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 대종사 탄신 1백주년을 향한
오늘, 우리의 좌표 ⑥
원불교와 새 역사

인류의 닫혀진 마음을 열린 마음으로 열어주고
어둔 사회를 밝은 사회로 전환시키는 것이 사명
원불교는 새 시대의 새 역사 창조에 참여하는 새 종교임을 자각하고 있다. 새 시대란 「닫힘」에서 「열림」에로, 「어둠」에서 「밝음」에로 일대 전환하는 시대를 말한다. 원불교가 새 역사 창조를 위해 스스로 짊어진 사명은 첫째 인간의 닫혀진 마음을 열린 마음으로, 닫혀진 사회를 열린 사회로 전환시키는데 있으며, 둘째 인간의 어둔 마음을 밝은 마음으로 어둔 마음을 밝은 마음으로 더운 사회를 밝은 사회로 전환시키는 데 있다.
첫째 열린 마음 열린 사회로 전화시키기 위하여 원불교가 제시하는 기본 원리가 일원상 진리이니, 이는 우주만유의 본원자리요, 제불제성의 마음자리이다. 원불교의 가장 위대한 특징의 하나가 모든 종교의 궁극적 진리가 하나이요, 모든 성현의 깨치신 마음자리가 하나임을 명백히 밝혀준 점에 있다. 이로 말미암아 새 시대의 모든 종교는 하나의 궁극적 진리를 각자의 국한을 활짝 열도록 깨우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전 인류는 한 근원에 바탕한 한 형제로 돌아가 하나의 세계를 건설하도록 일깨우고 있다. 이것이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주의이며, 이를 계승하여 정산종사는 삼동윤리로 풀이하였으니 곧 「한 근원 한 이치에 한 집안 한 권속이 한 일터 한 일꾼으로 일원세계 건설하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원주의 및 삼동윤리의 정신을 오늘의 구체적인 실천 강령으로 제시한 것이 대산 종법사의 「종교의 UN 운동」이다. 원불교의 고원한 목표는 일원세계 건설에 있으나 이를 이룩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전 세계의 종교 지도자들이 하나의 뿌리를 향해 모일 수 있는 종교의 UN를 건설하자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 땅의 종교 지도자들부터 자타의 국한을 벗어나, 마음과 마음을 활짝 열 수 있도록 하는데 우리는 전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 해서 이 땅의 종교 지도자들이 일심 합력하여 국민의 마음을 열도록 하는데 밑거름이 됨으로써 마침내 남북 간의 장벽을 평화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총화력을 성취하도록 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당면한 첫 번째 과제이다.
둘째 밝은 마음 밝은 사회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원불교가 제시하는 기본 경륜이 도덕문명의 촉진이니, 이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문명을 올바로 활용할 수 있는 새 도덕문명을 불러  일으키자는 것이다. 현대는 과학시대요, 과학문명을 도외시하고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새 시대의 종교는 과거와 같이 과학과 대립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과학의 성과를 능히 포용할 수 있는 폭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과학문명은 주로 인류의 물질세계를 밝혀 왔으며 그로 말미암아 인류를 지배하는 물질의 세력이 크게 확장되었다. 반면 정신세계의 주체인 도덕문명은 지지부진하여, 인류의 정신세력이 날로 쇠퇴함으로써 물질의 세력이 정신의 세력을 압도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산업사회의 가장 큰 병폐인 「인간상실」,「인간소외」의 현상을 낳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인류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바는 정신의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새 도덕 문명의 촉진이다.
과학문명은 주로 「있는 사실의 세계」를 알려주는 「지식의 문명」이요, 도덕문명은 주로 「지혜의 문명」이다. 물론 사실을 알리는 과학적 지식의 바탕 위에, 당위를 밝히는 도덕적 지혜의 세계가 건립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과학과 밀접 불가분의 협력관계에 있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사실적인 지식만이 고도로 발달하고, 그 지식을 올바로 활용할 수 있는 당위적 지혜가 열리지 못한다면 이는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학문명은 무서운 파괴력을 가진 원자력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으나, 그것을 올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의 힘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혜란 단순한 앎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에 직결되어야 하며 실천의 힘은 일조일석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일을 두고 갈고 닦아야 길러지는 것이다.
이에 원불교에서는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써 정신의 실천력을 기르도록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대, 사회에 있어서 도덕의 근원은 종교에 있었으며, 동양사회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였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오면서 재래의 종교들이 현실적인 삶을 완질(完質)적으로 발전시켜온 과학적 사고를 무시함으로써 현대 인류에게 종교에 대한 불신감을 불러 일으켰으며, 그에 따라 도덕에 근원적인 힘을 부여하는 구실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과학시대 인류의 현실적인 삶에 사실적으로 도덕의 힘을 부여할 수 있는 사실적 도덕의 훈련이 절실하게 요청되게 되었으며, 이와 같은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려고 원불교는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마음에 지혜의 등불을 밝히기 위한 대종사의 「무시선, 무처선」을 강령으로 하는 훈련법이며, 이를 오늘의 우리 생활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제시한 것이 「육신의 자활력, 경제의 자립력, 정신의 자주력을 강령으로 하는 생활 운동」이다. 인류의 마음에 도덕적 지혜를 밝히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이 겨레의 가슴에 지혜와 등불을 밝힘으로써, 이 땅에서는 날로 성장해 가는 물질의 세력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정신의 세(勢)를 양성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 해서 마침내 남쪽 형제들의 인격 속에 도덕의 힘이 충일(充溢)하여, 그 힘이 북쪽 형제들의 가슴에 맺힘으로써, 남· 북을 통일할 수 있도록 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당면한 두 번째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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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좌표 순(順)
① 소태산 대종사 탄신 1백 주년의 의미
② 원불교의 정신적 주제와 그 자세
③ 원불교와 전통문화
④ 원불교와 과학문명
⑤ 원불교와 복지사회
⑥ 원불교와 새 역사
⑦ 원불교와 하나의 세계

<원광대 교수·철박>
<원불교 청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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