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 나는 몸

원작: 사빙영
역: 선  용
불타께서 열반하신 백년, 어느 나라에 「아· 유」라는 아주 호화롭고 사치스런 생활을 즐기는 왕이 있었습니다.
궁전을 지어놓고 화가들을 불러 각색의 형상을 벽에다 그리게 했습니다.
마지막 한 화가는 용모가 단정하고 아름다운 미녀를 그렸습니다.
다음날 국왕이 궁전에 막 들려하다가 이 그림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 신하들에게 화가를 찾아오게 했습니다.
『네가 그린 그림은 사실 있는 것을 그렸느냐』
『조금도 거짓은 없습니다.』
『만약 그의 말과 같이 사실이라면 틀림없이 천하의 어머니가 될 수 있는 복스런 상이다.』고 왕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자를 시켜 값진 금으로 된 예물을 실어 그 화가가 말해준 곳으로 가서 그 여자의 집을 찾았습니다. 사자는 그녀의 부모를 만나 말하길…
『노인의 따님을 우리 왕에게 시집을 보내면 어떨까 하고 부탁드리고 싶어 왔습니다.』
『쯧쯧! 가석하게도 그 애는 이미 결혼을 했다오.』
『그러시다면 사위의 집을 가르쳐 주십시오. 우리가 직접 찾아가 말씀드리죠.』
그들은 그녀의 남편 집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비록 그녀가 이미 당신과 결혼을 했지만 국왕의 부탁이니 왕에게 시집을 보내심이 어떠한지요.』
남편은 태연히 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미루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예로부터 재물과 아름다움은 몸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 만약 내가 응하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이며 차라리 내가 희생을 하고 부인을 보내야지』. 그는 사자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양심도 없는 양반아, 어떻게 자기 마누라를 물건 같이 취급해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남편이 있어요?』 헤어지는 저녁에 부인은 그의 남편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당신도 알지만, 우리들 사이가 한 번도 나빠 본 적이 있소? 나라 왕의 명령이니 우리 연약한 백성은 어찌 감히 복종하지 않을 수 있겠소. 나는 자연히 당신에게서 떠나야 할 팔자라오』 말을 마치고 두 사람은 부둥켜 안고 울고 또 울었습니다.
×    ×    ×
그리하여 그녀는 「아· 유」왕의 궁전으로 갔습니다. 그녀를 환영하는 융숭한 예절에 이어 왕이 친히 그녀에게 용포와 향수와 모든 귀한 장식품 등을 내려주었습니다. 그녀는 좋은 옷을 갈아입고 갑자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대는 왜 아무 연유도 없이 그렇게 울고 있소?』 국왕은 걱정이 되어 물었습니다.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시겠다면 말씀드리지요.』
『좋아 말해 봐요.』
『이 옷에 묻은 향긋한 냄새는 흡사 저의 전 남편의 몸에서 나는 냄새 같습니다. 그래서 가슴이 아픕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몹시 화를 내어 말하길,
『그대는 이젠 천하의 어머니요, 부귀영화를 한 몸에 지니고 있는 사람으로 아직도 그 빈천한 전 남편을 생각하고 있다니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구려.』말을 마치고 즉시 명령하여 그녀의 전 남편을 불러 오도록 하고 하인들을 시켜,
『만일 그녀의 남편 몸에서 향내가 나지 않으면 그녀를 처벌하라.』
그녀의 집으로 갔으나 오직 대문만 꼭 잠겨있었다.
오랫동안 불러도 나와서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그녀의 친정집으로 갔습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말하길, 『나의 사위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죠. 그는 우리 딸을 잃고 난 후 살 수 없다고 머리를 깎고 출타하여 지금은 아라한 도를 득했다오.』
사자들은 그들이 말한 절로 그를 찾아갔습니다.
『국왕이 특별히 명령하시어 도인을 모셔와 도인께 공양을 올리시겠답니다.』
그는 그들에게,
『나의 보인도 이미 국왕께 보냈고 거의 가진 거라곤 아무 것도 없는데 나를 불러 또 무엇 하려고 해요』
『무엇을 요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도인께 공양이라도 올릴까 해서입니다.』
귀찮은 일을 면하자면 그들을 따라 궁정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왕이 도인을 만나자 과연 콧구멍으로 일종의 그윽한 연꽃 향기보다 더 향긋한 향기가 스며들었습니다.
왕은 좌우 신하들을 둘러보며,
『틀림없이 몸에 향수를 뿌렸을 거야. 그러니 그 냄새가 없어지게 더러운 물에 목욕을 시키도록 해라.』
이상한 일이지요. 목욕을 하고 나니 그의 몸에서 전보다 더 향긋한 냄새가 났습니다. 그래서 명령하여 비단옷을 입혔습니다. 그러자 향내는 더욱 진하게 풍겼습니다. 그제야 국왕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 도인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찌 이리도 향긋한 냄새를 풍기나? 어디서 그런 것을 배웠나? 짐에게 사실을 이야기 해다오.』
도인은 대답하기를……
『저는 전생에 파라문이었답니다. 사람들이 불경 이야기를 하면 저는 아주 기쁘게 그것에 서서 조용히 듣고 마음속으로 보살님의 성호를 생각하며 아침저녁으로 향을 피우고 부처님께 기도했지요. 오직 저는 이렇게 했을 따름이지 지금도 저는 어떻게 되어서 향내가 몸에서 풍기고, 어떻게 득도를 했는지 조금도 모르고 있습니다.』
『오, 그렇군 그래』
국왕은 그 때 무언가 크게 깨달아 그 후로는 재산을 아끼고 여자를 좋아하는 일이 없었으며 그 여인까지도 전 남편을 따라 가도록 했습니다. 그 왕은 전날과 같지 않았습니다. 밤낮 염불 예불 하고 백성을 사랑하고 모든 백성들께 존경받는 국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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