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얼굴

영국의 한 지방도시에서는 이색적인 미인대회를 열어 세인들이 관심을 끈 일이 있었다. 이 미인대회에는 젊고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종래의 미인대회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즉 할머니들이 참가한 것이다. 좀 더 강하게 표현하면 젊은 미녀들에게는 참가자격 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오직 다 늙은 할머니들만이 참여하여 이 가운데 예쁜 할머니를 선발했다는 이야기다. 구태여 이름을 짓자면 「미노 대회」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러한 것이 얼핏 듣기 에는 소위 경제가 넉넉한 사람들, 여유 있는 국민들이 인생을 즐기기 위해 벌이는 각종 진기한 행사들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주최 측의 이유를 들어보면 그것이 해프닝이 아닌 나름대로 깊은 철학(?)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주최 측의 주장은 사람이 일평생 살아오면서 겪게 되는 희로애락은 물론, 온갖 풍상과 고난을 극복하면서 풍부한 인간성과 품격을 유지해 온 「아름다운 늙음」을 차지 위한 것이라면서 그러한 인격에서 우러난 품위 있는 얼굴과 자태야 말로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단순히 얼굴과 몸매가 빼어나게 아름다워 차지할 수 있는 미인의 영광이 무색할 수밖에. 더욱 중요한 이유는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들은 그 자신들이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했다기보다는 부모들의 덕택에 아름답게 태어난 「주어진 아름다움」에 불과하지만, 노인들이 아름다운 얼굴은 일생을 통해 스스로가 인격을 쌓고 「가꾼 아름다움」임을 강조했다. 얼굴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해주는 것이며 눈은 마음의창이라 했다.
안병욱 교수는 일찍이 정산 송규 종사를 친견하고 깊은 감명을 받은 나머지 그의 저서(인생은 예술처럼)를 통해 「내가 이 세상에서 본 한국인의 얼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이리 원불교 총부에 계신 송정산의 얼굴」이라고 극찬하고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얼굴」이라고 회고했다. 정산 종법사의 모든 것이 바로 얼굴을 통해 나타난 것이니 안교수 뿐 아니라 한번 친경한 모든 사람들이 인자하고 자비스런 성안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어떤 명연기자가 있어 그 사람의 일생을 연기할 수는 있으나 훌륭한 인격에서 풍겨 나오는 자비 넘치는 얼굴만큼은 아무리 뛰어난 연기솜씨로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얼굴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 다. 그러므로 링컨은「40세를 지낸 사람은 자기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얼굴, 밝은 얼굴은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고 밝게 해주는 최선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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