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의 가장 큰 도전은 공산주의
공산주의 주장을 물리칠 풍부한 교리를 갖추고
종교인은 신앙인의 참 모습 보여야
명분외교 시대에서 실리외교 시대로 전환
이데올로기적, 종교적 대립을 넘어선 국제

<사진설명: 중공의 UN가입은 국제정세를 또 한 번 격동시켰다. 중공의 UN가입을 크게 보도한 신문들>
1.
71년 국제정세는 세계에 있어서의 미국의 역할 축소로 말미암아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미-중공간의 활발한 접근시도이며 미국의 「불화 가치」를 보전키 위한 조처 등은 미국이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과 세계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도저히 지탱할 수 없음으로 자진해서 취한 조처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개의 사건은 공히 세계 각국에 대해 큰 「쇼크」를 주었고 세계정세를 격동시켰다. 그리고 71년 「유엔」총회는 중국 대표로서 중공을 받아들이고 國府를 축출하는 「알바니아」안을 가결함으로써 중공의 「유엔」가입을 실현시켰다.
이 중공의 「유엔」가입은 「유엔」창설 이래 획기적인 사건이라 하겠고 이 역시 「유엔」과 세계 정치의 장래에 대해 많은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71년 국제권력 정치의 전개는 분명히 「하나의 시대」는 가고 또 「하나의 새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가버린 「하나의 시대」란 무엇인가. 그것은 「Paix Russo Americana」의 시대였다.
2차 대전 전후의 세계의 미화나 질서는 지금까지 미·소 두 개 초대국의 핵지배를 통한 평화이고 질서였다.
미·소는 1945~50년대 말처럼 치열한 냉전을 벌이기도 했고 또 60년대처럼 평화공존을 하기도 했다.
두 개 초대국이 냉전을 벌였건 평화공존을 했건 간에 세계의 기본질서는 미·소의 양극 구조를 바탕으로 형성되고 유지되어 왔던 것이다.
미국의 우위상실과 오강시대(미· 소· 유럽· 중공· 일본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의 도래 또 중공의 유엔 가입 등은 이 양극구조하의 세계평화- 「빽스· 룻소· 아메리카나」에 종지부를 치고 말 것이다. 그러면 바야흐로 시작되었다고 하는 「하나의 새 시대」란 어떤 것인가? 흔히들 미· 소· 중공 등 3극 구조하의 세계로 들어섰다고 말한다.
정치적, 군사적 측면으로 보아 이들 삼국이 세계 삼강임을 누구도 부인치 못할 것이므로 이 표현은 적절하다. 그렇지만 경제적인 측면으로 보면, 세계 삼강을 오히려 미· 유럽· 일본임을 간파해서는 안 된다. 그 뿐더러 오늘의 세계는 정치적인 대립이나 이를 뒷받침해주는 군사력에 의해서 움직여 나가기보다는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여나가는 면이 오히려 크다. 그러므로 양극구조하의 세게는 이미 가고 새 시대가 시작되었다하지만, 그 새 시대의 성격이나 새 세계의 구조가 어떤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규정짓기에는 아직도 시기상조하다 할 것이다.
미· 중공 접근은 미국이 지금까지 동아시아에서 취해오던 「Power Policy」를 후퇴시키고 있다. -아니 후퇴시키고 있다고 보느니보다 「Power Policy」를 후퇴시켰다 내지는 후퇴시킨다는 전제 밑에서 가능해진 것이다. 이 미국의 「Power Policy」 후퇴는 지금까지 미-중공간 적대정책 지속을 대전제로 해서 국제권력 정치상 좌표를 설정하고 실천해오던 동아시아 제국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충격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이들 제국은 각각 차지하고 있는 지리적 역사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상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동남아 국가 연합 5개국- 「말레지어」「싱가포르」「타이 랜드」「인도네시아」「필리핀」등은 「중립평화선언」을 함으로써 해빙조류에 순응코자 하고 있다.
