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4 공동 성명
8월 15일, 우리는 거리를 휩쓸었다. 다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저 일희일비(一喜一悲)의 정서적 양극성을 띤 불안기였다.
7월 4일, 우리는 거리를 휩쓸지도 않았다. 환영을 뜨겁게 하면서도 『까기 전에 병아리부터 세지 말자.』『꾸기 전에 해몽부터 하지 말자.』『산(山)지기 눈 봐라, 도끼 밥을 남 줄까.』라고 저마다 속담 한 마디씩 읊조렸다.
정부도 대화 없는 대결 시대에서 대화 있는 대결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이제부터가 문제라고 신중을 거듭한다.
이제 우리는 관(官)· 민(民)이 바람직하게 성숙하였구나 생각하니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백의민족의 일원이었다는 긍지를 맛보게 된다.
지금도 시퍼런 반공법이 살아있다. 그런데도 남북을 자유로이 오고 갔다. 여기에 딴 설득이 없어도 국민은 이해하고 있다.
세존이 영산에서 꽃 한 송이를 보이니 가섭만이 빙긋이 웃었다. 세존은 정법안정 열반묘심 실상무상 미소법문이 여기 있다며, 불립문자 교외별전을 마하 가섭에게 부속한다고 하여 법을 그에게 전했다.
참으로 진실한 것은 대화보다는 이심전심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정부와 국민은 한 기운으로 통해 있었다.
이제 남북의 지도자들이 한 기운으로 통해져야만 7월 4일의 선언은 햇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하려면 서로가 한 울안 한 이치 속에서 한 권속이 되어 한 일터 한 일군이라는 윤리 밑에 노력과 인내가 있어야 할 것이다.
원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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