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상문
투쟁은 이타가 균형되지 못한데 원인

다음의 글은 경성지부 제2회 전무출신 실행단 중앙단원으로서 원기14년 11월 16일에 익산 본관 교무부에 제출한 감상담이다.
번화한 대 경성의 시가를 멀리한 동대문 밖 오직 쓸쓸한 창신동 꼭대기에서 아무 세상 형편을 모르고 다못 수3인이 서로 위안하며 그날 그날을 지내오던 영신은 어떠한 일로 계동 이모집을 가게되어 문을 나섰다.   아직 속념이 가시지 못한 영신의 안전에는 우선 전차가 먼저 마음을 끌었다.   그러나 한번 취사를 하였다.
긴급사도 아니다.   시간 작정도 없다.   더욱이 일분일리도 수집하여 사실상 미력이나마 보충하여야만 될 나의 처지로선 전차가 불가하다는 데로 귀결을 지었다.   서서히 보행키로 확정하였다.  
종로 5정목을 지나 종로 앞을 거쳐 슬네골 긴 담을 끼고 오다가 창덕궁 앞을 나왔다.
천만 의외이다.   노상에는 순사가 드문드문 수십 명이 늘어 서있다.   휘문고보 교전에는 더욱 순사가 많이 서서 수직하는 모양이다.   학생들은 책보를 끼고 가는 자도 있으며 또는 선생이 인솔하여 각기 학생의 집까지 데려다 주기도 한다고 한다.
그 정문전을 지나 계동골목을 들어서니 휘문학교 서문 측에서도 기마순사가 있고 북쪽 위생부 관사에는 수비하는 모양이다.   또는 중앙학교에도 학생들이 귀가하는데 시는 오전이었다.   쳐다보니 유리창이 깨어지고 암만해도 심상치 않았다.   영신은 스스로 동맨 휴학들이나 한 모양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좌우간 공주 이모한테나 가야 알 것을 믿었다.
마침 공주 이모가 계시지 않으므로 도로 나와 무엇을 사려고 안국동으로 향하였다.   여고보에서도 공부를 않는 모양인지 조용하다.   그런데 거기에는 순사는 여전히 늘어 서있다.   안국동에도 남녀 고보를 물론하고 순사성을 쌓았다.
동덕, 상업, 근화, 숙명, 진명도 다 그러하다.   이 내용을 몰라 실로 답답하였다.   그러나 아는 사람도 없고 있다 하더라도 사실은 물을 수도 없는 처지이다.
속으로는 의아하며 계동앞을 지나 창덕궁 부근을 나오니 어디서인지 부르는 소리가 났다.  걸음을 멈추고 소리나는 원동편을 보니 한 학창에서 유달리 다정하게 지내던 동창이었다.  장기간의 묵은 회포를 말하며 걸었다.   안국동과 달라 처소도 조용하여 아까 알고싶은 그 일을 물을 기회가 되었다.
숙자씨, 각 남녀 중등학교가 공부를 아니하고 더구나 순사들이 발동하니 웬일이오?
숙자 약간 미소를 띄우며 아마 순득은 몽중에서 나왔나봐, 지금 각 중등학교를 중심으로 사회주의자들은 어떠한 고초를 받으며 사건은 날로 얼마나 복잡하여진다고?
나는 시골서 온지가 불과 3,4일이므로 어떤 원인인지 모르겠으니 알켜 주세요. 네.
참, 들으니 순득은 도인이 되려고 이 고해인 진세를 떠나 수도하러 갔다더니 참으로 속사는 모르시는구려.   지금 누구나 다 마을이 안정치 못하는데 오직 태평세계 같은걸하며 조금 비웃는 듯 하다.