일본의 미국과 경쟁적인 입장에서 대 중공 접근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짧은 시일 안에 국교를 정상화하고자 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해빙조류에 외면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중공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 북괴의 전쟁 정책에 대항하기 위해 안보태세의 정비· 강화에 심히 바쁘다. 「소련」인도 간 우호친선조약의 체결이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인도- 파키스탄」전쟁에 대한 소련의 전면 지지 때문에 인도가 일단 소련의 세력범위 속에 편입된 것은 부인 못할 사실이다.
아시아 대륙국가로서 중공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는 소련과 인도 밖에 없다. 따라서 소· 인-중공의 대립격화는 「힘의 진공」상태 조성을 두려워하는 동아시아 제국에 대해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아시아 정세가 전면적으로 격동하고 있는데 「닉슨 독트린」전개에 반대하는 몇몇 국가의 「알레르기」작용이 일으키는 정치적인 연쇄작용도 절대로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러므로 72년에 설령 미· 중공 관계가 정상화된다 할지라도 그에 뒤따르는 국제정치상 정지(整地)공작은 쉽게 행해질 것 같지도 않다.
미· 중공의 접근 화해의 시도며 소· 인의 제휴 그리고 동아시아 제국의 최근의 움직임은 세계 각국이 「이데올로기」대립에 구애되거나 혹은 기성 동맹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적으로 유연한 자세를 취해가면서 제각기의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말하자면 「이데올로기」가 외교정책을 좌우하던 「명분외교」의 시대가 끝나고 현실적으로 국가 이익 추구에 주력하는 노골적인 「실리외교」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는 영원한 적국도 영원한 맹방도 존재치 않는다. 오직 있는 것은 변함없는 국가 이익뿐이다.」하는 격언을 우리는 이 격동하는 시대에 있어서 새삼스러이 머릿속에 되새기게 된다.
2.
중공의 유엔가입은 두 개 초대국의 「핵 지배에 의한 세계 질서」를 점차로 무너뜨릴 것이다. 그러나 중공의 「유엔」가입은 중공 자체를 변모시키리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가지 중공은 「유엔」이 요구하는 법과 질서의 테두리 밖에서 자유분방하게 달리던 야생마로 만든다는 것은 국제 사회에 있어서 「정글의 법칙」의 작용을 후퇴시키고 법치 주의의 이상을 구현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중공의 유엔 가입은 지금껏 유엔의 무대 위에서 벌어졌던 중· 소의 대립· 분규를 세계 정치의 화려한 무대 위에서 두렷이 노출시키고 세계 여론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다. 그리고 중· 소 대립에 대한 세계 여론의 심판에 있어서 주도권을 잡은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이 되리라는 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중공은 지금까지 유엔에 들어있지 않고 비밀의 안개 속에 파묻혀 있는 거인국이었기 때문에 일종의 신비스러운 존재로 간주되어 세계 사람들의 각별한 관심과 호기심을 자아냈다. 이것이 중공으로 하여금 그 실력보다 훨씬 더 큰 「정보조작능력」을 갖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중공의 「유앤」가입은 중공을 국제적으로 개방시켜 나갈 것이기 때문에 부당하게 확대되던 정보 조작 능력은 크게 저하될 것이요, 이것이 나아가서는 중공의 국가적 위신을 상대적으로 저하시킬 것이다.
장기적인 시야에서 본다면 중공의 「유엔」가입은 이 뒤떨어진 「농촌 혁명형」의 국가를, 세련된 문명국가의 대열로 깨우치게 하는 기회를 줄 것이요, 결국 중공으로 하여금 「프롤레타리아 세계 혁명」의 대의명분보다도 국가이익 수호에 충실한 현상 유지형의 국가로 변질시킬 것이다.
이상 몇 가지는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사상의 입장으로 보아서도 중공의 「유엔」가입은 반드시 부정적인 입장에서만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소이를 밝힌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수긍한다고 하면, 중공의 「유엔」가입이나, 국제적인 진출 증가가 세계에 있어서 무신론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종교의 역할이나 종교 세력의 지위를 후퇴시키리라고 생각해야 될 이유도 희박해질 것이다.
