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믿는 사람들 -인천 새마음 중 고등하교를 찾아 -
감사할 줄 아는 인간상을 확립
새생활 개척 수련일기 덕목은 교전의 영향
헌 책방에서 교전을....

인천 새마음 중  고등학교 언뜻 들으면 어느 종교단체에서 부설한 도덕 훈련학교 같기도 하지만 근로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정규 중  고등학교이다.
인천새마음 중  고등학교를 찾은 것은 이 학교를 설립하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권영길 교장(법명 도길)이 학교 운영이나 학생지도에 있어 소태산 대종사의 이념을 하나 하나 실천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권교장은 금년 1월에 정식으로 입교하여 원불교 법명을 받았지만 원불교를 알게된 것은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은 7년 전이다.
당시 불교에 심취하여 본교 학생활동도 하면서 일반 종교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많은 책을 읽던 중 청계천 헌 책점에서 원불교 교전을 입수하여 읽고는 많은 감명을 얻었다고 한다.   교전에서 받은 감명는 근로청소년을 위한 학교설립의 꿈이 이루어지자 근로청소년 교육은 도덕교육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나타난 것이다.
도덕적인 일등 국민 육성
근로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비정규학교들이 대개 공장의 헌 건물을 빌려 한판으로 칸막이를 하여 교실을 만들거나 아니면 공공건물 한쪽을 빌려 임시 교실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영세민이 몰려사는 지역은 천막을 치거나 겨우 하늘만 가린 창고처럼 생긴 교실에서 1백명 안팎의 학생을 지도하는 것이 보통의 일이라 학교를 찾는 일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주소만 들고 나선 초행길에 밤에 가야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이 인천교당에 들려 안정진 교무의 소개로 권영길 교장을 만났다.
30세의 권교장은 험난한 근로청소년 교육을 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종교계통에서 수양을 하는 사람처럼 조그마한 체구에 차분하고 다정스럽게 보였다.
권교장의 안내로 학교에 도착하자 나의 생각은 빗나가고 말았다.   빌려 쓰고는 있지만 시내 중심지의 3층 건물로 아래층 입구에 인천새마음 중  고등학교란 나무현판이 버젓이 붙어 있고 중학교 3학급에 2백명, 고등학교 8학급에 3백50명이란다.
입구에 들어서자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맞은편 벽에 이 학교 교육목표인 도덕적인 일등국민 육성이란 큰 글씨 밑으로 교훈인격  지혜  용기와 4월의 생활표준인 1. 긍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가(방글방글 운동 실천하기) 2. 저축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가(하루 10원씩이라도 저축하기)가 적혀 있다.
권교장은 교훈을 세가지 큰 자본이라며 인격은 거짓없는 것으로 수양심이며, 지혜는 인과를 아는 것으로 연구심이며, 용기는 알면 하는 것으로 결단심이다고 설명한다.
2층에 있는 10평 남짓한 교무실에는 14명 교사들의 책상이 꽉차 있고 한쪽 구석에서는 등사판을 놓고 무엇인가 등사를 하고 있어 등사잉크 냄새가 진했다.
반대편 구석으로 병원 진찰실에서 흔히 보는 알미늄샷시 가리개 뒤에 교장선생의 책상과 책장이 있고 그 앞에 옹색스럽게 손님용 의자가 네 개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자 문교성 교감이 와서 합장으로 인사한다.
권교장 책상위에는 대종사님과 대산종법사님의 영정, 전무출신의 도가 가지런히 유리판 밑에 눌려 있다.   책장에는 여러 종교 서적과 함께 교전정전대의(대산종법사 법문)원불교학개론(원광대편)교전공부(신도형교무저)이 꽂혀 있다.
월수입 5만원의 가장학생
근로청소년들이 모두 그렇듯이 인천새마음학교 학생 5백50여명도 마찬가지다.
90%이상이 불우한 환경 때문에 취한기를 놓친 청소년들이며 현재 취학기인데도 돈이 없어 취학치 못한 학생도 10%정도이다.   취학기인 10%의 학생들도 의무교육이 실시된다 해도 학교에 진학할 수 없는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자기가 돈을 벌어야 가정을 돌볼 수 있는 청소년들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나이는 14세에서 28세까지이며 20세 전후가 제일 많다.   고향은 모두 시골농촌으로 부모를 따라 떠나온 학생과 혼자 떠나와 자취를 하며 주로 중소기업의 생산직에서 일하고 있다.
