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유엔」제창의 의의

원평교당에서 요양중인 대산 종법사는 지난 3월 22일 서울에 있는 6대 일간신문(종교 담당) 기자들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종교 유엔」 창설의 필요성과 이에 따른 배경을 설명하여 주었다. 종교 유엔 창설문제는 대산 종법사의 평소 구상으로서 이제 처음 발표한 것이 아니고 이미 수삼년래 내외 종교 지도자는 물론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비롯하여 사회 지도층 저명인사들과도 기회 있을 때마다 종종 논의되어 왔었다.
특히 본 교단에서는 금년 중에 열릴 예정인 세계종교회의, 세계 불교도 회의 등 종교인의 국제적 모임에 대표를 파견하여 종교 유엔 창설의 필요성을 널리 인식시키는 한편, 이 문제를 당해 회의 의안으로 구체화해서 정식 상정 제의할 것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연합기구인 UN은 지금의 형편으로 보면 별반 큰 영향력이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이 여겨진다. 그러나 유엔 정신이 자라남을 따라서 그만큼 세계 평화의 힘이 지속되고 증진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유엔의 존재는 6· 25를 계기로 그 진면목과 권위를 인정받게 된 셈이다. 6· 25가 터지자 유엔은 그 사변을 세계 공동체적 힘으로 해결할 것을 결의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이 먼 여러 나라가 의용군을 보내어 이전에 못 보던 대규모의 전쟁을 하여 완전한 해결까지는 못 갔으나 하여튼 인류 공동의 적으로 규정한 침략자를 물리치는데 성공하였다. 이것은 일찍이 세계 역사상 찾아볼 수 없었던 처음 일로서 역사적으로 뜻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라 사이의 문제를 세계적으로 해결한 훌륭한 본보기이며 이는 돌아오는 시대의 앞길에 큰 빛을 예시하는 것이다.
유엔은 말할 것도 없이 인류의 이성과 세계 평화의 표지인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인류의 이성의 빛이냐 세계 평화의 세력이 저 6· 25를 가하여 갑자기 자라나서 마침내는 생명을 바쳐 싸워 이긴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보다도 중대한 것은 유엔 여러 나라들이 우리나라에 군대를 보내게 된 것은 무슨 까닭에서인가? 그것은 곧 저마다 제일이기 때문이라 하는데 있다. 이미 세계가 하나가 되었으므로 그것을 어느 정도나마 깨닫게 된 소이연(所以然)에서이다. 물론 유엔의 행동의지의 표현은 무력이었다. 이것은 진정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러한 방법이 가장 완전한 진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보다 더 완전한 진리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 상호보완적 관계를 자각하고 겸전하고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산 종법사가 제창하는 종교 유엔의 뜻이 바로 여기 있다 할 것이다. 무력만으로는 완전한 것이 못 된다는 것, 인류와 세계가 하나의 생명공동체라는 인류 이성의 근원적 공동 자각이 날로 달로 새로워짐으로써 마침내 세계 평화는 성취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종교와 정치는 한 가정에 자모와 엄부 같나니 종교는 도덕에 근원하여 사람의 마음을 가르쳐 죄를 짓기 전에 미리 방지하고 복을 짓게 하는 법이요, 정치는 법률에 근원하여 일의 결과를 보아서 상과 벌을 베푸는 법이라 자모가 자모의 도를 다하고 엄부가 엄부의 도를 다하여 부모가 각각 그 도에 밝으면 자녀도 반드시 행복을 누릴 것이나 만일 부모가 그 도에 밝지 못하면 자녀가 불행하게 되나니, 자녀의 행과 불행은 곧 부모의 잘하고 잘못하는 데에 있는 것과 같이 창생의 행과 불행은 곧 종교와 정치의 활용 여하에 달려있는지라, 제생의세를 목적하는 우리의 책임이 어찌 중하지 아니 하리요.…」(대종경 교의품에서) 이렇듯 근원적 자각이 앞장서지 아니 하고는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나갈 수 없다. 정교동심(政敎同心)의 차원에서 세계 정치· 세계 종교는 지금 인류의 장래를 위하여 서로가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걱정하고 힘차게 뛰어야 한다.
「하나의 세계 건설」, 정교동심(政敎同心)의 중심이 바로 여기인 것이다. 보다 새로운 역사의식 보다 새로운 역사의 해석 아니고는 하나의 세계 건설은 어렵고도 더디다. 한 조상을 발견하고 한 형제임을 알아야 싸움은 멈출 수 있다. 서로가 한 몸 한 형제임을 알아야 싸움은 멈출 수 있다. 서로가 한 몸 한 마음인 줄을 알아야 자폭적인 경련도 그칠 것이다. 현대의 비극은 보편적 세계관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 그 대부분이다. 물론 세계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군축회의나 경제회의도 당장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먼저 인류의 새로운 공동이상이 세워져야 한다. 이 일이 다름 아닌 종교에서 해야 할 「자모(慈母)의 일」이다.
「하나의 세계 건설」- 이것은 또한 새 역사의 제목이다. 이제는 모든 인류가 서로 원수이듯 싸우고 죽이던 민족· 나라· 인종 등이 하나의 광장에서 만나 이체의 모순· 허비· 오해를 모조리 다 풀어버리고 하나의 세계인 인류의 새로운 공동 이상을 위하여 살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 정교동심으로 세계를 전일화(全一化)하는 인류의 동원령은 절대로 시급한 것이다.
차제에 있어 종교 유엔의 창설은 반드시 필요불가결하다. 그러나 그 창설 방법의 문제 또한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정원 당국은 이 종교 유엔 창설에 관한 모든 방법 문제를 총체적으로 연구하여 그 종합적인 청사진을 마련하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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