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공의 법인정신 체받아
사회 구원의 실천 힘서야

사진>8월 21일 법인절에 구인선진의 법인정신을 체 받기 이한 기도 식이 중앙총부를 비롯, 전국 각 교당에서 거행됐다.
 금년 여름은 유난히도 뜨거운 계절이었다. 올 여름을 이 처럼 뜨겁게 했던 것은 단순히 작열하는 태양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그것은 사회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민주화와 민족통일에 대한 국민적 열기, 그리고 인류평화의 축제 거울올림픽을 향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름과 중요한 관련성을 갖는다. 그런가 하면 교단적 의지가 결집된 새 회상의 3대 설계안.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백일 동안 진행되었던 일천여 원청인들의 법인기도 열기 또한 무진년 여름을 뜨겁게 한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보더라도 분명히 지금 이 시대는 사회ㆍ경제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신사적으로나 우주사적인 면에서 대 전환의 시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진리적 안목에서 볼 때 이러한 전환의 기점은 73년전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과 69년 전에 나투었던 9인선진의 법인성사로부터 이미 비롯되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19C말에 20C초 국내외의 시대적 상황은 격동과 파란의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국제적으로 서구유럽사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근대화 물결이 전 세계로 파급되면서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이 횡행하기 시작했고, 국내적으로는 동학사상, 위정척사운동, 그리고 개화 사상운동 등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열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던 시기이다.
 이처럼 격변하는 사회 상황 속에서 소태산 대종사는 대각을 이룬 후 저축조합결성ㆍ간석지 개척사업 ㆍ동맹결사운동(혈인 기도)등을 혈심 제자들과 함께 감행하였다. 이 때 혈인 기도의 취지를 보면 「모든 사람의 정신이 물욕에 끌리지 아니하고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이 되기를 빌며, 시대에 적합한 정법을 이 세상에 건설한 후 나날이 쇠퇴해 가는 세도 인심을 바로 잡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종사님의 지도아래 아홉분 제자들은 개인이나 가족의 안녕을 빌지 않고 온 인류, 즉 창생구제를 위해 죽음을 넘어선 사무친 정성으로 기도하였다는데 혈인기도의 핵심적 의미가 있다. 이러한 기도정성은 결국 진리 계의 감응을 얻어 새회상 창립의 정신적 초석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좀 더 부연하면 창생구제를 위한 사무여한의 대 봉공 정신과 진리와 스승에 대한 순일 무구한 대 신성, 그리고 공도 실천을 향상 동지들간의 확고한 진리적 공동체의식 등으로 함축되는 법인정신이야말로 교단의 얼이자 새 문명 세계의 정신적 기반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이러한 법인정신은 교단의 연륜과 더불어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실천적으로 계승되고 있는가? 법인정신이 교단 창립의 정신적 토대일진대, 사회변화에 상응하여 교단의 근본정신으로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원불교 인들의 몸 전체에 스며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법인정신을 현재와 미래사회를 이끌어 가는 시대정신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인정신이 함축하고 있는 진리성과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재음미하면서구체적 실천방안을 모색해가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는 산업화과정에서 상실되어 가는 인간성과 도덕성의 회복을 위한 개인적 집단적 수준의 진리적 기도 체험을 통해 법인정신을 체현해 가야 한다. 급속한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심화된 사회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짓눌리고 이지러진 인간성을 진리적 기도를 통해 본원적 실존에로 회귀시켜 영원한 생명의 빛을 발현토록 해야 한다. 또한 법인정신을 끊임없이 되살려 우리 모두가 인간의 존엄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진리적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하여 서로 서로가 인격적 존재로 공경하고 사랑하는 사회, 모든 사회적 행동이 도덕적 합리성으로 준거되는 사회 건설에 우리 모두 앞장서야겠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본원적 진리에 바탕 하여 스스로를 바로 세우고, 남을 경애함으로써 상생상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크게는 인류문명의 참다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정신적 축을 확고하게 세우는 일이다.
