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김기천 종사
내가 복을 지으면

어느 날 총부 교정원<현 세탁부>에 한 걸인이 왔다. 그 걸인은 돈을 받고는 물러가지를 않았다. 이제 그만 다른 데로 가보라는 한 사무원에게 「조금 더 복을 지어보라」는 것이다.
「내가 복을 지으면 그대가 나에게 복을 줄 능력이 있소?」
삼산선생의 말씀에 걸인은 시무룩해 가버렸다. 선생은 동료직원들에게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흔히 제 개인이 살기 위하여 남에게 복을 지으라 하니, 그것이 죄를 짓는 말이 되지 않겠느냐.」고.
조실에서 대종사 이러한 전말을 들으시고 「기천의 말이 법설이구나. 세상 사람들이 복을 받기는 좋아하나 복을 짓는 사람은 드물고 죄를 받기는 싫어하나 죄를 짓는 사람은 많지. 그러기 때문에 이 세상에 고 받는 사람은 많고 낙 받는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구나.」<「대종경」 인도품>
선생은 자신의 내부에 무진장의 보물을 두고도 구걸하는 그 걸인이 새로운 자아를 각성 분발하여 새 사람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복사꽃
원기 17년 4월 영산과원에 단비가 내렸다. 우후의 전원풍경은 선명하고 상쾌했다. 돛단배가 한가로이 선진포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선생은 화안한 복사꽃 밭을 배회하고 있었다.
「꽃구경을 하다가 마침 한 곳을 바라보고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 과수원에서 오직 한 그루만이 꽃이 피지 않기 때문이다. 가까이 가보니 그 나무는 죽어있었다.
지금 대지에는 봄기운이 넘치고 있는데. 이 마른나무 하나만은 쓸쓸한 나무 등걸로 서있구나! 어찌 이 나무뿐이랴. 이 세상에는 이 나무와 같은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아.
파랗게 만물을 살려내는 봄바람도 저 죽은 나무에는 그 기운이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성인의 덕화가 아무리 널리 미치고 우리의 생활소라 할지라도 원이 없고 그 교화를 받지 않는 자에게는 마치지 못할 것은 사실이 아닌가.
아침해는 높은 산 봉을 먼저 비쳐주고 성인은 지극한 원이 있는 사람을 먼저 제도하여 준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대종사님의 혈심제자가 되고 새 세계를 건설하는 사도가 되어야겠다.
이 법문에 찾아와서 대종사님의 지도를 받지 않고 죽은 복숭아나무처럼 된다면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회보」17>
술 취한 운전수
「어느 때 이리에서 새벽열차로 장성 역에서 내렸다. 장성에서 영광행 버스를 탔다. 차는 만원이었다.
운전수는 밤새도록 잠을 안 잔 얼굴이다. 술에 취한 얼굴이다. 신문에서 종종 읽은 버스 전복 기사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버스는 차체를 기우뚱거리며 험준하기로 이름난 「갈재」를 올라갔다. 승객들은 쭈삣쭈삣 신경을 곤두세웠다. 승객들의 생명은 술 취한 운전수에게 맡겨져 있었다.
우리의 몸이 자동차라면 우리의 마음은 운전수다. 한 사람의 운명은 그 사람의 마음작용에 있다. 한 국가 사회의 운명은 지도자의 마음에 의하여 좌우된다. 우리는 대용심 공부로 대해탈인 대자유인이 되어야겠다.」
<「회보」9>
순과 역
「사람이 어찌하면 순과 역을 알게 되겠습니까.」 어느 날 선원에서 선생이 대종사께 문의했다.
「순이라 함은 저 춘하추동 사시의 변천이 차서를 잃지 아니함과 같이 모든 일에 그 순서를 찾아서 하는 것이며, 역이라 함은 일의 순서를 알지 못하고 힘에 감당 못할 일을 구태여 하고자 하며, 남의 원 없는 일을 구태여 권하며, 남의 마음을 매양 거슬려주는 것이니, 사람이 무슨 일을 할 때에 먼저 이 순(順)과 역(逆)을 잘 구분해서 순을 주로 하여 행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일이 거의 없을 거야.」<「대종경」 인도품 9> 선원 대중은 저마다 자신을 돌이켜 보았다. 마음에 찔리는 법설이었다. 시원했다. 기뻤다. 선원 대중은 더욱 흠모하는 눈으로 대종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이 순과 역을 몰라서 대종사께 문의한 것은 결코 아니다.
