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세계 평화를 모색하라.

미국의 「닉슨」대통령이 중공 당주석 모택동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중공을 방문했었다. 지난 69년 여름 아폴로 11호가 달나라를 정복하던 때 못지않게 전 세계의 이목이 「닉슨」의 중공 행에 쏠려있었다. 달나라 정복이 우주시대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역사적 거사였다면, 「닉슨」의 중공 행은 세계 정치 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역사적 거사이다.
더구나 미국은 자유진영의 최대 강국이요, 중공은 공산진영의 2대 맹주의 하나이기 때문에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며, 그들의 대화가 진정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전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중국 대륙은 불타, 공자, 노자들의 성자호이 흘러내림으로써 종교적 자유와 평화의 전통이 갊아 있는 곳이다. 부디 자유와 평화의 사도인 「닉슨」이 「맑스 레닌」의 호전적인 혁명 사상으로 무장하고 있는 중공 수뇌들의 독아를 헤치고, 그들의 가슴 속에 숨겨져 있을 성자 혼을 일깨울 수 있기를 기원하여 마지않는다. 그러나 「닉슨」자신이 중공을 향해 떠나면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이 수뇌 회담에서 당장 큰 수확이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들이 어떤 타결을 이루기까지는 너무나 착잡하게 얽힌 많은 문제들을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기회에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평화적인 타협으로써 이 착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진진한 자세만이라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기원은 이에서 그칠 수 없다. 미· 중공 양국은 6· 25 동란서 적대관계 속에서 똑같은 군대를 파견하여 수다한 희생을 무릅쓰며 싸움으로써 한반도의 정치 정세에 밀접 불가분이 관련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양 대국의 수뇌 회담이 위리 한반도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하여 우리는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북에는 만반의 전쟁 준비를 갖추었다는 괴뢰정권이 도사리고 이으며, 바로 이웃에는 경제적인 타산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일본이 북괴, 중공, 수련과의 경제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지 않는가?
유일의 군사적 후원국이라 믿을 수 있었던 미국이 중공과 정치적 타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만에 일이라도 한국에 대한 군사적 후원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는지? 우리는 최악의 가능성까지도 일단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진정한 세계 평화를 위한 정치적 타결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타결이 미국의 일방적인 자세만으로 끝난다면 오히려 희생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공산혁명이냐? 아니면 파멸이냐?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던 중래의(그들의 말을 빌리면)「무자비한 투쟁 방식」을 버리지 아니할 채 일시적인 위장에 의한 평화 타결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말려 들어 간다면 우리 한국의 안보는 크게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자유, 공산 어느 진영이든 자기마의 잔존을 위한 타자의 파멸을 추구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서로가 가슴을 트고 우리 인류의 가슴 속 깊이 숨겨져 있는 성자의 혼을 되찾아 자비와 사랑이 정신으로 세계 평화에로 가는 진정한 길을 찾아 주기르 f양국 수뇌에게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한국 국민 자신들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온 국민이 일심합력으로 결의를 새로이 하고 어려움에 처한 조국의 운명을 짊어질 태세를 하나 하나 점검해야할 것이다. 바로 여기에 지난 해가 저물 무렵 우리에게 내려진 비상 시국 선언의 의의가 있었으리라 믿어진다. 우리는 먼저 여야를 막론하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나라의 안보를 위해 우리의 힘을 아낌없이 바치자.
고움과 미움을 떠나서 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자진해서 협조하는 풍토를 먼저 조성하자.
이번 「닉슨」대통령이 중공을 행해 떠나기에 앞서, 미국의 상하 양원은 만장일치로 「닉슨」의 중공 행을 축복하고 격려하는 결의문을 채택하지 아니했는가? 대의 앞에 여야를 초월하여 단결하는 이 진정한 애국심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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