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경산종법사는 새해를 맞아 첫째, 본심의 가르침에 따르는 도덕적인 인물로 거듭나야 하며, 둘째,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을 속이지 말고 사람을 속이지 말고 진리를 속이지 않는 참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며, 셋째, 원칙은 우리 사회질서의 바탕이며 공존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며 목탁과 같은 것이므로 존중하고, 넷째, 나만 잘 살고 나만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은 결국 버림을 받아 홀로 설 수도 없고 영원히 성공할 수도 없으니 이웃과 함께 잘 살자는 도덕부활의 메시지를 천명하셨다. 원기94년. 한 해를 시작하며 모두가 희망을 노래하고 새로운 다짐도 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순간에 서 있다. 일주일이 지나면 94년은 영원히 역사 속에 묻혀 버리고 만다.

연말이면 한국 사회의 한 해 모습을 풍자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가 나와 주목을 끌곤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한 사자성어는 '방기곡경'이다. 교수신문이 교수와 일간지 칼럼니스트 등 지식인 216명에게 물어 올해의 사자성어를 심사한 결과이다.

'방기곡경(旁岐曲逕 곁 방, 갈림길 기, 굽을 곡, 지름길 경)'은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로써, 바른길을 따라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 억지로 꾸려낸다는 것을 비유할 때 주로 쓰인다. '방기곡경'이 뽑힌 것은 세종시 추진안 수정, 4대강 살리기 사업 강행, 미디어법 처리 등 굵직한 정책들이 샛길 또는 굽은 길로 돌아갔음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이 말은 조선 중기 유학자 율곡 이이가 <동호문답(東湖問答)>에서 군자와 소인을 가려내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소인배는 '제왕의 귀를 막아 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송강 정철에게 보낸 편지에서 "공론(公論)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방기곡경'을 찾아 억지로 들어가려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곁가지나 굽은 지름길이 빠르고 편한 것이 아니라 원칙과 규범에 맞는 든든한 길이 전체와 미래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편법과 수기응변은 작은 눈앞의 일은 이루어지나 앞날의 큰 일에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참 많은 업을 쌓으며 한 해를 엮어왔다. 속 깊은 반성으로 청산하고 버리고 놓아서 가볍게 원기95년을 맞이하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