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교학대학생 주최로 중앙총부 대각전에서 가졌던 「선· 후진의 만남」이라는 매우 뜻 있는 것이었다. 이날 백여 명의 예비 교역자들과 원광대학교 숭산 총장을 비롯한 30여 기성교역자가 한 자리에 모여 주고받은 이야기는 어떤 훌륭하고 바람직한 결론에 도달하였다는 성과의 면에서가 아니라 마음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만남의 장」으로서 그 내용을 평가하기에 앞서 우선 그 순수한 동기만으로도 자못 흐뭇한 정감을 감돌게 하는 데 족하였다.
물론 선· 후진의 만남은 오늘날에 와서 그 무슨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선· 후진의 도」와 이에 따르는 모든 「상봉하솔」의 법도, 그 정신은 요즈음의 세상에서는 결코 흔하지 않은 우리 교단의 특색이요 작풍(作風)이라 할 것이다.
대종사 재세 시의 초창기 회상과 현대의 교단풍토는 겨우 반세기를 넘어선 이른바 작금의시대적 분수령이라 하겠지만 실로 엄청난 변화의 회오리를 몰고오는 과정에서 사뭇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먼저 의식의 면에서도 그러려니와 환경의 영향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근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물량화 구조화의 상황으로 변모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이할 것도 없고 놀랄 것도 아니다. 「물질이 개벽되지 정신을 개벽하자!」 금세기의 격변을 예상하고 소태산 대종사는 이미 여기에 대처하여 시대적 사명과 아울러 인류 공동체적 세계정신을 우리들에게 예시하여 주었고 일깨워 준 것이다. 우리 교단은 과연 얼마만큼 변화하였는가. 지금 이러한 대종사의 예시와 시대적 사명을 통하여 이 교단에서 몸담고 사는 우리들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변· 불변의 실상을 파악하여 여기에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자동적이어야 함은 다시 말할 것도 없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류 공동체적 세계정신이 지향하는 그의 올바른 방향으로서의 전진적 현실에서 지금 우리들의 의식 구조와 행동자세는 스스로 재점검 재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선·  후진의 만남은 의의 있는 일이요, 교단의 전통정신을 재확인하며 이를 새롭고 공고히 다져나가는 데 알맞은 계기가 돼야 한다.
무릇 만남이라는 것은 서로의 마음의 문을 거리낌 없이 열어버리고 서로가 저마다 다른 입장이 되어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여기에서 비로소 너와 나의 언어가 소통되고 정의와 이해가 건네며 공동체의 이상, 그 방향이 밝아오는 것이다. 연령 성별 세대, 사고 경험 나아가서는 교단관 역사관의 차이 등으로 모두가 정작 한 빛깔일 수 없는 서로가 다른 주관적 견해를 지니고 살아가면서도 그런 것들로 인하여 대립 상충하는 일이 없이 오히려 이러한 저마다 다른 것들로 하여금 서로가 서로의 세계를 보완해주는 상생과 조화, 초월과 수용의 노력은 오로지 서로가 마음의 문을 열고 하나가 되는 「만남의장」에서만 길러지는 것으로서 이것은 우리 교단 전통 정신 속에 갊아 있는 한 장면이기도 하다.
일찍이 대종사께서는 선· 후진간의 윤리에 대하여 각별한 관심을 가지시고 「후진들로서는 선진들에게 늘 감사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나서 모든 선진들을 다 업어서라도 받들어 주어야 할 것이요. … 선진들로서는 후진들에게 또한 늘 감사하고 반가운 생각이 나서 모든 후진들을 다 업어서라도 영접하여야 할 것이니…」하셨다. 감사와 공경 존종, 그리고 서로가 「업어서라도」 받들고 영접하는 그 마음으로써 선· 후진이 교융(交融)하고 화동하는 데에서 교화가 향상하고 교단이 발전한다는 r서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서로 감사하고 서로 공경하며 서로 존중하는 그 마음가짐 아니고는 선· 후진의 만남 뿐 아니라, 그 누구와도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이 감사와 공경 존중의 정신은 곧 새 시대의 기틀이요, 이것은 교단의 전통정신으로 맥맥이 뻗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들의 만남은 일천 강에 비치는 일천 달이듯이 그 언제 그 어디에서나 스스롭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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