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본질은 무너져 가는가

정신적 가치가 물질적 가치위에 설 때 개인 행복 사회 번영 함께 이뤄진다
현대에서 인간회복을 주창하게 되는 것은 인간 본연의 모습이 본래적으로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현대에 와서 상실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회복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우선 인간본연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살펴 보면 첫째, 인간은 자유의 주체자, 즉 자신의 주인공으로 파악된다.   자기 자신의 신념과 계획에 따라 각자의 삶을 영위한다.   둘째는 인간은 이성적 존재 또는 지성적 존재이다.   사리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며 타인의 입장도 나와 동등하게 존중하는 것이 이성적인 사람의 특징이다.  셋째, 사람은 본래 인정이 두텁다.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어렵고 약한 사람을 도와 주고 우정과 의리를 종중한다.   넷째,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본질이다.   학문  예술  종교 변하지 않는 우정  사랑 등 오래 지속하는 가치를 추구한다.
종합적으로 말해서 인간은 정신적  인간적 가치를 비물질적  비인간적 가치보다 더 숭상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정신적 가치를 내면적 가치로 볼 수 있는데 인격  학문  예술  종교  우정  사랑  사회평화와 정의  생명  건강 등이 이에 해당되며 반대로 재산  지위  명예  향락 등을 외면적 가치로 구분한다.
현대에 와서 특히 인간 본연의 모습이 강조되는 것은 대체적으로 조직과 기계에 얽매이고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어 자기 자신의 주인공으로 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개성을 상실하고 외부의 영향에 끌려 다니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도구시  상품시되어 인격에 따라 평가받지 못하고 재산과 능력에 따라 평가받으며 동시에 자신만을 생각하고 타인의 입장과 권익은 돌보지 않고 있다.   또한 과거에 비해 인심이 각박해져 인간관계가 보다 고독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같이 현대인의 생활 모습에서 인간 본질이 무너져 가고 있는 원인은 다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공업화 함에 따라 물질주의적 인생관  세계관이 주를 이뤄 상업주의적 생활태도가 번지면서 일반문화가 금전문화로 바뀌어 경제적 가치가 다른 가치를 누르면서 내면적 가치가 하락하고 말았다.
둘째, 인구가 급격히 팽창, 도시화 경향이 나타나면서 자연히 생존경쟁  사회경쟁이 치열하여 소박한 인심이 소멸되었다.
셋째, 서구의 개인주의가 물질주의와 야합, 이기주의로 변질되어 외면적 가치가 더욱 환영받고 있다.
이와 같은 가치체계의 전도에는 두 가지 면에서 폐단이 생긴다.   하나는 의식주와 일상생활에서 몸은 비록 편리한 행복을 누리나 마음은 오히려 더욱 불안해 지며, 또한 개인이 추구하는 행복의 길과 국가  사회가 추구하는 전체 번영의 길 사이에 갈등이 생겨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있으나 실제 행동하는 사람은 비교적 적다.   그것은 결국 국가 사회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개인  가정의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이 더 강렬하기 때문이다.   가치체계의 전도에 따라 개인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는 외면적 가치를 추구하게 되는데 국가 사회의 번영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생활태도가 요구되지 않는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러한 외면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그 경쟁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서로가 경쟁자가 되고 심지어는 적이 되는 상황에서 더욱 전체를 위한 협력은 어려워 진다.
그러나 국가  사회에서 요구되는 행동은 공동목표를 위한 협동인데 개인의 행복만을 추구할 때는 국가 사회를 위해 일하기 어렵다.   반대로 개인  가정의 행복과 이웃과의 화목을 위해서도 내면적 가치가 존중된다면 상호 이해관계의 대립에서 탈피, 경쟁할 이유가 없어지고 서로 협동해서 국가사회의 공동목표를 위해 행동하게 되면 개인 행복의 길과 국가 번영의 길이 일치하여 갈등없이 조화있는 행복을 추구 할 수 있다.
만약 외면적 가치보다 내면적 가치를 더 숭상하는 가치풍토를 갖게 되면 인간을 인간으로서 귀중히 대접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정신생활을 음미하는 생활을 하게 되고, 적대관계와 경쟁관계가 완화되어 평화  화목하게 지내고 따라서 정신문화가 크게 번영하여 높은 가치를 추구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일반적으로 가치체계의 높고 낮음은 생명이 오래 지속되는 가치, 목적을 위한 수단가치보다 그 자체가 목적인 가치, 분배하기 어렵거나 분배하더라도 돌아가는 혜택이 보잘 것 없는 가치보다 분배해서 균등한 혜택을 입을 수 있고 분배하더라도 그 가치에 하등의 손상이 없는 가치등이 우위에 선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치체계의 고에 대한 이론적 근거에 비추어 보나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번영을 양립조화하기 위한 차원에서나 공히 내면적 가치가 우위에 서야하는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내면적 가치가 우선하는 인간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치  언론  교육  종교계 등 사회 각 방면이 상호 긴밀한 협조와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학문  예술  종교 등을 숭상하도록 하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경제 번영도 중요하지만 내면적 가치를 숭상하는 정책으로 본연의 모습을 발전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의식구조에서도 재산  권력  지위 등을 출세와 존경의 대상으로 보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언론인 측면에서도 예를 들어 학자가 정치를 맡았다고 해서 발탁  기용  승진되었다고하는 오도는 삼가야 한다.   그리고 가정  학교  사회를 연결하는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내면적 가치를 심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가정교육에서 출세를 종용하는 것보다 인정 있고 신앙심을 길러주며 예술을 사랑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학교에서도 전문교육, 직업교육도 중요하나 인격교육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종교계는 유한한 인간으로서 한계성을 인식하고 이를 초탈하는 본연의 종교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우주의 무한한 이법에 대한 겸허하고 경건한 태도를 가르치는 종교가 도움이 된다.
<이 글은 지난 4월18일 광주교구에서 주최한 사상강연회 때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주>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