학생들이 낮에 일하고 받는 월급은 5~6만원이며, 8~9만원을 받는 학생은 극소수라고 한다.   5~6만원을 받아 2만5천원을 저축하는 학생이 있으며 매월 1만원씩 시골집에 부쳐주면서 학교에 7천5백원을 내고 나머지는 자취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인천에 가정이 있는 학생은 받은 월급을 전부 가정에 맡기고 학비만 얻어 쓴다고 하니 택시를 타고 고속도로에서 과외공부 한다는 일부 특권층 자녀들 이야기는 신문기사 속의 이야기이다.
어느 학생은 매일 시내버스비 1백20월을 아끼기 위해 고된 작업을 마치고 통학길을 걸어서 다닌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돈에 인색하거나 인정에 메말라 있지는 않다.   겹친 피로에 급성폐결핵으로 수업도중 쓰러진 학우를 위해 며칠사이에 15만원의 성금이 모금되기도 하고 간호할 사람이 없자 한 급우는 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10여일간의 병간호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권교장은 이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은 자기들이 배우겠다는 의지와 신념이 강한 것도 있지만 그래도 경제적 형편이 나은 아이들이라며 학교에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근로청소년 중 취학기를 놓친 수는 줄잡아 1백만명, 이중에서 정규교육기관인 산업체 부설학교와 일반 학교에 병설되어 있는 야간특별학급에서 6만여명이 공부하고 있으며 비정규교육기관에서 3만여명이니 공부하는 근로청소년은 10%정도이다.
근로청소년들이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떠나온 이유는 거의가 돈보다 배움의 길을 찾겠다는 포부라고 한다.   인천새마음 학교에도 매월 7천5백원씩 내는 것을 못내는 아이들이 전교생의 10%정도이며, 직장을 잃어 갈곳이 없는 아이들은 지하실에 임시 숙소를 마련하여 주고 식량도 학교에서 제공하고 있었다.   현재 7명의 학생이 지하실에서 합숙을 하며 공부하고 있었다.
인천새마음학교 학생모집 안내서 첫 장에 배울 때 어려움은 잠깐이지만, 못 배운 서러움은 한 평생이다는 슬로건이 얼마나 절실한 문구인지 실감이 났다.
심전가꾸는 수련일기
권교장은 학생들의 교육에 대해 가난으로 인해 패배의식이나 사회를 보는 부정적인 눈과 불만을 해소시키기 위해 감사할 줄 아는 긍정적인 인간상을 확립하여 주고 학식만 있는 인간이 아니라 도덕심이 있는 덕성 교육에 중점 두고 있다고 했다.
인천새마음 학교에는 전임교사 12명, 강사 3명이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데 전임교사는 수업이 없는 낮에도 출근하여 학생들의 직장문제, 가정방문 상담, 교과 과정 연구, 학교자활 대책 연구 등을 한다.
지금 비록 가난하고 어렵게 살지만 돈을 벌라, 높은 사람이 되라 등 영웅심이나 위안의 교육이 아니라 구멍가게를 하는 외판원을 하든 어느 곳에서 무슨일을 하든지 자신감과 긍지로 살 수 있는 사람을 만들고 있다.
매년 신입생이 들어오면 도덕훈련(생활개척수련학교)을 6일간 실시한다.   학교에서 2일간 자체수련을 갖고 4일간은 부평시 공보관을 빌려 사람들을 초청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적극적인 사고와 긍정적인 생활을 길러 준다.
6일간은 매일 수련일기를 쓰게 하는데 덕목을 정하여 주고 실시했으면 , 중간정도면 , 실시치 못했으면 를 치게 하여 마음 한번 쓰고 행동 하나 하는 것을 일일이 점검하고 뒤에는 그날의 감각감상을 적게 하고 있다.
수련일기 덕목을 보면 매일반성 : 무슨 일이든지 잘못된 일이 있으면 남을 원망하지 않고 자기를 살피는가 등 9개 덕목, 신언: 남의 잘못이나 허물을 함부로 들추어 내지 않는 등 11개 덕목, 감사: 평소의 큰 은혜를 잊고 조금 섭섭한 일에 원망하지 않는가 등 3개 덕목, 침착: 어려운 일 앞에서도 침착하고 자신 있게 일을 처리하는가 등 9개 덕목, 근면: 늘 유익한 일에 시간을 쓰고 있는가 등 5개 덕목, 청결: 항상 제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가 등 6개 덕목, 예절: 작은 일도 항상 양보하고 겸양하는가 등 9개 덕목으로 총 8개항에 57개 덕목이다.
