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6회 대각개교절을 맞아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대지를 적시며 지나간 뒤, 이제 온 누리에 봄기운은 완연하여졌다. 우수 경칩을 지나 춘분의 문턱에 들어선 봄은 바야흐로 산과 들에서 거리에서 문전에서 들 앞에서 그 다사롭고 향기로운 입김으로 우리들을 맞아주고 있다.
봄 3월 26일은 제66회 「대각개교절」, 「영산의 봄바람이 다시 불어 우담바라 꽃이 피는 봄」소식을 만백성은 알고 있는가? 이 나라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의 역사는 이 뜻 이 사실을 기억하는가? 그러나 봄이 들어오면 누구나 봄이 온 것을 알 수 있듯이, 영산의 새 봄소식도 차츰 알려지고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대각개교절은 아직은 교단적인 것으로 국한되어 있는 특수한 경절인 것 같지만, 이 대각개교의 개괄적인 의미는 국내에서는 대체적으로 알려진 셈이고, 차츰 범세계적인 새로운 인식으로 이 대각을 기리는 큰 경절이 되기를 기약해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은 한 자연인으로서의 개인적 자아문화의 절정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한계성을 넘어서서 「불불계세 성성상전(佛佛繼世 聖聖相傳)」이라는 인류사적 차원으로 그 맥락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대각의 성취는 물론 개인적인 일대사건이지만, 그 목적과 지향 그 영향은 우주적 세계적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대각이라는 초월의 입장에서는 자기 개인이나 그가 속해있는 집단이라 하는 것은 수시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요, 그의 존재적 가치는 바로 세계정신 그것이며 세계적 구원 그것이라 할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재세 시에 그 어느 중생에게도 그 자신의 권위에 따른 구원을 약속한 적이 없었고 또 자기를 구주(救主)라고 스스로 내세우거나 자부한 일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스스로 닦고 고행을 통하여 증득한 「법신불 일원」의 진리에 대해서는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그 객관적 평가에 있어서 언제나 자신만만한 소신과 긍지를 가졌다. 말하자면 법신불 일원의 전 체계인 사은사요와 삼학팔조는 인류 완성의 표본이 되고, 세계구원의 구체적 확증임을 보여주었다. 인류 완성은 곧 세계 구원의 길이요, 세계 구원으로 인류의 완성을 기하는 것은 법신불 일원의 진리 그 안에 이미 갖추어져 있는 생명의 기틀이었다.
대각개교절, 이 뜻 깊은 날을 맞이하여 소태산 대종사 대각의 의미를 다시 새롭게 새기며, 대종사 대각의 뜻에 담긴 인류 완성과 세계 구원의 의미를 부연하고자 한다.
첫째는 대종사 대각을 통하여 새 사람으로 거듭남을 기약해야 한다. 거듭남은 생명이 거듭남이요, 정신이 거듭남이다.
새 생명의 자각, 새 정신의 자각, 그 끊임없는 생명· 정신운동으로 모두가 새롭게 거듭남으로써 새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저마다 진리의 바탕을 떠나지 아니하고 거기에서 새 인간을 회복하는 일이다. 인간회복의 길은 구체적으로 삼대력(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을 얻음으로써 확고히 다져지는 것이다. 인간부재 인간상실의 문제는 인간회복의 과제를 성취함으로써만 극복되며 인간회복은 곧 구체적으로 삼대력의 확립으로써만 가능하다는 확증을 통하여 삼대력 얻는 공부에 힘써야 될 줄 믿는다.
둘째는 대종사 대각을 통하여 은혜를 발견하고 보은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을 기약해야 한다. 은혜라 하는 것은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것 모든 것이 전부이다. 생명 존재 삶의 모든 것 전체를 통하여 사는 전부의 뜻이다. 그것 아니고는 그것 없어서는 살지 못한다. 없어서는 살지 못하는 그 뜻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추구하며 그 뜻에 살고 그 뜻으로 살아주어야 한다. 은혜의 터전이 아니면 한 물건도 수용되지 못한다. 은혜로써 감싸줄 때 모든 괴로움 미움과 원망 시기와 갈등 이 모두가 일시에 사라진다. 어둠을 몰아내고 죽음에서 깨어난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원망하는 생활, 의타 아부하는 생활에서 벗어나 주체적 은혜의 생활(발견) 보은하는 삶으로 우리들의 생활은 늘 밝게 새롭게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대종사 대각을 통하여 상생의 이 한 길 개척하기를 기약해야 한다. 법신불 일원의 진리는 모두를 살리고 모두가 사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온통 바쳐주고 온통 살려내는 길에서 구원을 약속되는 것이다. 이 구원의 약속이야말로 진리와의 약속인 것이며 이 구원은 스스로가 증득하는 것이지 밖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나 하나만이 아니고 진정 모두가 다 잘 사는 것이 곧 내가 잘 사는 것이요, 모두의 구원만이 곧 나의 가장 완전한 구원인 것을 알아야 한다. 상생이야말로 세계 평화의 종극적 원리이자 목적이며, 상극의 기운이나 목적 수단도 이 상생의 안에서만 풀리고 극복된다.
우리들은 이제 대종사 대각을 기연하여 끊임없이 새 사람으로 거듭나고 거듭나서 인류 완성과 세계구원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주인이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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