도인의 잠든 얼굴
이호춘(범산의 부친)은 유독히 선생을 따랐다. 이호춘은 선생의 은자가 되었다.
어느 날 이호춘이 선생의 잠든 얼굴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무엇이라도 발견하려는 듯이. 견성도인은 우리 범인과 어떻게 다른가 하여 지금은 두 분 선생이 다 저 세계에 계신다.
참 선생
삼산 「근래에 여러 사람이 각기 파당을 지어서 서로 옳다하며 사방에서 제 스스로 선생이라 말하고 있으나 그 내용을 보면 무엇으로 가히 선생이라 할 가치가 없으니, 그들을 참선생이라 할 가치가 없으니, 그들을 참 선생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대종사 「참 선생이지.」
삼산 「어찌하여 참 선생이라 하십니까.」
대종사 「삼산이 그 사람들로 인하여 사람의 허와 실을 알았다 하니 그것만하여도 참 선생이 아니겠어.」
삼산 「그런데 그들도 어느 때가 되면 자신이 바로 참 선생의 자격을 갖추게 되겠습니까.」
대종사 「허를 지내면 실이 돌아오고 거짓을 깨치면 참이 나타나지. 허실과 진위를 단련하고 또 단련하며 지내고 또 지내보면 그 중에서 자연히 거짓 선생이 참 선생으로 전환될 거야.」
<「대종경」전망품 8>
철자집
철자집은 선생의 저서다. 철자집은 우리의 초기 교서에 나오는 한자를 모아서 엮은 책이다. 철자법은 교서가 아니다. 그러나 원기 10년대 후반기부터 지금까지 우리 회상 초심학인들의 한문학습서로 사용되어온 책이다.
철자집은 「선생님, 불법연구회 규약서 수양연구요론 육대요령 같은 우리 회상 초기교서에 나오는 한자를 모아서 유교의 「천자(千字)」와 같은 형태의 책을 만들어 초학자로 하여금 익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는 은자 이호춘의 말에 공감하여 만든 책이다.
사은 찬송가
해와 달로 비쳐주고 우로(雨露) 베푸니
죽고 살고 못 면할 사 천지님 은혜
낳고 길러 보호하고 가르쳐주시니
호천망극 지중할 사 부모님 은혜
사농공상 직업으로 공급해주시니
자리이타 감사할 사 동포님 은혜
정의 불의 판단하여 지도해 주시니
안녕질서 유지할 사 법률님 은혜
사은님 전 축원하고 참회 하온 후
알아보고 갚아보세 사은님 은혜
사중은을 가르쳐주신 대종사님 은혜
이 회상을 창설하신 선진님 은혜
흠모하고 찬송하세 이 모든 은혜
광대하고 영원하신 사은님이여
우리의 신앙처요 귀의처로다.
신성하고 광명하신 사은님이여
우리들의 영실이요 복전이로다
공정하고 자비하신 사은님이여
우리들의 생명수요 낙원이로다.
<「회보」17>
교리송
원기 18년 1월 선생은 「월보」14호에 상하 장편의 「교리송」을 발표했다. 지면관계로 여기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교리송」은 선생의 대표작이다.
12세에 시율을 공부한 선생은 사은을 찬송하고 우리의 교리를 노래했다. 단법찬미곡, 결제가, 해제가, 회가(이공주 송도성과 합작), 추기제사기념가, 안심곡, 낙도 하는 가정, 심월(心月)을 발표했다.
선생은 자유시를 의식하지 못했다. 시인이 되고싶지 않았다. 선생은 수행에 정진하고 교화에 정과 열을 기울이면서 한시의 운율과 정형을 빌어 교리와 법설을 담았다.
우리는 사은찬송가 교리송에서 교리를 설명하는 원불교학자의 경지를 넘어서 오도법열의 경지에 청한자적 찬송하는 거구의 대 해탈 도인을 보게 된다.
일원의 진리를 암시,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심월」의 마지막 연으로 이 글을 끝맺자. 「여보소 주인공아, 보내할 것 무엇이며 귀의할 곳 어데 있나. 보배함도 심월이요 귀의함도 심월이네. 여보소 벗님네야 이 심월을 구경하소.」
<다음은 혜산 전음광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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