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젊은이
공동사회에서 개인주의 풍조는 외로운 개인
사회에의 헌신은 자아완성 터 위에서 이룩돼야
기생 「천관」의 집 앞서 애마 목 벤 「김유신」의 용기를

 옛말에 『二十前政丞 三十前郡守 四十前面長』이란 말이 있습니다. 스무살 때는 정승을 꿈꾸었고 서른 때는 군수, 마흔 때는 면장정도만으로도 만족한다는 뜻이겠지요. 이처럼 청년시절의 이상은 원대합니다. 그리고 원대해야 합니다. 그러나 실천이 결들이지 않은 이상은 앉은뱅이 용쓰는 격이라 하겠습니다. 화랑 김유신은 젊은 시절부터 그의 큰 꿈을 이루기 우해 작은 현실을 희생했습니다. 사랑하는 기생 천관의 집 앞에서 애마의 목을 친 그의 칼이 삼국통일의 초석이 되었다고 해도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나라를 위한 그의 큰 이상을 이루기 위해 작은 일을 버리는 행동이었습니다. 이렇게 옛날의 젊은이들은 큰 이상을-나라를 민족을 나아가 인류를 위한 큰 이상-품고 작은 일을 희생하는 결단성 있는 실천을 하였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입에 회자하는 미담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기보다는 남을 위하는 생활을 하였습니다. 과연 오늘날의 젊은이도 그럴까요? 지난 수세기 동안의 역사는 자유주의의 팽배-물론 지구의 한쪽-구석에서는 전체주의가 그 착실한 발전을 밟아갔습니다만 다만-물질문명의 전성, 경제성장을 위한 안간힘 등으로 점철되었습니다. 이런 시대사조와 더불어 우리 젊은이들의 이상도 현실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이미 그들은 경제적 안정과 착실한 지위의 획득 이외에는 바라는 바가 없게 되었습니다. 수년 동안의 새로운 풍조인 대학1년생의 고시열(考試熱)도 이 풍조를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겠지요. 인생의 가치관도 확립도기 전에 선악의 시전석도 서기 전에 그들은 사법고시, 행정고시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현대는 영웅이 없는 시대라고 하였습니다. 코르시카섬의 구석에서 웅지를 품던 나폴레옹도, 통나무  집에서 도끼질을 하며 꿈을 키우던 링컨도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록 이루어지기 힘든 꿈이지만 쉬 내뱉을 수 없는 그런 이상을 품은 사람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고홀에서 몸을 뒤흔드는 젊은이가 일요일마다 산과 들을 찾아다니는 젊은이가 내가아닌 우리를 위해 더 나아가 이웃을, 민족을, 인류를 위한 이상을 품고 있을까요? 아니 조금이라도 남을 위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요? 대학의 클럽들은 대부분 연례행사로 농촌봉사니 도시봉사니 하고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방학동안 무위도락 하는 학생들보다야 천배 만배 낫겠지만 이들의 봉사활동이 남을 위한 것인지 지극히 의심스럽습니다. 봉사활동의 목적에 꼭 삽입되는 회원 간의 친목도모, 심신단련 등의 형식적인 면은 제쳐놓더라도 봉사활동보다는 저녁의 오락시간을 더욱 기다리는 마음에서 과연 남을 위하는 마음이 우러나올 수 있을까요? 비록 큰 이상이 없고 실천력은 약하더라도 조그만 일이라도 남을 위하는 마음만 있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근본적인 문제는 더욱 구제 불능의 상태에 빠져 버렸습니다. 고대의 원시공동사회에서 개인의 존재는 희미하여 공동사회에서 이탈되면 곧 죽음을 의미하였습니다. 그는 한 개인이기 전에 공동사회의 한 일원이었습니다. 중세까지도 공동사회는 개인에 앞섰습니다. 인간은 자기보다는 신을 위하여 교회를 위하여 생활하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을 중세의 모든 사람들은 실현되리라 믿었고 그러기에 실현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역사가 진행되면서 즉 근대사회로 이행되면서 공동사회에서의 개인존중의 이념은 점점 짙어져 갔습니다. 공동체는 영국의 시민혁명, 프랑스 대혁명, 미국독립과 함께 산산이 부셔졌습니다. 모든 인간은 외로운 개인으로 떨어져 나갔습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개인의 심성을 존중하고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물질문명은 또 경제는 눈부신 발달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진보가 아니었습니다. 독일의 사회학자 퇴니스가 인간의 본질적인 의지에 의해 결합된 사회 즉 공동사회(Gemeinschaft)로부터 이해관계에 의해 결합된 사회 즉 이익사회(Gesellshaft)로의 이행을 역사적 개념으로 파악하면서 이를 슬퍼하였듯이 오늘날의 현실은 너무나 슬픈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몰려 온 지나친 개인주의의 풍조, 사유재산의 추구로 인한 이기주의의 팽배가 우리 젊은이들을 자기에의 몰두, 자기이익만의 추구에 빠뜨려 버린 오늘날의 현실은……. 종교의 이점을 물을 때 대부분의 대답이 「심신의 안정」이었던 것은 사회로 향한 젊은이의 활동을 망각한 대답이었습니다. 물론 「심신의 안정」을 통한 자아의 완성을 이루겠다는 뜻이었겠지만 또 자아의 완성이 없는 사회에의 헌신도 있을 수 없겠지만 이웃에 대한 사랑, 조국애, 인류애가 없는 인격은 더욱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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