아따, 그말좀 그만두고 어서 내용이나 알려주세요
이소성대라더니 조그만 개인의 싸움이 이같이 확대되었답니다.   그러나 생각하면 이것도 박애의 여파이겠지요.   전남 광주고보에서 남매학생이 각각 통학하는데 1일은 일본인 남생도가 조선인 학생의 누이를 놀리며 별별 소리를 다하므로 조선학생은 그 비례()를 책()한바 일생()은 무지()히 조생()을 구타하며 방관하던 일순사까지 일생의 편이 되더랍니다.   어언간 상학()시가 되므로 사건은 미결대로 각각 헤어져 갔는데 조생()은 억울한 분노의 경과를 그 학교에 설파한 바 전교생이 분기하여 일교()에 그 비례무도()를 질문하는 동시 공기는 험악을 극하여 평화해결을 보지 못하고 결국 조교()대 일교()에 무력적 쟁투가 일어나 쌍방 다수의 사상자를 내고 경찰의 제재로 약간 종식이 되었으나 조교생은 전선()학우동지에게 호소할 밖에 없다하여 이곳까지 비밀통지가 있었던바 이로 각 중등학교에서도 일치 단결이 되어 기일을 정하여 전부 종로로 운집한 후 일선인() 차별대우 개선 의의로 만세를 고창하고 즉시 유치장에 쇄도하여 가둬달라고 하려는 것이 중도에 발로되어 주모자들은 10여일 전에 피체되고 휘문, 중앙, 양정을 비롯하여 여고보로는 동덕, 근화, 숙명, 진명 이와 같이 4백여명의 학교학생을 검거하였는데 그 학부형들은 국상때와 같이 경찰서 문전이 미어지더랍니다.  내동생도 남자가 둘, 여자가 하나 3인이 들어갔답니다.  
지금 우리로서 그러한 생각조차 없어야 사람이라오?  그런데 학생보다도 주모자들을 막 때려서 유혈이 낭자하며 그중 허숙 여사는 어떻게 맞았는지 퉁퉁 부었답니다. 그 여사는 참으로 헌신적 희생적이시여.  언제든지 그 무서운 유치장을 선동적으로 자기 집같이 출입하시니 참 공심가야.  적어도 사회를  위하여 우리 2천만 민중을 위하여 불고부모, 불고가사, 불고자신하고 노력하시니 이런 분이 아니면 우리의 존재가 어디 있겠오.   실로 우리의 생명이야하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여 마지않는다.   어언간 긴 담을 지나 종묘 앞을 나와 큰길에서 섭섭히 손을 나누고 걸음을 재촉하여 창신동 산을 허덕이며 기어올랐다.   식은땀이 후즐근하다.  
땀을 씻고 영신은 숙자의 이야기를 회상할 때 이러한 생각이 났다.
아, 세계는 왜 이리 시끄러운고. 약한자나 강한자나 다 스스로의 만족을 채우기 위하여 싸우고 다투며 허울좋은 인류 평화는 이에 분쇄되고 만다. 이 투쟁이 없는 천국, 이 어디 있을꼬?
홀로 남천의 우리 본관을 향하여 새삼스러이 생각이 간절하였다.   대소유무를 선생삼고 시비이해를 분석하여 자리이타에 그치나니 투쟁은 왜 있으랴.   투쟁의 원인은 어디를 물론하고 이 자리이타가 균형 되지 못한데 에서 나는 것이다.
불시라, 창신동 오막살이 수3인의 생활을 볼 때에 즐거움을 마지아니하였다.   오대양 육대주가 인간들에 만족을 채우기 위하여 무화같이 비등하는 이때 좁디좁은 수3간 방쪽에 평화한 도덕풍이 일어나고 박애합자의 이상적 생활이 있다면 어찌 별건 곤이 아니랴.
세상은 아무리 시끄러워도 나는 별이 되리라.   창신동 낙산봉위에 속한 광명의 별로써 나아가 세계의 추성이 되리라.
지공무사한 천지도 오히려 인간의 시비에 들건만 만리장공에 빛나는 별이여, 뉘 원망하고 뉘 시비하랴. 밤되면 나타나 아무리 칠야라도 한 조각 광명만은 시비원( ? ) 중에 헤매는 인간을 비웃는 듯 동정하는 듯 뵈올 뿐이다.
동지들이여, 우리는 다같이 별이 되어 파란 중첩한 이 세상을 지내갑시다. 호대한 천지는 북두의 성신이 추기가 되어 사시가 윤회하나니 우리는 먼저 한 개의별로써 오직 시비 없이 한가히 평안히 우리공부와 사업만 성취하여 대세를 지배하는 문명의 추성이 됩시다.
일국 일민족을 위하여 적극적 희생을 감수하는 자도 있나니 적어도 사주세계를 범위로 인도의 요법을 세우려는 우리로서 일시의 고를 두려워하겠는가.
우리는 세계의 대세를 진맥하여 한 개의별로써 매진할 것을 느끼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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