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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가을과 풍년가
사설 / 가을과 풍년가
  • 원불교신문
  • 승인 1974.11.10
  • 호수 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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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백과는 무르익어 가는데
 가을은 높푸른 하늘아래 말이 살쪄가는 계절이요,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풍성하게 거두어  들이는 계절이다. 이와 같이 살찌고 풍성해야 할 가을이 다가왔는데 우리의 처지는 과연 풍년가를 드높이 울리면서 즐거운 가을 잔치를 베풀 수 있게 되었는가? 자연의 섭리는 만고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서 금년에도 이 나라 금수강산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게 결실된 풍년이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인간사에는 가지가지 어려움이 겹치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엄동설한이 닥쳐오는데 연탄수난으로 이곳저곳에서 아우성인가하면 조용히 학업에 전념해야할 대학생들이 인간의 기본권 보장을 외치면서 거리로 뛰어나가려고만 하니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개헌문제를 놓고 여야가 타협점을 모색하지 못한 채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니 온 국민의 마음이 초조하고 근심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풍성하게 쌓아놓고 인정어린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흐뭇한 가을 잔치가 hel지 못하고 오히려 서로를 미워하고 헐뜯는 인색하고 삭막한 수라장으로 변해가고 있으니 이것이 모두 누구의 탓일까? 종교인, 정치인, 경제인, 교수, 학생, 국민대중 각자에게 응분의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의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모든 가르침 중에서도 마루되는 가르침을 맡은 종교인이요, 그 종교인 가운데서도 새 시대의 요청을 받아 제생의세의 대업수행에 앞장설 사명을 짊어지고 새롭게 출범했다고 자부하는 원불교의 사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제생의세의 대업수행에 앞장서고 있는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소태산대종사가 교시한 일원의 진리와 교법이 새 시대 인류를 일찍이 없었던 대도덕문명의 세계로 인도하는 데 가장 적절한 진리요, 교법임을 우리는 확실히 믿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훌륭한 진리와 교법을 가지고 우리는 과연 우리의 할 일을 똑바로 찾아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가? 종교의 종국적인 생명은 실천에 있다. 그 교법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천에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 종교의 생명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현실이 자꾸 어지러워져가는 이때 도탄에 빠진 창생은 건지고 병든 세상을 바루는 제생의세의 사도라도 자부하는 우리 원불교인이 과연 사회를 향하여 진리와 교법을 얼마큼 실천에 옮기고 있는가? 소태산대종사 다시 한 번 가다듬기 위하여 밖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자.
 첫째, 원불교가 안일무사주의에 빠져 들어가는 흔적은 없는가? 소태산대종사는 정의이어든 죽기로써 취하고 불의이어든 죽기로써 버리라고 교시하였는데 우리는 지금 정의를 세우고 불의를 물리치기위하여 무엇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가? 혹 불의를 보고도 원만이라는 미명아래 안일과 무사를 추구하고 있지 아니한가? 우리 모두의 가슴에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하는 정열이 얼마나 생생하게 타오르고 있는지 조용히 자성해보자. 둘째, 원불교가 금력과 권력에 지나치게 끌려가는 훈적은 없는가? 종교가 대중 속에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금력이나 권력을 가진 특권층에 지나치게 가까워질 때 자칫 타락하기 쉽고 대중을 지도할 수 있는 역량으로 상실하기 쉬운 것이다. 어느 종교보다도 생생한 힘을 분출시켜야 할 우리 원불교이기에 만에 일이라도 금권에 끌려가는 흔적이 없는지 조용히 자성해보자. 셋째, 원불교는 외화외식에 기울어지는 흔적은 없는가? 진정한 교단의 힘은 훌륭한 건물을 확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생생한 기운으로 살아 움직이는 인재를 확보하는 데 있다. 그 인재의 확보는 자라나는 청소년을 똑바로 지도하는 데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기에 대산종법사는 인류가 당면한 삼대문제 중의 하나로 청소년 문제를 누차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가슴 속에 청소년을 올바로 지도하기 위한 경륜이 서 있는가를 조용히 자성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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