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적인 정신의 죽음에 초점
육체의 죽음은 오늘날 무의미
성자 혼과 구제를 위한 헌신적 노력 있어야

사진> 오늘에 있어서 종교인은 피를 흘리는 순교를 넘어서서 세속적인 정신을 먼저 죽여야 한다.

 종교가 종교적 의미를 다 하고 종교역할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해 줄 때 모든 인류에게 희망을 약속하는 교주로 받들어 진다.
 그러나 종교에 대한 몰이해는 성자 혼을 가진 자의 피를 요구하는 순교행위의 계기가 되어 왔다.
 숭고하고 거룩한 그들의 순교는 교단과 종단만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전 인류와 일체생령, 나아가선 진리를 위한 희생이었기에 종교의 명맥을 오늘날까지 이어 왔고 더욱 많은 발전을 가져왔던 것이다.
 현대에 있어서 순교의 의미를 찾음에 있어 먼저 두 노대 종교(불교와 기독교)와 원불교의  순 교사를 알아보고자 한다.
 불교의 순교사는 퍽이나 순탄했다. 불타 스스로가 왕족이었던 영향은 불교 사에도 적지 않게 작용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불타에 대한 외도들의 가해는 끈질기게 계속되었고 비록 불타 자신의 불행한 사태로까지 전개되지는 않았지만 제자들은 이따금 순교를 당해야만 했다.
 그 후 중구에 들어와 수차의 법 난을 겪었고 그럴 때마다 고승들의 희생을 통해서만 불교의 발전적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한편 기독교의 순교 사는 너무도 처참했다.
 우선 교조인 그리스도 자신이 제자인 유다의 모함에 빠져 십자가의 이슬이 되어 간 것을 비롯 기독교의 역사는 바로 순교사 그대로였다.
 하지만 순교자들의 피는 무서운 위력의 승리를 가져왔고 그 위력은 모든 악조건을 가능성으로 바꾸어 놓았다.
 어느 의미에서는 기독교가 상극하의 순교형태였다면 불교는 하극상의 순교형태였음이 양 종교의 다른 순교방식의 특징으로 주목되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원불교적 순교의 의미는 무엇인가?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는 불타나 그리스도와는 달리 극상 극하가 아닌 평범한 환경에서 탄생했고 1916년 대각을 이룩하여 역사의 흐름과 시대의 인심을 관찰,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에 바탕한 새 회상 창립을 위한 법계인증의 순교가 1919년 7월 26일 백지혈인으로 나투어졌다.
 이는 대종사의 뜻을 받든 구인제자들이 도탄에 빠진 찬생을 구제키 위한 대 회상 창립을 목적하고 「사무여한」이란 서명 하에 백지날인, 자결장소인 각자의 기도 봉으로 떠난 뒤에 혈인으로 나툼으로써 이뤄진다.
 대종사는 제자들을 다시 불러 법호와 법명을 주고 『그대들의 전날 이름은 세속이름이요 개인이름 이었던 바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미 죽었고 세계공명인 새 이름을 주어 다시 살리는 바이니 삼가 받들어 가져서 비록 천신만고와 함지사지를 당할지라도 오직 창생을 제도하는데 힘 쓰라』하였다.
 이것이 원불교 순교의 대표적인 사건이며 이러한 정신은 원불교 교역자의 정신적 축이 된다.
 이와 같이 노대종교에 비해 원불교의 순교는 순교의 동기가 외부로부터의 박해가 아닌 내부로부터의 능동적 조성이며 육체적 희생을 당한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정신의 죽음에 그쳤고 그 육신은 다시 공도 헌신으로 바꾸어졌으며 새로운 질서의 탄생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의 탄생이었다.
 여기에서 원불교적 순교의 의미를 찾아보면 첫째, 인간속심의 죽음이었다. 둘째, 성자 혼의 탄생이었다. 셋째, 생령구제를 위한 헌신이었다.
 그러면 「순교의 현대적 의미」규정을 어떠한 방향에서 설정해 볼 것인가?
 그대 사회구조가 민주화하면서 부터 활동의 자유가 극대화되고 교육의 발달과 동서 문화의 교류를 통해서 인지가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에 이교도나 타에 대한 가해가 용납될 수 없고 진리적 의미의 몰이해로 인한 부작용이 생사 문제로까지 비약된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열망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성의 타락으로부터의 구제와 자유주의의 부산물인 이기주의 또는 이익추구 사회구조를 헌신봉사의 사회구조로 전환시켜야 할 문제이다.
 그러므로 원불교 순교의 의미인 인간 속심(俗心)의 죽음과 성자 혼 탄생, 생령구제를 위한 헌신 등은 현대적 순교의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하고 현대의 역사 속에서 강력하게 적용되어 주어야 할 줄 안다.
 즉 죽지 않고 죽도록 일하는 희생적 활동이 현대가 요구하는 순교의 참뜻으로 규정하고 싶다.
<원불교 교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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