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강(月江) 송선상(宋善常)(삼천포교당) 편 완(完)
월강의 생활신조는 「고(高) 없는 높은 예술, 착(着) 없이 사는 인생」

<사진설명: 도자기를 굽는 가마터에서 가족과 함께>
송선상씨는 『지금껏 많은 도자기를 만들어 왔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며 『작품의 세계는 파고들수록 더욱 어렵기만 하고 힘이 들며, 무궁무진한 자연의 섭리가 숨어있는 듯』하단다.
그래서 송씨는 흙을 만지고 도자기를 대할 때마다 항상 실성함과 존경심과 조심성을 잃지 않으며, 살아있는 생명을 대하는 듯 두려움도 느낀다고 한다.
예술의 세계가 그러하듯 도자기를 빚는 도공들의 세계도 역시 역작을 향한 피나는 노력과 피나는 노력과 끈질긴 도전이 뒤따른다.
그래서 송씨는 「고(高) 없는 높은 예술, 착(着) 없는 사는 인생」이란 말을 생활신조로 삼아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끝없이 높고, 한 없이 심오하기만 하는 예술의 세계는 흙의 숨결 속에 숨어져 있는데, 그것은 오랜 경험을 통해서만이 체득되어진다. 마치 종교적 신앙의 체험과도 같이.
송선상 씨의 천직 의식은 원불교에 입교하기 전,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도자기를 굽게 된 계기가 불교 예술품에서 싹 텄고, 맨 처음으로 접한 도자기가 불교문화의 영향을 받은 「분청사기」였으며, 만들고 있는 도자기 역시(주로 다완) 불교문화와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또한 만들어진 작품들도 대부분이 불교를 믿고 있는 일본인들이다.
그래서 송씨의 예술세계는 종교와 떠날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으며, 종교적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할 것이다.
송씨가 원불교에 입교한 것은 원기 63년 4월로써, 「도진」이란 법명을 받았다. 부인 김수인씨도 송씨보다 먼저 입교하여 삼천포 교당 주무로서 일하고 있으며, 자녀들 역시 학생회와 어린이회에 참석하는 「원불교 가정」이다.
송씨는 아침 좌선과 기도 등 일반 법회에 참석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종교 혼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자기를 빚고, 선(禪) 하는 심경으로 예술 세계를 추수하며, 법을 듣는 기쁨으로 흙을 대하며 산다.
송선상씨의 자호는 「월강」으로, 이것은 스스로 지은 것이며, 그의 작품세계와 생활신조를 뜻하고 있다.
「월(月)」자는 옛 조상들이 마든 도자기와 도공에 비유하여, 도예술이 끊임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음을 의미하고 있다.
「강(江)」자는 도자기의 역사와 송씨의 생활태도를 표현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옛 조상들이 남긴 예술품을 오늘에 재현시키기에 열과 성을 다하고, 흙과 더불어 사는 것을 보람과 긍지로 삼아, 꿋꿋이 살아갈 것을 의미한 것이라 하겠다.
송씨는 도자기를 빚으면서도 항상 『나는 딸만 낳은 어머니요, 그 딸들을 시집보내는 부모가 아닌가?』싶단다.
왜냐하면 그가 만든 작품들은 항상 남의 손에 건네 가게 되며, 그들에 의해 보존되거나 사용되기 때문이다.
송씨는 하나하나의 작품들이 시집보낼 딸들처럼 정성껏 다듬어질 때, 보람은 싹트고 기쁨이 샘솟는 듯……
그래서 송씨는 모든 어머님들이 한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심정으로 도자기를 빚고 있으며, 시집보낼 딸들을 보살피듯 흙을 대하고 있단다.
송씨가 가장 보람 있고 기쁠 때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거나 전시회 등에 입선하는 것보다도, 자기가 빚은 작품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란다.
다시 말해서 시집간 딸이 귀여움을 받고, 제 몫을 톡톡히 하면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때의 기쁨과도 같은 것이랄까?
송씨는 항상 흙속에 파묻혀 살아야 마음이 편안하며, 도자기 애호가들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도록 열심히 탐구한다.
자기의 작품을 통해서 옛 조상들의 얼을 체 받고, 정서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염원 속에서.
흙은 송선상씨의 친구이며, 흙을 통해서 참다운 인생을 배워가고 있다. 그래서 흙은 송씨로 하여금 차원 높은 예술정신을 낳게 했고, 바른 삶의 지혜를 제시해 주었으며,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에 스스로 임하게 했다.
송씨는 지금껏 개인작품전을 가져본 일도 없으며, 개인 작품전시관도 없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열심히 작품 활동을 계속하여 서울이나 부산 등지에서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전시관도 구상 중에 있다.
한편 교단 목적 사업의 일환으로는 전시회를 가져, 교당 신축 기금 등 교단 사업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송도진씨의 작품들이 삼천포 시민들을 비롯 널리 국내외에 보급되고, 그의 작품 활동으로 인하여 참다운 예술정신이 날로 정화되며, 옛 조상들의 숨은 업적들이 오늘에 되살아났으면 싶다.
<仁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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