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신 교령, 기념관에서 강연
세계적인 정치의 수도가 뉴욕에 있다고 할 때
세계적인 정신의 수도는 우리나라에 세워질 때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세워질 때에 전 세계는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

원불교와 천도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통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이 민족, 나아가서는 세계 인류에 대하여 같은 사명을 갖고 있다는 데서 더욱 여러분의 교리에 대하여 앞으로는 좀 더 자세하게 연구할 것을 약속합니다.
이항녕 홍익대 총장이 원불교에 대하여 간단히 정의를 내린 것을 보았습니다.
거기에 보면 원불교는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으로 상징하고, 물질개벽과 정신개벽을 목표로 하여 처처불상 사사불공 무시선 무처선으로 불법과 생활을 일치시키고,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사은을 받들어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 등 삼학을 수행하자는 종교라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외부 사람으로서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해석해 놓은 이총장은 바로 천도교인입니다. 이를 볼 때 천도교와 원불교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을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또한 나는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말씀 가운데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세상은 한 일터, 개척하자 일원 세계』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런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 생각해 봤습니다.
문명의 세계, 단결된 하나의 세계, 평등 원만한 세계, 활동성과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세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평등사상 인권사상을 많이 주장하고 있지만 지식평등 교육평등 생활평등 등을 구체적으로 주장한 바를 본 일이 별로 없습니다.
우주의 궁극적인 진리에 근거해서 가장 위대성을 발휘하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하면 타종교와 타 종파 간의 일치와 융통을 모색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볼 때 같은 근원에서 나온 볼 때 같은 근원에서 나온 종교 간에도 서로 싸우고 말로만이 아니라 저희 후대에까지도 원한을 갖게 하는 싸움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중동사태나 인도 「파키스탄」의 관계가 모두 종교나 종파 간의 관계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천주교를 믿는 북 「아일랜드」와 신교를 믿는 영국과의 사이에서 발생되고 있는 유혈의 사태는 볼수록 비참합니다. 갈수록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는 요즈음 강대성과 위대성을 분간하려고 합니다. 일본은 강대국이 되었습니다. 미국과 소련은 과학이 발달했습니다. 과학의 강대성을 가지고 있는 민족입니다. 그러나 위대한 민족은 아닙니다. 위대한 민족은 정신면에서 전 인류의 등대가 될 수 있는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이러한 정신적인 식량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민족이라고 나는 봅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를 돌아보았지만 우리 민족처럼 그 면에 있어서 위대성을 가지고 있는 민족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국내에 있을 때는 경제적으로 부흥하고 과학적으로 발달하는 것을 보면 그 민족이 우리보다 낫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외국에 나가 그네들을 구경하면서 우리 나체를 들여다보면, 역시 우리 민족은 정신의 식량을 창조해 주고 인간의 모든 물질문명까지도 지도해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서학의 시대는 이미 갔고 동학의 시대가 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동학은 우리가 동학혁명을 일으켰다고 해서 천도교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쪽에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을 가지고 내려온 학(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학시대는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서쪽에서 들어온 종교와 문물은 우리 민족 속에서, 우리의 우수한 문화적 전통 속에서 자라난 결과 도리어 그 나라로 다시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 신교까지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교도 그렇습니다,
얼마 전 세계의 역술인들이 모여 백 가지 예언을 한층 『과거 예수가 돌아왔다. 그러한 성인이 「아시아」에서 날 것이다. 그것도 한국에서 날 가능성이 많다.』라는 대목을 보았습니다. 이것을 믿는 것 아니지만 그들까지도 성인이 한국에서 난다고 했음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러나 원불교와 천도교에서 주장하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위대한 진인(眞人)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진인이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위대성은 과거에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3· 1 운동입니다. 그것은 결코 일본을 향해 우리의 주권을 찾아오겠다는 데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위대성을 여기에 포함하여 일본 삶을 가르쳐 주고자 하는 정신이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남북통일을 이루는 정신의 핵심도 3· 1 정신에서 찾아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됩니다.
3· 1 정신은 이 운동을 영도하던 3개 종교 만에만 속한 것이 아니라 전 민족이 다 같이 한 것이므로 우리 민족의 정신입니다. 그러므로 민족의 총화의 핵심을 3· 1 정신이라 봅니다.
3· 1 정신은 홍익인간이란 글 속에 포함된 우리의 위대한 정신을 본받은 것입니다. 세계 인류의 등대의 역할을 하는 데도 3· 1 정신이 핵심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사대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가련하고 불쌍한 처지에 있다고 보지만, 이는 우리 자신들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나 제 구실을 하는 참된 한국민이 된다면 사대 강국들의 전쟁을 막아내고 그네들이 서로 융합해서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지도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 평화의 진리 탑을 세워야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싶습니다.
또한 세계의 인류가 가야 할 길을 가르쳐 주는 등대가 바로 여기에 수립돼야 하겠다는 외침을 펴보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세계적인 정치의 수도가 「뉴욕」에 있다고 할 때에 세계적인 정신의 수도는 우리 한반도에 세워져야 할 때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세워질 때에 전 세계는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것이 결코 환상이 아니라 우리의 꿈입니다. 환상과 꿈은 다릅니다. 꿈은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실력을 쌓는다면 반드시 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전 세계 인류를 구원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해야 됩니다. 이러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원불교와 우리 천도교는 행동으로써 나타나야 되겠습니다. 우리 자신 뿐 아니라 이웃과 사회를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하는 책임을 졌다고 할 때 얼마 안 가 우리의 꿈은 현실화되리라는 믿음을 굳게 가져 보니다.
얼마 전 이북에서 직십자 회담 자문위원으로 온 천도교 청우당 부위원장을 두 번 만났습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말하기를 『우리는 반드시 주체적인 세력이 형성되어야 통일을 이룰 것이고 그러기 위해 외국에서 온 모든 세력이나 사상이 한국화 돼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종교와 종파가 비록 다르더라도 인류에 대해서 한국 민족이 지니고 있는 사명을 다 같이 지니고 나아간다면, 약소민족이라는 것에서 탈피해서 인류에 빛을 줄 수 있는 민족이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3· 1 운동을 보고 『황금시대의 「아시아」의 주인공이었던 한국에 그 등불이 다시 켜질 때 동방에서 타나나는 그 빛이 전 세계를 찬란하게 하리라.』고 예찬했습니다.
나는 이 시간 원불교 모든 교우들이 이러한 위대한 사명을 지니는데 큰 역할을 해주시기 바라며 이 점에서 천도교인들도 여러분과 선의적인 경쟁을 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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