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단과 지도력 행사
하의(下意) 존중하는 민주 역량을
법력과 지도력이 서로 보완되었으면
행정적인 전문성도 있어야

지난 8월 중앙훈련원에서 개최된 후기 기관 교무훈련 과정에서는 「오늘의 교단 상황에 있어서 지도력」의 문제를 주제로 토론을 가진 바 있다. 다음은 토론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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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단에 있어서 지도력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현대 사회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대는 현대 이전의 사회와는 전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경문명을 대신해서 발생한 과학기술 문명은 오늘의 사회를 산업사회로 변화시켰다. 산업사회는 그 내용에 있어서 여러 가지 성격을 띄고 있다. 넘쳐흐르는 정보와 과거 군주력을 대신하는 조직, 종합보다는 분화를 그리고 보편성보다는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는 사회인 것이다. 한 마디로 복합적이고 다양하며 동태적인 것이 현대 사회의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종적이고 단순했던 과거 시대의 지도자상과 현대의 지도자상은 상당히 다른 면으로 받아들어져야 하다. 과거에서의 지도자란 대체로 개인의 특성이나 또는 자질을 중심으로 평가되었지만 현대에 있어서는 이러한 개인적 특성보다는 지도를 뒷받침하는 상황적 여건이 중요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지도력이란 권한에 의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성격에서 조직의 목표활동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념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권한에 의한 「지배력」과 조직 내에서의 「영향력」이라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는 구분이 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 구분이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조직 내에서 동일한 영향력을 지닌 경우라 하더라도 권한의 상충에 속한 경우와 권한의 하층에 속해 있는 경우의 양자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도자의 위치는 조직 내에서 상층 구조에 속하며 상당한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우를 일컫게 되는 것이다. 지배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우를 「지도력 있는 지도자」라고 하며 지배력만 내세우고 영향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면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지도자는 아닌 것이다.
여기에서 영향력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조직 구성원에 대해 동기를 제공하고 모든 구성원으로 하여금 조직목표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열성적이며 효과적으로 협동하게끔 하는 역할인 것이다.
그런데 전통사회일수록 이러한 영향력보다는 지배력에 의해 지도력을 발휘하려는 경향이 짙은 것이다. 오늘날 교단에서의 지도력이 운운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현대 사회의 특성을 외면한 전통적 의식성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교단에서의 지도력 발휘가 문제되는 것은 민주 역량의 부족이 그 첫 번째라고 하겠다. 신심이라는 이름 아래 맹목적 복종이 요구되고 참다운 공의의 산출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두 번째는 어느 정도의 권한을 위임받은 상층부에서의 책임의식 결여를 지적할 수 있다. 권한만을 내세우고 권한에 따른 의무에 대해서는 철저하려는 경향이 약하다. 개인의 안일을 추구한다고 할는지는 모르겠다. 셋째는 한창 의욕적으로 일해야 할 30대의 젊은 층이 유아로 보호됨으로써 하의상달의 채널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넷째는 법력과 행정력이 겸행되지 않는 것이다. 즉 법력만 중시되고 행정력이 소외되기 때문에 전문성이 결여되어 조직의 장· 단기적인 목표제시가 명쾌하지 못하다. 다섯째는 대체적으로 포용력이 부족한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상의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자질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의 자질은 이념과 지도력과 인격의 면으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이념에 있어서의 좀 더 원불교 이념에 대해 철저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시세에의 편승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정확한 분석력과 빠른 판단력을 갖춘 「의식 있는 지도자」여야 할 것이다. 둘째 지도력에 있어서는 전문 지식의 구비(자신의 업무 또는 기타 분야에 대한) 인간관계의 조정기술, 전문인의 활용능력, 자료에 근거한 공의의 산출능력 등이 요구된다. 셋째 인격적인 면에서는 ① 공심에 바탕한 신념 ② 신심 ③ 신뢰감 ④ 법력 ⑤ 책임감 ⑥ 창의성 ⑦ 결단력 ⑧ 덕(德) ⑨ 사랑(자비· 관심) ⑩ 대의와 공의를 존중 등을 덕목으로 했으면 한다.
오늘날 사회의 선도자로서의 종교의 역할은 역사성 그 어느 때보다도 지난하다. 현대사회가 지니는 특성이 복잡한 것만큼 종교의 역할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따라서 우리의 지도자상도 변화되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즉 사회를 외면하더라도 훌륭한 수행자가 종교의 지도자로서 나타나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에, 우리의 지도자상은 구도자· 수행자로서의 종교적 지도자인 동시에 조직을 이해하고 조직을 재구성할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반적 지도자의 자질을 겸비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종교는 사회를 선도할 능력을 지니며 동시에 현대 종교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완전하며 첩경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도자의 자질 향상의 길은 무엇인가. 먼저 인재선발 과정이 검토돼야 한다. 교역자에의 길은 「뜻」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뜻」과 함께 「능력」에 대해서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론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가 계속돼야 한다. 현대 사회를 이해하고 현실 인식 능력을 높이며 교리나 사상을 재구성할 수 있는 사고의 단련 등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재교육이 필요하다. 정기훈련의 방향을 조정하고 단기적인 전문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대학원 교육은 가능한 한 문호가 넓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시대를 호흡하고 사회를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될 것이다.
<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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