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대와 소통 가능한 종교 대중화·시대화·생활화 실천해야

▲ 윤영관 광주문화방송 사장과 김현 광주전남교구장이 만나 원불교100년의 의의를 오늘의 시대정신 속에서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원불교신문과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는 개교 100년의 의의를 오늘의 시대정신 속에서 점검하고 혁신하기 위해 우리시대의 다양한 지성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이번 좌담은 다큐멘터리 연출자로 명성을 쌓아왔고 현재 전문방송인으로서 방송사 경영을 맡고 있는 윤영관 광주문화방송 사장에게 원불교가 이 시대 대중과 소통하는 방안을 듣는 자리였다.

김현 광주전남교구장, 김경일 100년기념성업회 사무총장이 함께 한 이번 좌담에서 윤영관 사장은 원불교가 인터넷 세대와 소통하는 앞선 종교로 거듭날 것, 인문학적 깊이를 통해 이 시대 문화예술과 소통할 것, 대각 체험프로그램 등 대중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언론과 연계한 대중홍보가 필요하다는 점 등 매우 실질적인 원불교 대중화방안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좌담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김현 광주전남 교구장 : 어머니께서 신심 깊은 교도라고 들었다. 어머니를 통해 바라본 원불교는 어떤 모습이었나?

윤영관 사장 : 어머니께서는 원기48년에 입교를 하셨다. 유년시절 어머니를 따라 목포교당에 가서 일원상을 보았다. 어린 눈에도 일원상은 평화로움과 넉넉함으로 다가왔다.
방송피디로 일하면서 '인간시대', '세상사는 이야기'와 같은 휴먼다큐를 주로 만들었고 우리나라 최초로 '이슬람'을 다큐로 조명했던 일, '출가'라는 다큐를 연출했고 '소태산 일백년의 꿈' 제작을 지원한 일도 원불교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김경일 사무총장 : 많은 지식인들이 미래 종교는 교단조직이나 체제를 앞세울수록 설득력이 떨어지고 문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교100년을 앞둔 신생종교인 원불교가 어떤 문화의 옷을 입어야 할 것인지 조언을 듣고 싶다.

▲ 윤영관 광주문화방송사장
일반인과 소통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
대국민 이미지 조사 등도 함께 시도해 봄직해 …

윤 : 87년도에 유럽을 돌며 레오나르도다빈치, 미켈란젤로, 루벤스 등 세계적인 화가들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그때 너무 부러웠던 것이 그들 작품의 배경이 모두 기독교라는 사실, 또한 종교를 예술로 구현하고 그러한 예술이 인간의 심성을 변화시키고 후대까지 감동으로 남는다는 사실이었다. 종교는 예술과 융합했을 때 꽃피울 수 있다. 원불교가 문화와 만나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광주문화방송이 미술특강을 마련했는데 그 자리에 동석한 화가 한 분이 자신은 일정정도 예술적, 학문적 성취를 했지만 한계를 느낀다 했다. 인문학에 대한 한계를 고백하신 것이다. 예술가들도 철학, 미학, 종교의 토대 없이는 더 큰 성장이 어렵다는 이야기인데 그러한 자리에 원불교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김 : 다빈치 작품은 그 시대가 인간을 바라보는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말씀하신대로 훌륭한 예술작품의 전제조건은 인문학적 토양이고, 그 인문학적 토대의 정점에 종교가 있다. 원불교 문화도 시대와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이 시대의 문명과 사람을 담아낼 수 있는 깊이로 구현되어야 할 것 같다.

김 교구장 : 기독교나 불교의 역사에 비하면 원불교의 역사는 일천하다. 하지만 원불교의 출발점은 20세기 문명에 대한 반성이었으며 새로운 문명의 시작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윤: 드라마 '허준'을 통해 대중들이 한의학에 눈을 떴고, '대장금'을 통해서 궁중음식의 가치가 드러났다. '대장금'같은 경우, 문화가 전혀 다른 이란에서 방송을 해도 시청률 90%가 나온다. 전통적 보수국가인 영국에서도 BBC를 통해 '대장금'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원불교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대종사의 정신과 삶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영상, 문학작품들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는가 싶다.

김 : 공감한다. 사장님은 방송전문인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홍보전문가, 전략가로 이름이 높다고 들었다. 100년을 맞은 원불교의 홍보전략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윤 : 제가 고려대를 다녔는데 고려대가 100주년을 맞으면서 '민족의 대학을 버려라'는 구호를 외쳤다. 민족의 테두리를 넘어 세계를 보자는 과감한 구호였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100년'은 커다란 전환의 계기이다. 원불교도 100년을 계기로 보다 대중적이고, 젊은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무엇보다 인터넷 세대에 맞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

지금 원불교가 주창하는 것들이 모두 한글화 되어야 한다. 사은(四恩), 사요(四要)라는 말이 젊은이에게 어떻게 들리겠는가.
▲ 김현 광주전남교구장

20세기 문명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된
원불교, 문화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어야 …

김 교구장 : 언젠가 교리공부를 하는데 초등학교 학력을 가진 칠순의 교도께서는 교전이 쉽다는데 대학원을 나온 젊은 분은 성경에 비해 우리 교전이 너무 어렵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기독교 서점에 가봤더니 주석성경, 이야기성경 등 참 쉽게 볼 수 있는 성경들이 많았다. 대종사께서는 시대화, 대중화, 생활화를 주창하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문화가 시대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윤 : 일전에 오대산 월정사 출가학교를 담은 다큐 '출가'를 만들었다. 오대산 월정사 젊은 주지스님이 서울 조계종 본부 총무원에 계신 홍보전문가를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를 해서 월정사에 모셨다.

그 전문가가 만든 아이디어가 일반인들의 체험프로그램인 '출가학교'였고, 그 과정을 방송과 연결시킨 것이다. '출가' 방영 이후 전국 사찰에는 템플스테이가 성행했고, 월정사는 템플스테이의 메카가 됐다. 영산성지에도 대각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좋은 프로그램을 위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일 시스템도 만들었으면 한다.

한 가지 더 제안하자면 두 대통령 국장을 통해 4대 종단으로 확실히 자리매김된 만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원불교 이미지 조사를 해봤으면 한다. 원불교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창시자가 누구인지 아는가. 원불교가 어떤 종교이길 바라는지 등등. 그런 데이터가 있으면 홍보방안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 : 좋은 제안이시다. 100년이라는 계기를 통해 원불교가 이 시대의 문화 속에 스며들고,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는 일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말씀 새겨듣겠다.

마지막으로 원불교가 시대적으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언급해주신다면.

윤 :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인터넷은 국가다. 인터넷을 통해서 모든 나라를 다 갈 수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온라인에만 의존하다보니 오프라인에서의 소통이 문제가 된다. 원불교가 종교 가운데서는 선구적으로 인터넷 세대를 위한 프로젝트를 했으면 한다. 인터넷 세대를 위한 기구도 만들고, 어떻게 하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자기중심의 소통에서 다자간의 소통으로, 더 폭넓은 인간중심으로 끌어낼 것인가 원불교가 고민했으면 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변화에 원불교가 앞장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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