 다음으로 우리 원불교인 들은 법인정신이라는 진리적 용광로를 통해 이 시대 이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근대이후 한국사회는 숱한 시련들을 겪으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산업화를 이룩하고, 정치적으로는 민주화와 사회적 합리화를 지향하고 있으며, 문화적으로는 점차 주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간의 적대감정, 부문간의 불균형, 계층 및 세대간의 갈등, 남북분단구조로 인한 극단적 이념대립 등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회상황을 발전적 국면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성원들에 의해 공감되고 공유되는 가치체계 또는 도의적 기반이 형성되어야 한다. 현대 산업사회의 문화적 특징은 종교적 신념과 경험에 대한 믿음이 희박해지고 인간생활에서 초월적 삶의 차원이 약화되어 가고 잇는 점이다. 생활의 합리화에 따라 기술질서가 윤리적 질서를 대치하고, 또 사회구조가 세속화됨에 따라 현실적 목적추구에 전념한 나머지 물질만능주의를 제일의 가치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도덕적 규범이나 종교적 가치체계는 더 이상 현대사회의 성원들을 결속시켜 주는 사회적 통합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현대사회는 모든 부문에서 새로운 도의적 기반의 형성을 절박하게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의적 기반은 결코 관념적 깨달음에 의해서 만은 구축 될 수 없고, 적극적인 사회적 실천을 통해서 이룩될 수 잇는 것이다. 이 점에서 원불교 도와 교단은 법인정신을 국민의 도의적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일에 체계적이고 집단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법인성사를 단지 교단사적 신화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원불교적 「삶의 원형」으로 정립하여 현대 사회 속에서 다양한 법인의 모습이 끊임없이 재현되도록 해야한다. 그리 하여 현대사회의 구성원리를 상극에서 상생으로, 강제에서 자율로, 불평등에서 공평으로, 감정과 보복에서 이성과 관용으로 그리고 이기주의적 생활방식에서 공도 주의적 생활방식으로 변화 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의 교단적 의지는 사회 봉공의 적극적 실천에 집중되어야한다.  「창생을 위해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9인 선진들의 대공도 정신이야말로 법인정신의 핵심이자 교단의 존립근거이며, 교단운영의 제1지표가 아닐 수 없다. 초기 교단의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종사님과 9인 선진들은 오직 공익의 실천을 위해 헌신하였음을 우리 후진들은 마음속깊이한번 더 새겨야 한다. 자신이 처한 삶의 현장에서 시대의 모순과 이웃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쳤던 열린 삶의 모습을 확연히 발견해야 한다. 또한 여기에서 우리는 참된 깨달음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새로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깨달음은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앎의 단계가 아니라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진다는 점, 즉 사회적 실천이 따르지 않는 깨달음이란 공허한 것이고, 사회적 실천이 뒤따를 때 비로소 완전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참된 깨달음의 모습은 삶의 유기적 관계를 인식하고, 자신과 더불어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 그리고 만생령과 하나됨의 상태를 지향하여 나아가는 함께 하는 개방적 삶의 자세에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그동안 우리는 교도 개인적으로나 교단 적으로 얼마나 공익을 위한 사회적 실천에 앞장섰는지 냉철히 점검해볼 일이다. 행여 이 시대 이사회가 당면하는 모든 문제를 사람들의 마음가짐의 문제로 환원시켜 버리거나 대세에 돌림으로써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사회 구조적 모순을 온존시키는 역사적 오류를 범하지 않았는지 우리 모두 진리 앞에 겸허하게 참회해야 한다. 또한 교단 적으로도 내실을 기한다는 명분 하에 교단주의로 흐르는 잘못을 범하고있지 않았는가 선진 님들의 창립정신에 비추어 일대 정책적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초기 교단의 생생 약동하던 진리적 공동체의식을 현대산업사회에 새롭게 구현해 가야 한다. 개인이 자유를 누리면서 서로가 존경하고 살리며,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해 가는 새로운 삶의 공동체 윤리를 우리는 법인정신으로부터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확산 시켜가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산업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황폐화되고, 물질적 이기주의로 파편화 되어 버린 현대 사회를 정의로운 인간적 공동체로 재구성해 가는데, 우리 교단이 사회적 지렛대 구실을 해야 한다. 개인완성과 사회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법인정신이야말로 미래사회에 펼쳐질 새 문명 세계의 이념적 기반이 될 것임을 모든 원불교인, 특히 「일원의 젊은이」들은 확실히 믿고 끊임없이 체현해 가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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