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와 교단의 운영방향

본사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본격화될 지방자치시대를 앞두고 교단의 대응방안을 모색키 위한 대담을 가졌다.

대담
이성은 교무<충북교구장>
박종주 교수 <교도원광대 행정학과>

교구자치제와 지방화의 의미
 박종주 : 요즘들어 세계화 지방화 정보화라는 용어들이 부쩍 많이 사용됩니다. 특히 지방의회 및 자치단체장 선거를 얼마 남겨놓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지방화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새롭게 들려옵니다. 지방화란 크게 민주화와 관련한 권력의 지방 분산, 낙후된 지방경제의 활성화, 각 지방의 특성화라는 세가지 의미로 파악해 볼 수 있습니다.
 이성은 : 그동안 우리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 있어 중앙 집중현상이 두드러져 서울은 일류, 지방은 이류라는 식의 인식이 크게 지배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방화는 이러한 편중된 국가발전의 개념을 탈피하여 전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의미합니다. 교구자치제도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방화의 개념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교구자치제는 각 교구의 자생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구를 너무 세분화하고 있어 재정자립도가 매우 취약한 형편이라 걱정이 됩니다.
 박 : 지방화가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전제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지방시대가 열리게 되면 당분간은 그동안 축적된 재정자립도에 따라 오히려 각지방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현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지방화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논리는 우리교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교구자치제가 자생능력을 가지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설사 처음단계에 있어서는 교구간의 격차가 았을지도 모르나 중앙의 적절한 조율 등을 통해서 이을 극복해나가면 멀지 않은 장래에 곧 정착되어질 것이라 봅니다.
사회교화 바탕 형성필요
 이 : 교단에 있어 지방화, 즉 교구 자치의 진정한 의미는 교구의 자율권 신장이라는데 있습니다. 교구자율권이 신장해 가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지역주민과 애환을 함께 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지역사회를 교화해 나갈 수 없습니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인사를 배정을 하는 행태에 대해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일은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인사제도도 충분히 검토를 거쳐야 하리라 봅니다.
 또 그동안 사회적으로 각 종교단체들이 교단의 양적 팽창에만 노력하였을 뿐 사회환원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아 왔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이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자기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도들에게 들어오는 보은금을 다시 그 지역사회에 재투자함으로써 원불교가 지역사회에 꼭 있어야 할 종교라는 인식을 확산해갈 필요가 있습니다. 교단의 본래 목적, 즉 공중에의 헌신이 이루어질 때 교화는 저절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박 : 이와 아울러 교도들의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참여의 폭을 넓혀서 지방사회의 지도자로 키우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현실은 하나의 정치과정이고 힘의 역학관계에 의해 움직여 갑니다. 따라서 교도들이 시의회나 광역의회에 진출해서 우리의 교법정신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제 중요한 일은 자발적 시민문화, 참여의 시민문화를 형성하고 이를 널리 확산시켜 가는 일입니다.
특성있는 교화프로그램 개발
 이 : 각 교구의 자립도를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교구마다 특성있는 교화프로그램이 준비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은 시작단계여서 시행 착오는 있겠지만 중앙은 각 교구에 이관할 것은 가감하게 이관하고(대외적인 문제라든지 사회참여의 한계를 정하는 정도만 남기고) 고급 교화정책을 개발하는데 신경을 써야합니다. 또한 각 교구나 교당에서는 교구중심, 교당중심의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박 : 지방화는 지방을 특성화시킨다는 의미가 매우 큽니다. 교화는 각 교구의 특성을 살리고 생명력을 갖출 때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과거의 획일적인 교정운영에서 벗어나 좀 더 탄력적이고 지방의 특성에 맞는 교화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지방화시대의 핵심은 교리정신에 바탕한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있습니다. 각 지역의 향토사를 연구하여 교화의 소재를 찾아낸다거나 지역사회의 환경오염을 막아낼 수 있는 단체 등을 만들어 활동을 한다거나 또 선문화원을 운영하는 일,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노후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 등 지역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교화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우선되어야지요.
교도조직, 대 사회조직으로
 이 : 교화는 대화와 접촉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유능한 설교나 유능한 조직관리보다는 인견과 인격이 만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때문에 교당은 지역사회의 만남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박 : 요즈음 기업들은 한결같이 고객만족을 이야기합니다. 교무님들도 만족시키는 교화,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교화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인에게 물자절약 또는 자원재활용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징적으로도 자원재활용의 작업장을 교당에 설치하고 장애인이나 노인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여성인력의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도 해봄직 합니다. 예를 들어 여성인력은행 같은 것이 적당할 걸로 보는데 교도들의 인적사항을 자세히 입력해서 상호필요에 따라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이 : 그러기 위해선 조직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 각 교당마다 봉공회가 있는데 앞으로는 단순히 교당 봉공회가 아니라 지역사회 봉공회로 거듭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원불교인 아닌 다른 사람도 봉공활동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모두 들어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청년회나 청운회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들이 교당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크게 변화도 없고 발전도 별반 되지 않고 있는 것이지요.
 박 : 이제는 우리 교단에서 펼치고 있는 순수한 봉사보은프로그램이 좀더 사회적, 공적 성격을 띠는 프로그램으로 전환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더 사회와 밀착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 : 각 종교단체들이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역기능적인 면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리기는 하지만 우리 교단도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나 둘 정도는 대형교당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또한 대형교당의 설치로 발생하는 문제들은 회화나 훈련을 중심으로 하는 심화교당을 만들어 해결하는 것도 아울러 진행되어야지요. 또 단순히 교당을 양적으로 늘려 혼자 사는 교역자를 증가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교화의 질적향상을 위해 두 사람 이상 사는 교당을 늘려가는 것이 더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는 상하관계로서 두 교역자를 배치한다는 의미가 이니라 교화활성화를 위한 팀웍을 형성시킬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박 : 거기에 따라 교당이 봉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삼위일체가 되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요.


정리오정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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