사람의 손길이 닿기 쉬운 곳에서 버섯을 재배하면 훨씬 수월하겠다는 생각에 집 가까운 논과 밭으로 옮겨왔지요."

물론 각오는 했지만 표고농사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참나무 벌채에서부터 구멍을 뚫는 종균작업, 시기에 맞춰 나무를 뒤집어 주는 일 등 육체가 표고버섯 농사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보통 3년 이상 표고목을 두고 연간 5~6회 표고버섯을 생산하지요. 그러나 저는 표고에 영양분이 충분히 축적되게 한 뒤 고품질 위주로만 표고버섯을 채취합니다."

그는 참나무를 표고목으로 사용하며 딱 3년만 표고버섯을 생산하고 폐목시킨다. 현재 하 교도는 1동에 2,500그루 이상 표고목이 들어있는 비닐하우스 16동에서 표고버섯을 생산하고 있다.

보통 3~4월에 종균을 이식하고 나무에서 배양되는 18개월을 종균이 잘 살아나고 있는지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 이후에 버섯 수확이 가능하다. 비닐하우스 한 동에서도 표고목을 1년생부터 3년생까지 잘 순환시켜주는 것이 또 하나의 요령이다. 이렇게 하다보니 그는 점차 표고농사에 자신감도 생겼고 고령지역 농가에 표고농사 비법을 전수해 명품 농산물의 반열에 올려 놓기도 했다.

"버섯농사는 시간 싸움이에요. 때문에 한가한 휴식은 꿈꿀 수 없지요. 하지만 이 자연 속에서 표고버섯과 생활하며 바라보는 하늘, 구름, 산들이 저에게는 쉼을 주지요.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어요. 같은 하늘, 구름, 산이지만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것이에요. 우리의 삶 속에 마주치는 위기나 두려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즉 누구에게나 있는 위기와 두려움, 그것은 바라보는 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크게 실패해 본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마음가짐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답변으로 돌아왔다.
"한 평생 한눈 팔지 않고 농사만 지었는데 아직도 농사일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게 훨씬 더 많아요. 해마다 농사일을 새로 배우는 느낌이에요."

고령군 쌀전업 회장을 역임하며 자타가 인정하는 진정한 농사꾼인 그가 이런 말을 하는 데에는 가장 큰 스승인 자연의 가르침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면서 하 교도는 "성공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바른 정신과 자질을 갖추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희망사항이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평생동안 한 가지 일에 몸 담는다는 것, 일반 직장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생활풍경이지만 하명동 교도에게는 '처음의 것으로 끝장을 보겠다'는 단순한 성실함으로 일궈낸 지금의 삶이 소중한 자산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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