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자수, 실용성과 현대감각 살려

▲ 수놓은 한복과 커텐.

한국 고유의 미를 살리고, 자르고, 꿰매고, 붙이고, 뜨고 예쁘게 고쳐 쓰는 생활물품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하고 있다. 있는 옷을 고쳐서 다르게 입거나, 간단한 바늘 하나로 생필품을 만들고, 한 땀의 점이 모여 커다란 면이 되는 자수나 코바느질로 현대에 맞게 일상에 필요한 실용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가는 전통자수는 실용성과 현대감각을 놓치지 않고 있다.

자수의 기원

자수란 헝겊·가죽 등의 표면에 실·끈·리본 등을 바늘 또는 바늘 모양의 도구로 꽂아서 수놓은 그림이나 도안을 총칭하는 말이다. 동양자수의 시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선사시대를 그 시작으로 본다. 이에따라 한국의 전통자수는 삼국 시대 이전에 중국에서 전파되었는데, 학자들은 한나라 무제가 한반도 북방 지역인 낙랑에 군 기지를 확보하고 무역을 시작할 무렵인 108년경으로 그 시기를 추정한다.

삼국시대의 자수는 귀족계급을 중심으로 발전하여 신분을 표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문양 등에서 자연에 대한 찬미가 기조를 이루고 수복, 장수, 부에 대한 기원 등에 대한 도안이 보완되어져 있다. 통일신라시대는 당나라 영향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풍조를 선호하게 되었고, 자수 역시 그 소재와 기법 면에서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고려시대는 화려한 귀족 문화를 꽃피웠던 시대이니만큼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장식 자수가 성행하였고, 귀족 계층이 아닌 평민들도 자수를 향유하였고, 유교문화권이었던 조선시대는 사치를 멀리하고 소박함을 추구하였다. 따라서 활옷을 제외한 당시의 복식 역시 비교적 자수 장식을 적게 하였고, 궁중문화가 발달하여 궁수와 민수가 분화되어 발전하였다. 궁 안에 따로 도화서원 금·은사, 염색장이 갖추어져 있었고 수방 궁녀 또한 따로 뽑아 왕실의 복식과 용품을 만들게 하였다.

이처럼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 오랜 기간에 걸쳐 기법과 기술이 전승되어 온 전통자수는 복식, 생활, 감상 등의 목적에 주로 유형이 구별되어지고 있다.

▲ 수놓은 쿠션.

복식·생활·감상자수

전통복식자수는 사회적 신분과 관료들의 지위를 손쉽게 구분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 되어졌다. 복식자수는 궁중복식과 일반복식으로 구별되고 있는데 왕은 용을 주로 하여 십이장문이 새겨진 곤룡포와 면복을, 황후와 왕세자는 용과 봉황이 겸용된 보가 부착된 예복을, 왕비와 비빈 공주와 옹주들은 금박으로 화운이나 길조를 자수한 당의와 활옷, 원삼을 착용하였다. 일반복식에서 가장 즐겨 사용되어졌던 자수의 예로는 활옷을 꼽을 수 있는데 활옷과 원삼은 일반인들이 혼례를 올릴 때에 한에서만 착용이 허용되었다.

생활자수는 일반인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투리 천과 실로 다양하게 생활에 필요한 용품들을 손수 제작하였던 것을 보여진다. 생활자수에는 남아들을 위한 타래버선, 복건, 쾌자, 굴레, 전복과 조바위, 남바위 등이 만들어졌으며, 여아들을 위해서는 꽃신, 화관, 댕기, 노리개, 주머니, 족두리 등이 만들어졌다. 그 외 부채, 이불, 방석, 보료, 베갯모, 수저집 등이 널리 사용되어진 생활자수의 종류들이다.

감상을 목적으로 한 감상자수는 고려시대부터 알려지고 있으며, 조선시대 후기에 이르러 자수병풍이 유행하였다. 병풍은 바탕 그림에 따라 진안도, 산수도, 화조도, 십장생도, 백수백복도 종류로 나뉘어진다.

한국의 전통자수 문양은 소나무, 학, 사슴, 거북이 등 오래도록 살고 죽지 않는다는 십장생은 불로장생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선호되었던 문양 주제 중 하나였다.

계급을 상징하는 상징적 자수로는 용과 봉황 문양이 있었고, 화목한 금실을 상징하는 것으로는 원앙, 청둥오리, 잉어가 주로 등장했다. 용맹을 상징하는 것으로 호랑이, 사자를 궁중가례복인 활옷에는 십장생뿐만 아니라 불로초, 봉황, 모란, 연꽃, 백년동락 등 백년가약을 축원하기 위해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모든 상징들이 총동원 되었다.

현대 디자이너의 노력

한국 전통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적 이미지를 선보이기 위해 많은 디자이너들이 노력하고 있다. 모친이 하던 일을 물려받아 20년 넘게 한복을 짓는 일에 종사해온 이효재 디자이너. 서울 한복판 '효재' 마당에 자연을 가득 들여놓고 생활필수품에 수놓으며 전통자수를 실용성과 모던함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우리의 색을 지닌 작은 책갈피 하나에도 '효재'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이런 생활용품들에서 한국적 특수성과 우리 문화의 보편성을 담아내고자 노력한다.

생활에 밀착할 수 있는 생활용품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담아내고자 노력하는 이 디자이너는 "지구를 지키려면 만들어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손바느질은 천 한 장으로 못 만드는 것이 없다. 꽃수 놓은 손수건, 조그만 수를 놓은 무명행주, 야생화 꽃수를 놓은 거즈냅킨과 컵받침 등 새롭게 만들 때는 원칙이 있는데 아름답고 실용적이고 기능적이어야 한다"며 일을 할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을 할 때면 재미나게 하면 되고, 재미나게 하다보면 그 분야에 박사가 된다"고 말하는 이 디자이너의 모습에서 시대를 초월한 장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별것 아닌 생활 소품들이 이 디자이너 손놀림 속에서 특별하게 변신했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한 땀 한 땀 손을 움직여서 만든 생활 소품에 '명품이 따로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그를 통해 자수 디자인 개발로 한국적 이미지를 세계화 시키는 초석이 되길 염원해 본다.
▲ 이효재 한복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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