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저능하고 무력한 인간임을 나타내려고 노력하는 군상을 보았다. 이런 부류의 병사들이 가장 안일한 생활을 영위하는 훈련이 없고 작업이 심하지 않은 부대가 있다. 이런 생활 속에서 어떤 웅지를 품고 자신을 키워나가고 있는지는 모르되, 그들이 이 생활에서 벗어날 때, 사회에 나가서도 귀찮고 번거로운 일은 의식적으로 회피하고 안일한 수법으로 생활을 영위하려 든다면 우리 종교인의 할 일이 한 가지 더 늘어나는 셈이다.
『이 세상에서나 이 세상 밖에서나 무조건하고 좋은 것은 착한 마음뿐이다. 그 밖에 우리가 좋다고 하는 것은 모두 어떤 조건 하에서 비로소 좋은 것이다.』라고 「칸트」는 말했다. 지식이나 권력, 기술, 돈, 지혜, 용기, 근면이 모두가 조건부 선(善)이요, 조건부 가치인 것이다.
악용되는 지식, 함부로 휘두는 권력, 만용, 사리사욕 속에 사로잡힌 범죄적 근면, 이것들은 부조리한 조건 때문에 그 가치가 「마이너스」된 것들이다.
서양의 어느 철인은 『인생은 석재(石材)다. 여기서 신의 형상을 조각하건 악마의 형상을 조각하건 각자의 자유다.』라고 했다. 자유를 참된 자유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자유로 이끌어 줄 사명은 누구에게 전가할 것인가?
내가 속한 사회에는 이 세상의 온갖 부조리한 점만 모아다 놓은 것 같은 인상이 들 정도로 산만하고 험악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함이라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환경은 제2의 천성을 기른다고 했듯이 한창 감정이 민감한 젊은이들은 곧 이 생활에 젖어버리고 그게 당연인 양 생각하게 되어 선임자들은 그런 전통을 계속 이어가도록 종용한다. 그들이 청년기의 3년을 이 생활에 젖어 사회관과 세계관을 갖게 되는 것은 국가에 얼마만한 손실을 가져올 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서 홀연히 순화된 감정을 앞세우고 교화의 나래를 펴 보려면 어린 교역자는 오히려 자신이 이에 동화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을 맛보아야 했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특히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거리의 아동이나 고아원의 어린이들에게 부모님이나 선생님 손으로 더 크게는 종교단체나 기타 사회단체를 통해서, 그 어린이가 성장한 후에라도 경계를 대할 때마다 저력의 힘을 발휘할 수 있고 무지의 수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교화의 길을 열어야 하겠다.
나는 결코 자신의 무력함을 탄식하는 나약한 그런 교역자가 되지 않도록 이 생활 속에서 예비교역자로서 나의 좌표를 설정하고 있다.
<육군· 원광대 원불교학과 재학 중 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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