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사회와 그 치료법
조직화 속에 개성을 상실한 현대
은혜 실천으로 병든 사회를 치료

의식주의 문제해결이 지상의 과제였던 옛 동양의 빈곤 사회의 속담에 슬픔중에 배고픈 슬픔이 제일가는 슬픔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의식주의 문제해결을 완전히 한연후의 오늘날의 서양적 풍요 사회의 속담에는 슬픔중에 배부른 다음에 오는 허탈감이 제일가는 슬픔이라 했습니다.
세계에서 복지사회 제도가 가장 잘 시행되어 있다는 서양의 핀란드와 덴마크, 그리고 동양의 대만과 일본이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통계보도가 몇 년전에 나왔습니다.
여러분!
과학문명의 첨단을 걷고 잇는 현대.   그러나 현대를 일컬어 위기의 시대라 합니다.   물질적 풍요속에서 느끼는 정신적 빈곤, 조직화속에 개성상실, 외적 확대속에 내적 위축, 소외현상 등 이러다가는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인류의 존망 및 인간의 존재 자체의 문제로까지 번지게 될 것이라며 이제 인간은 정신적 존재로서 물질만으로는 채움 받을 수 없는 그 무엇을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근래 우리 인류는 절실히 느끼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때에 많은 사회학자들이 사회병리와 그에 따른 여러 가지 학설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학문의 대상으로 그치고 저층사회까지 확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역사가 토인비 교수는 종교야말로 인류의 흥망성회하는 문명속에서 최후로 인류를 결합시킬 연결대의 작용을 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회의 구원은 종교의 사명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종교의 성현들께서도 사회의 병폐를 진단하셨지만 시대와 지역의 차이, 그리고 현시대에 전 인류에 큰 공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는 뭔가 새로운 종교, 새로운 지도자, 새로운 진리를 갈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새 시대, 새 역사를 개척하는 우리 원불교가 이제 전 세계 인류에게 구원의 황금 밧줄을 내려아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한 때에 지극히 평범하셨던 성자 우리 대종사님께서는 무지와 암흑의 이 사회에 출현하시어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횃불을 드시고 매우 소박하신 표현으로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을 내놓으셨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병든 사회를 6가지 병증으로 말씀하시고, 그 병폐 현상을 3가지 증후로 나타내시었으며 이 병든 사회를 건지는 처방을 여섯 가지로 내놓으셨습니다.
여러분!
저는 현재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이제부터 초등학교 교사로서 아동들에게 비친 병든 사회와 치료법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천진난만 하다는 아동들의 생활 속에서 이미 6가지의 병증이 발견되는 것을 통감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산수시간이 되었습니다.   저학년의 아동입니다.   20더하기 30을 모르는 아동에게 20원 더하기 30원은 얼마입니까?하고 질문을 던지면 이내 50원 입니다하고 여유있게 대답합니다.
이웃집 꼬마엑 3백원짜리 과자와 동전 1백원을 내놓으면 어떤 것을 고를까 망설입니다.   벌써부터 돈에 매혹을 당하여 장차 돈의 병에 걸릴것이 우려됩니다.
하루의 학교생활에서 다른 급우들의 잘못을 담임인 저에게 와서 고자질하는 아동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면 고자질 당한 아동은 고자질한 아이에게 너 다음에 보자하며 으름장을 놓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어린이때부터 나의 잘못을 느끼고 반성하기에 앞서 남의 잘못만을 살핍니다.   이러한 정신이 커가면서 점차 원망의 병에 걸리고 말 것입니다.
불우학우 돕기 행사가 있은 후 운동장 조회 때 모금으로 산 학용품들을 전교 아동들 앞에서 전달합니다.   이때 저 뒷줄에 서 있던 부잣집 아동의 입에서 절로 나오는 말, 야좋겠다합니다.   우리가 좀더 도와주었어야 할건데...하고 생각하는 아동은 거의 없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남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아동을 부러워하는 하는 심리, 이러한 마음이 크면 놀고 먹으려하는 의뢰의 병의 씨앗이 되어 갈 것입니다.
