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가 저물어가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흰 눈이 펑펑 내려 올해의 온갖 시름들을 말끔히 씻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흰눈과 함께 감상할만한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는 '나 홀로 집에(Home Alone)'가 떠오르고, 푸치니의 3대 걸작 가운데 하나인 오페라 '라 보엠' 또한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라 보엠이란 보헤미안 기질을 뜻하고 예술가 또는 그런 사람들이 세속 풍습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게 지내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푸치니의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풍부하고 극적인 선율로 감동을 안겨주는 걸작인 '라 보엠'에는 주인공인 시인 루돌프와 화가인 마르첼로 음악가인 쇼나르, 철학자인 코르리네 등 4명의 방랑생활과 우정 그리고 폐결핵을 앓는 가난한 처녀 미미와 그녀의 친구인 무제타가 등장해서 극을 끌어간다.

줄거리는 세 사람의 예술가와 철학자가 파리의 뒷골목 다락방에서 공동생활을 하는데, 너무 가난해서 장작대신 원고지로 난로를 피워 추위를 이겨내며 서로 순수와 열정으로 뭉쳐진 따뜻한 우정을 보여준다.

어느 크리스마스이브에 네 사람은 시내에 있는 카페 '모무스'에 갔다. 그 때 루돌프는 잠시 후 따라가겠노라 약속하고 글을 쓰고 있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미미가 불씨를 빌리러 온다. 촛불이 꺼진 방에서 열쇠를 찾다 두 사람의 손은 맞닿게 된다. 이 때 그 유명한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이 흐르고 뒤이어 '내 이름은 미미'라는 아름다운 아리아가 미미에 의해 불려지고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가난했기에 폐병에 걸린 미미를 부양할 수 없어 헤어지게 된다. 잠시 헤어졌던 거리의 여인 무제타와 마르첼로도 다시 만나지만,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병세가 악화된 미미를 무제타가 발견해서 다락방으로 데려오지만 안타깝게도 루돌프의 품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실제로 이 곡을 작곡할 당시 푸치니는 밀라노에 살면서 가난하여 보헤미안적 생활을 체험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실감나고 아름답게 쓰여 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라보엠에는 무제타의 아리아 '내가 길을 걸으면'도 잘 알려져서 'Don't You Know'라는 팝송으로 불렸고, 철학자 콜리네가 부르는 '외투의 노래'도 유명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 '라 보엠'을 감상하면서 메말라가는 우리의 감성을 촉촉한 감동으로 적셔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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