권교장은 수련일기의 수련덕목들은 평소 내 마음속에 갖고 있던 신념과 원불교 교전에서 인격 완성에 필요한 항목이나 학생들이 생활속에서 지켜야 할 조항들을 그대로 따오거나 말을 바꾸어 많이 인용했다고 한다.
교사 20명은 도덕교육을 위하여 지난 2월 논산군 두마면에 있는 원불교 삼동원에서 2박3일간 원불교 훈련을 받고 7명이 입교를 했다.   지난해까지(7회) 학생들의 도덕교육을 위하여 실시한 생활 개척 학교를 금년부터 도덕훈련으로 바꾸고 금년 도덕훈련은 새마음 새사람 새생활 새사회주제로 교단에서 김보현 교무(서울 중구교당), 장응철 교무(서울사무소 사무장), 김도융 교수(원광대  원불교청년회)을 초청하였다.   도덕훈련을 받고난 학생들은 수련일기에 감상을 이렇게 적고 있다.
유순자양(3년)은 주는 것은 받을 것을 저축하는 사람이며 받고만 있는 사람은 빼앗기고 있는 사람임을 알았다고.   1학년 전금옥양은 항상 바르게 살면 잘 살수 있다는 신념 아래 분별있고 결단성 있게 사는 생활을 다짐하고 있으며, 이정란양(3년)은 선을 뿌리면 선을 얻고 악을 뿌리면 악을 거둔다는 평범한 말이 다시 새겨져 봉사정신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도덕훈련을 통하여 원불교를 알게 된 엄명자양(1년)은 교당을 찾은 후 소감을 한가지씩 마음의 병을 고쳐 영원한 나를 구원해 가는 것이 성자되는 길임을 알았다며 나도 그런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옳은 진리를 듣고 훈련 받으면서 살고 싶다고 적었다.
새벽을 믿는 사람들
권교장은 대학재학 시절 친구 권유로 부평에 있는 근로청소년을 위한 야간학교에 강사로 나간 것이 인연이 되어 현 인천새마음 중고등학교를 권영구  권영만 형제의 도움으로 78년 개교했다.
권교장과 뜻을 같이했던 개교 동료들, 동생 권광점(법명 인길) 영육(덕길)씨의 협조와 도움, 현재 봉직하고 있는 12명 전임교사들의 혈심 봉사가 오늘의 인천 새마음 학교를 이루고 있다.
그간 4회 졸업생으로 6백여명을 배출했는데 현재 대학생도 15명(방송통신대학포함)이며 공주사대에 다니는 졸업생은 이 학교에서 받은 정신으로 양말장사를 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중학교 졸업자 중에는 매년 15명 정도가 일반 고교에 진학한다고 한다.
책 3천5백권에 80석을 갖춘 도서실, 상과반을 위하여 타이프 36대를 갖춘 타이프실, 학교자활을 위하여 학생들의 저축금(학교은행) 1천여만원을 투자한 한울문화사(문구림).
권교장은 지난 3월 종로교당에서 전달한 50만원의 장학금으로 타이프 6대를 더 들여놓게 되어 부족된 타이프를 일부라도 보충하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교사들은 오전 10시까지 모두 출근하여 조회를 하는데 5분간 묵상(입정)을 갖고 원불교 교전 대종경을 봉독한 후 그날의 일을 의논한다.
학생들의 부모가 불구자나 환자, 고물장수, 품팔이 막노동자, 공장의 잡부, 시장에서 노점상 등 불행하고 어두운 사회의 밑바닥 살이지만 학생들의 미래는 교사, 작가, 간호원, 사관생 등 한결같이 사회의 봉사자를 꿈꾸고 있다.
불행한 오늘을 한탄하거나 남을 미워하지 않고 오직 자기가 노력해서 이루겠다는 이들의 자신감과 용기, 정직하게 살려는 신념과 긍지가 꺾이지 않고 꿈이 아닌 현실이 될 때 우리 사회는 바로 정의와 복지 사회일 것이다.<박달실 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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