오늘의 세계는 대다수의 국가들이 「이데올로기」적 종교적 대립을 넘어서 교류(정치 수교, 경제적 교역, 문화 교류를 포함)를 하고 있는 세계이다.
따라서 무신론과 유신론의 선택의 문제는 국가 권력에 맡겨진 것이 아니라, 개인의 양심에 맡겨져 가고 있는 것이다. 공산주의는 종교를 아편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 때문에 공산국가는 일반적으로 종교를 모욕하고 종교 세력을 탄압하는 정책을 써왔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의 추구에도 불구하고 동구(東歐) 인민의 대다수는 아직도 종교 신앙을 갖고 있으며, 또 2차 대전 이후 소련의 종교 신앙자가 점차로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주목을 요하는 것이다. 이것이 종교가 인간의 본질적인 요구에서 나온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중공이나 북괴는 아직도 후진적인 공산사회이기 때문에 정치권력을 가지고 철저히 종교 신앙을 시정하게 되면 이 지역에서 종교 신앙이 부활하고 소생하리라는 점, 추호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종교의 존재 가치나 권위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역사상 가장 대담하게 도전을 기해온 것이 공산주의이다. 이 공산주의의 맹렬한 도전 앞에 선 종교는 한동안 수세(守勢)의 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공산국가의 반종교 정책 실패는 오히려 종교의 존재의의나 사회적 역할을 증진시키고 있다. 앞으로도 종교 대 반종교의 싸움은 세계적 규모에 있어서 일진일퇴를 거듭할 것이다.
이 끝날 줄 모르는 싸움에 있어서 종교측이 「헤게모니」를 확집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종교 자체가 모든 반종교의 이론이나 주장을 물리치고 남을 만한 진리를 풍부히 갖는 것이다.
종교의 진리는 창교자의 생애와 언행, 그리고 그것은 이론상 체계화된 교리나 의식 표현 등에 집중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어떤 종교이건 간에 현대에 있어서의 반종교 대표적인 것으로서 공산주의와 대결하는데 있어서 자신을 가지려면 반종교 측이 내세우는 이론이나 주장의 허위성 기만성을 철저히 폭로하고 공격할 만한 이론을 풍요하게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종교를 믿는 사람은 반종교이론자나 무종교론자보다 인격이 훌륭하여 세인의 흠모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모든 종교 단체는 반종교 세력이 국가 권력을 잡아가지고 「신앙의 자유」를 말살하거나 탄압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이 까닭으로 종교단체는 신앙의 자유를 수호하고 신장키 위해 통일 전선을 펴야 한다. 그러나 그 통일 전선은 개인의 종교가 갖고 있는 교리상 주장이나 신앙의 내용을 간섭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 신앙의 자유를 확보키 위한 통일 전선은 어디까지나 종교 단체의 힘으로 유지되고 강화되어야 하지 국가 권력과의 결탁으로 유지· 강화되어서는 안 된다.
특정 종교나 혹은 신앙의 자유를 확보키 위한 「종교 통일 전선」이 국가 권력과 결부되면 바로 그 까닭으로 정교 분리의 근대 국가의 대원칙이 뒤흔들리우고 나아가서는 반종교 세력이 도량할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격동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종교를 믿는 사람은 자기의 신앙을 두터이 함과 동시에 그 신앙을 기준 삼아, 사회· 국가· 세계를 개조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공산주의 침략 위험을 부단히 받고 있는 나라에 있어서는 종교가 그 맡은 바 사회적 역할을 다해나가는 것이 바로 종교를 살리고 국가를 살리는 길임을 강조하고 싶다.
종교인은 일체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신전지사(神戰之士)」로서 혹은 「불전지사(佛戰之士)」로서 현실 참여에 앞장 소야 하고 사회를 정화하고 개조하는 「엘리트」가 되어야 한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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