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적 교세확장 보다 종교적 각성 중요

월간 〈원광〉 60년 기념을 맞아 중앙총부 월례특강에 초청된 경향신문 손제민 문화부 기자가 '원불교 100년과 사회적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10일 중앙총부 법은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손 기자는 "물질문명과 생활은 편리해져 가고 있는데 왜 우리의 정신은 살찌워지지 않는가" 질문을 던지며 강의를 시작했다.

손 기자는 "서점에 자기 계발서가 넘쳐나고 똑똑한 사람들은 늘어나지만 여전히 세상은 어려워지고 있다"며 요즘 세상을 "쳇바퀴 위에 올라 타 있는 형국"이라 정의했다.

부모세대보다 총체적으로 발전했는데 우리세대는 왜 이렇게 어렵게 사는지를 손 기자는 "부분적 합리성이 총체적 비합리성을 낳은 결과"라 명했다. 남들보다 좀 더 빨리가기 위해 앞 다퉈 승용차를 구입해지만 결국 누구도 빨리 가지 못하는 현상이라 했다.

그러면서 예전의 쳇바퀴는 여유가 있어 누구나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힘있는 사람에 의해 쳇바퀴가 강력하게 돌면서 누구도 뛰어내릴 수가 없으며, 나 혼자 속도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손 기자는 물질문명의 발달로 빈부격차가 커지고 생태환경 파괴로 인해 우리 삶의 터전이 축소되고 있는 부분에 일침을 가했다.

이런 시대에 종교의 소명은 무엇일까. 손 기자는 "빠른 속도에 적응 못한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다시 쳇바퀴에 올려주는 역할과 빠른 속도의 쳇바퀴가 위험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늦추도록 제언하는 역할"이라 말했다.

사회봉사활동이나 용산참사, 무분별한 개발논리 비판, 4대강 살리기 반대 등 정부를 설득하는 역할이 일정부분 있다는 것이다.

손 기자는 가톨릭 정진석 추기경의 용산참사 발언을 빗대어 "교단도 전략적으로 사회적 발언을 통해 약자를 보듬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렇지만 손 기자는 종교 본연의 모습을 "쳇바퀴 속의 사람들이 각자 각성하게 해서 속도를 늦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 강조했다. 생태적 가치와 지역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종교가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평교당 교도인 손 기자는 교단의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원기 100년을 앞두고 교화대불공을 하고 있는 교단에 대해 "교화 성장만을 추구한다고 해서 교세확장은 될 수 없다"며 물리적 외형 늘리기에 치중하기 보다는 내실을 다질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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