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길며 곧은 선
큰 소망을 갖고 간절한 기도를 올리자
고통 받는 이웃을 이해하고 함께 웃자

 먼저 「우리」라는 개념 속에 필자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둔다.
 인생은 저마다 자신의 선을 그으면서 살고 죽은 후엔 여러 종류의 선을 남긴다. 이 그어진 선들은 역사를 바르게 인도하기도 하고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인간이 많듯이 선도 다양하다. 굵은 선 긴선 곧은 선 가는 선 짧은 선 굽은 선 - . 성자들은 굵고 길고 곧은 선을 남겼고 우리는 그 선을 밟으면서 새로운 또 하나의 굵고 길고 곧은 선을 긋고자 몸부림치고 기원하며 번민한다.
 어떠한 삶이 성현들의 선을 그을 수 있는가를 알고 저 일요일이면 법신불 앞에 모인다. 후세에 추앙받는 선을 긋고자 인류사가 얼마나 많은 오류와 비극을 탄생시켰으며 이것대문에 역사는 얼마나 많은 사생아를 분만 했는가 우리는 냉엄하고 준엄하게 심판하고 있다. 오류와 비극과 사생아들을!
 난국에 사는 우리 법신불앞에 함께 모여 인생을 반성하고 이웃을 생각하고 신간을 조각하는 연금사들아! 더덕더덕 찐 마음에 군살을 벗기자. 그리고 눈부신 나체를 과시하자. 어설픈 엘리트 의식! 뒤뚱거리는 공명심! 촌티 나는 거드름! 발가벗고 찬 장두칼! 이 모두가 꼭 벗어야 할 것들이다. 이것으로 신문의 사회면은 더럽혀지고 라디오의 스피커는 때가 묻는다. 이것들이 우리의 역사를 숱한 참상과 눈물로 얼룩지게 했고 절망과 어둠속으로 인류를 유혹하고 있다.
 문제와 찌푸림과 비극으로 점철된 오늘의 상황은 종교인마저도 나약하게 만들고 있으며 감춰 논 양심의 빛을 영원히 꺼버리고 있다.
 허나 역사는 용하게도 진리를 분만하면서 흐르기에 62년 전 전라남도 영광 땅에서 고고히 출산한 것이다. 우린 자부한다. 진리의 씨앗이 심어진 후손임을!
 우린 겸손하다. 그러기에 불우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진리의 숨소리를 듣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첫째 고통 받는 이웃을 이해하고 함께 울자. 몇 년 전 신문사회면을 온통 뒤덮은 한 사건이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시골에서 화전을 갈고 옥수수를 키우며 장가갈 준비를 하던 두메산골 청년이 나부끼는 도회인의 원색의 옷차림과 튕겨대는 기타 소리와 깔깔대는 이성의 합창에 눈이 멀어 총을 훔쳐 쥐고 올라와 서울도심의 다방에서 총알을 난사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 그 젊은이를 잊을 수가 없다. 누가 한이 맺힌 그 가슴에 반항과 부정과 질투를 심었는가? 누가 공이 박힌 그 손에 훔친 총자루를 쥐게 했는가. 철없는 가진 자들과 기후의 변화에 민감한 일부 성직자와 우리들 모두가 그를 죽인 살인자인 것이다. 교과서적인 조리 정연한 도덕이 가난한 이웃의 가슴을 멍들이고 있다는 사실에 우린 관심을 갖고 있다. 이해가 교차하는 사회에서 버려진 찌든 손과 때 묻은 옷이 안주하고 용기를 챙길 곳은 법신불 앞이요, 저들의 가슴을 풍성하게 살찌우는 것이 장엄한 성가요, 우리는 저들의 이웃이요, 친구임을 알아야 한다.
 둘째 가치 있는 보시를 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가 되자.
 가난하고 고통 받는 친구들과 방향마저 상실하고 서성대는 인연 없는 형제들이 우리에게 많은 보시를 갈구하고 있지 않은가? 능력이 있는 자는 가치 있는 보시의 소유자다. 뜻있는 보시는 우리사회에 많은 가능성과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뼈를 깎는 노력 없이 얻어진 것들이 참다운 보시와 연결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공명심과 연결 짓는 보시를 증오한다. 공명심이 다져진 보시는 거드름을 낳고 거드름은 교단의 내일을 어둡게 한다. 행상과 가정부로 평생 모은 사재를 육영사업에 쏟은 필부의 보시에 우린 눈물을 흘리면서 머리 숙이지 않았던가. 맑고 진실 된 보시는 꾸준한 노력의 바탕위에 세운 능력의 것이고 이것이 성불의 첩경임을 우린 안다.
 셋째로 간절한 소망을 갖자. 소망은 야성과 지성을 함양시켜주고 위대한 능력을 낳는다. 물질과 눈치 속에서 너와 내가 방향마저 상실하고 떠내려가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간절한 기도는 내일을 약속하며 역경을 해쳐나가는 슬기를 제시해 준다.
 간절한 기도가 낳은 기적을 소개한다. 2차 대전으로 독자를 일본에 징용 보낸 전라도 지방의 한 어머니는 매일 새벽두시에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일본 땅을 향해 아들의 이름을 3번 불렀다. 그러기를 수년 해방과 함께 목메 그리던 외아들은 살아온 것이다. 함께 간 고향의 친구들은 다 죽고-. 살아온 아들이 어머니 앞에 꿇어앉고 『어느 날 아침 저는 석탄을 캐러 수백 미터 갱 속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헌데 고국에 계시는 어머니가 오셔서 갱 입구에서 내 이름을 부르지 않겠습니까? 반가움에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머니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순간 갱은 무너졌습니다.』
 일원의 동지들아! 우린 이 기적을 어떻게 소화해야 되는가?
 어려운 우리 한국 땅! 개척해야 할 우리교당! 우리 함께 기도하자. 그리고 이마에 굵은 주름살을 자랑하자.
 나와 우리의 가족을 위해서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를 위해서 세계로 향하는 이회상의 비약을 위해서 굵고 길고 곧은 선을 남기기 위해서 우리 모두 손잡고 법신불 앞에 모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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