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개조와 정의사회 구현
이제성 교무
지금 무엇이 문제인가
자아완성 위한 도덕적 규제훈련 필요
인격완성 위한 「신분 검사법」실행해야

1. 고뇌하는 현대
발전하는 모든 문명의 과정에서는 낡은 경향이나 풍습도 새롭게 변전(變轉)되어 가지 마련이다. 인류의 역사는 이러한 변전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변전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면 혼돈을 일으키게도 된다. 혼돈 속에서는 모든 것이 시험적이며 정립된 확실한 것이 없다. 그래서 변화의 길만을 재촉할 뿐이다.
오늘의 인류가 처한 상황은 어쩌면 변화의 길만을 재촉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변화의 전도· 혼란· 잡다성은 그 어느 시대에도 찾기 힘든 것이다.
산업의 발달은 공업사회에서 이제 탈공업사회를 내다보게 하고 도시는 대형화하며, 과학기술의 혁명은 하늘 위에 신(神)을 인간이 사는 땅으로 이끌어 내렸다. 따라서 절대주의가 무너지면서 옛 질서와 제도, 가치 관념은 정오의 태양열에 시들어가는 버섯처럼 스러져가고 있다.
금욕주의를 무색하게 하는 사치, 청교도 정신을 대신한 쾌락주의, 대가족제도를 무너뜨린 핵가족의 보편화 등이 윤리적 가치의 혼란을 부채질 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가중되는 전쟁의 참화, 식당 및 자연자원의 무기화, 환경의 오염, 국제사회에서 야기되는 남북의 대립과 갈등 속에서 오늘의 인간은 마치 숨막히는 듯한 절정의 순간에서 단역배우 노릇을 할 뿐이다. 특히 기계문명과 거대한 조직사회의 출현은 인간을 정치적 경제적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격하시키고 말았다. 그래서 부와 지식은 확장했지만 자신의 이상· 가치· 목적에 대해서는 확실한 것을 모른다.
이처럼 오늘의 인간은 안으로 심리적 혼돈과 더불어 밖으로는 인간의 「삶」자체를 위협하는 환경에 의하여 고뇌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가 안겨 준 달갑지 않은 선물이다.
2. 인격의 구조
분명 현대는 고뇌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을 찾기 위한, 인간 회복· 인간자신의 구원을 위한 고지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재인식함으로써 인간 자신을 확립해야 한다.
인간의 정신구조를 분석하여 보면 표면에 나와 있는 의식보다는 실증 속에 파묻혀 있는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이 다 결정적으로 인간의 행위를 지배하고 있음을 경험한다. 이러한 심층 속에는 온갖 정서· 욕정· 경향· 주장· 이해관계 등 인간의 행위를 결정하는 인자를 형성하고 있다. 심층 속에 잠겨있는 수많은 인자들은 본래는 아무런 규제도 받음이 없이 그 역학적 강도에 따라 제멋대로 밖으로 나타내려고 하고 있다. 심리학에서 이것을 충동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에 심층 속에는 이러한 충동을 규제하는 중심이 생겨난다. 이러한 중심을 자기 또는 자아(ego)라고 부른다. 이렇게 형성되는 자아는 충동을 규제하는 중심이 되어 어떤 충동은 이것이 밖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그리고 다른 어떤 충동은 나타나지 못하도록 억제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자기중심에 맞는 방향으로 인간 행위가 이루어지도록 이끌어 간다. 인간으로 하여금 타고난 본능적인 형태의 양식을 깨뜨려버리고 형태의 양식을 깨뜨려버리고 도덕적· 윤리적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꾸며 나아갈 수 이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이러한 자기중심의 규제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본능적 충동을 지양하고 윤리적· 도덕적 행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자아완성을 위한 도덕적 규제훈련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 훈련이야말로 인간 확립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 자아의 확립
오늘에 있어서 인간 자신의 문제가 가장 심각함은 앞에서 언급한 바이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자신을 면밀히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이다.
원불교에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신분 검사법」이 있다. 신분검사법은 인격을 종합 진단하는 방법으로 인격의 내면 신장을 위한 덕목으로 「당연등급」을 두고 버려야 할 조목으로 「부당등급」을 두어 자신의 인격 성취정도를 스스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산 종법사께서는 금년 새해 법설을 통해 각자의 수신을 강조하시고 이 「신분검사법」에 의해 자신의 내면을 일일이 성찰하여 무엇보다도 자아확립에 정성을 기울이도록 당부했다. 여기에 「당연등급」의 덕목을 열거해본다. 무상· 인내· 청정· 무실· 은악양선· 전일· 자비 등은 맑은 마음을 기르는 덕목이요, 지혜· 학문· 신의· 서원· 신심· 기능· 주밀· 수시변역 등은 밝은 마음의 양성을 위한 덕목이요, 공심· 겸양· 통제· 효성· 보시· 원만· 활동· 심사결단 등은 바른 마음을 위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맑고 밝고 바른 마음의 소유자면 그는 분명 인간상실의 시대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인간회복자일 것이다. 인간에 있어서 자아는 인간의 심층 속에 존재하지만 사회의 자아는 곧 인간이라고 비유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회정의는 개개인의 자아확립을 외면하고는 기대할 수가 없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에게 주어진 당면과제는 인격 완성을 위한 「신분검사법」을 스스로 실행하고 보편화하는 길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사직교당>
-----
대산 종법사는 금년 신년법문으로 최초법어 내용의 법설을 내리었다. 최초법어는 소태산 대종사님이 대각하신 후 제일 처음 내린 교법이다.
이에 최초법어의 교법이 우리의 생활에 더욱 나타낼 수 있도록 중진 교무들의 집필로 매월 6일자에 최초법어에 대한 논단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