지진아 구제를 위한 사랑의 반특별 지도시간이 되면 우수아와 지진아로 짝을 지워 서로 묻고 가르쳐 주도록 해 봅니다.   그러나 아내 무언의 싸움이 일어납니다.   지진아의생각은 아무리 내가 공부를 못한다지만 같은 친구에게 배우기 싫다는 것입니다.   벌써부터 배울 줄 모르는 병이 엿보입니다.
우수아와 열등아를 짝을 지어 앉혀 놓으면 두 아동은 서로 반목질시 합니다.   우수아는 저런 공부도 못하는 녀석과 말도 하기 싫다는 것입니다.   이럴때에 가르칠 줄 모르는 병이 보입니다.
청소시간입니다.   창문을 열어요하고 말하면 누구하나 창문을 열려고 하지 않고 서로 미루고 눈치만 살핍니다.   소풍간 날, 운동장 집결 후에 출발하고 나면 운동장을 꽉매운 휴지들, 옆에 짝이 연필 좀 빌려다오 하면 네 연필은 왜 안가지고 다니니?하며 빌려주지 않습니다.   서로 서로 공익심이 부족합니다.
그러한 아동들을 매일 매일 지켜보면서 씁쓸하고 슬픈 미소를 짓습니다.   이 병든 사회를 건지자면 바로 어린이때부터 건져 내여야 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그러면 교사로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목표를 세우기를 참된 종교심을 기르자로 세우고, 이 아동들에게 사은의 은혜를 자각케 해주자고 작정, 학급 이름을 은혜반이라 붙이고 정의 교사명은 은혜를 실천하고 가르치는 교사로 정하였으며 급훈을 은혜를 알고 감사보은하는 어린이로 정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은혜를 느끼도록 사은을 가르쳐 봅니다.
하늘과 땅, 공기 등 천지 자연에 그 은혜 감사합니다.
나를 있게 해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   나의 친한 친구 은철이를 낳아 주신 은철이 부모님 감사합니다.   우리 선생님을 낳아주신 선생님의 부모님 감사합니다.   모든 부모님들 감사합니다.
이 연필을 만들어 주신 공장의 아저씨들 감사합니다.   도시락밥을 보며 농부아저씨들 감사합니다.  이제보니 서로서로 돕고 살아가고 있구나, 동포님들 감사합니다.
우리 학교생활규칙, 어린이 헌장, 어린이날을 공휴일로 해주시는 등 법률님 감사합니다.
매사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다 등의 말로써 매일매일 은혜를 느끼고 생활하도록 지도해 봅니다.
그 결과를 일기장으로 맺어 봅니다.
일기의 이름을 저희반에서는 은혜일기라 이름하고 우선은 매일 고마웠던 이야기를 한가지 이상씩 써보기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써 소소한 일에까지 매사에 은혜를 발견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이것이 잘 되어지면 그 때는 오늘 내가 발견하고 느낀 은혜를 보은하기 위한 나의 다짐이라든가 또는 곧바로 실행에 옮긴 일등에 대해서 쓰려는 지도를 하여 은혜를 느끼기만 할 것이 아니라 보은하는 어린이로 키워 나갈 계획입니다.
이리하여 은혜의 정신으로 가다듬어진 제2세들이 이 사회의 젊은 역군이 되어 간다면 이 사회의 병든 구석구석들을 말끔이 지워가리라 믿으며 저는 지식을 훌륭히 가르치는 교사이기에 앞서 은혜를 가르치고 실천하는 은혜의 사도, 더욱 더 힘차고 굳센 원불교 청년으로서 은혜의 깃발을 높이 들고 일원대도의 사도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
(제5회 전국청년 교리강연대회가 5월8일부터 9일까지 이틀동인 이리교당에서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이란 주제로 개최되었다.   윗글은 연중행사로 열렸던 이 번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광주교구 유관호군의 강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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