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새로운 사회문제다
낭비, 간섭받기 싫다 등 이혼사유도 갖가지

작년 2만4천여쌍 헤어져자녀가 최대 피해자
 지난달 18일 인천지법 제2가시부(재판장 홍성무)는 한 모씨(여 27)와 강 모씨(30)가 낸 위자료청구소송에서 한강 씨는 서로 잘못이 많아 가정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했다며 이혼판결을 내렸다.
 강 씨 부부는 93년 4월 중매로 결혼했다. 당시 중매인은 강 씨가 모회사 상무의 아들로 조만간 과장 승진을 바라본다고 한 씨에게 소개했었다. 그러나 강 씨의  집안은 부유하지 않았고 월급도 70여만원에 불과했다. 그러자 한 씨는 사기결혼을 당했다며 친척들에게 불만을 노골적을 표시했다. 또 한 씨는 강씨가 결혼 선물로 사 준 밍크코트가 가짜인 것으로 밝혀지자 수시로 돈을 요구하며 친정가족들과 함께 강 씨를 폭행까지 했다.
 강 씨측은 한 씨가 결혼할 때 지참금을 가져오지 않았다. 결혼가구가 메이커제품이 아니다며 심하게 구박하고, 임신 9개월된 한 씨를 때려 2주의 상처를 입혔다. 애정없이 결혼한 이들은 결국 결혼 2년 6개월만에 파경을 맞았다.
 김 모씨(28세)와 한 모씨(여 26세)는 2년간의 교제 끝에 올 봄 결혼했다.
 신혼여행 중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려 결국 짐도 풀지 않은 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해마다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나면서 법원에 이혼을 청구하는 사유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혼 소송의 경우 과거에는 배우자의 부정, 폭행 등이 주가 되었으나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고 경제사정이 넉넉해지면서 배우자의 경제권 독점, 낭비벽 등 경제문제와 성에 대한 불만, 배우자 모욕과 앞서보는 바와 같은 애정 없는 지참금 문제 등이 새로운 이혼청구 사유로 등장했다.
 명문여대를 졸업한 약사 김 모씨(39)는 고급공문원인 남편 최 모씨(42)가 생활비까지 직접 챙기는 등 가정의 경제권을 독점하자 이혼청구소송을 제기, 최근 승소판결을 받았다.
 김 씨는 신혼초부터 월수입을 모두 내 놓으라는 남편의 일방적 요구에 시달리던 중 d이들 교육을 위해 당분간 약국을 쉬겠다는 말을 꺼냈다가 남편에게 폭행까지 당하자 이혼소송을 냈다.
 그런가하면 과거에는 부부간에도 드러내 놓고 얘기하지 못했던 성 문제 역시 최근 들어 중요한 이혼사유의 하나로 떠올랐다.
 성관계 횟수를 둘러싼 남편과의 갈등이 양가의 감정싸움으로 까지 번져 지난 5월 재판부를 거쳐 이혼한 김 모씨(34)의 경우는 성 문제가 이혼사유로 인정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여기에서 한가지 주목할만한 것은 성 문제와 관련된 이혼소송의 경우 대부분 부인이 남편에게 불만을 품고 이혼을 청구하고 잇다는 사실이다. 이는 성 개방풍조와 함께 여성들도 남성에 대해 당당하게 성문제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핵가족 가정에서 애지중지 자란 고학력 신세대 부부들이 그들의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친정이나 본가 식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펴낸 95 사법연감에 따르면 대졸이상 고학력 부부가 재판을 통해 이혼한 경우는 지난 91년 전체 재판이혼의 6%에서 지난해에는 16%로 크게 늘어났다.
 아내의 시부모학대도 최근 증가 추세에 있는 이혼사유중의 하나다.
 대법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아내의 시부모 학대를 이유로 남편이 낸 이혼청구소송이 지난해 전체 재판이혼의 2.6%를 차지했다. 이는 91년의 1.3%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편의 처가식구 학대를 이유로 한 아내쪽의 이혼소송은 90년 전체 재판이혼의 4.5%에서 94년에는 2.4%로 점차 줄고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자쪽에서 갈수록 처가를 가까이하고 잇는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최근에 부각된 이혼청구사유는 배우자의 지나친 종교활동, 아내의 잦은 친정도피, 혼수문제 등이다.
 95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처리된 2만4천37건 중 외도 등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전체 44.9%로 가장 많았고  폭행 등 배우자의 부당한 대우 19%  가족을 버리고 가출하는 등 악의의 유기 17.4%  3년 이상 생사불명 7.1%  배우자의 부모학대 등 존속에 대한 부당한 대우 5%  기타 6.6%로 나타났다.
 동거기간별로는 결혼한지 5년미만의 부부가 1만6천4백19건으로 전체의 68.3%를 차지했고 이혼부부의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가 전체의 78.5%로 압도적으로 많다.
 자녀수별 이혼소송은 한 자녀인 경우가 전체의 30.4%, 두 자녀 42.6%, 세자녀 14.2% 네자녀 이상 2.7%, 무자녀인 경우 10.1%였다.
 서울 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우리 사회가 산업화핵가족화로 진전되면서 예전에는 참고, 이해하며 지냈던 문제가 이혼사유로 불거져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혼문제는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이혼소송 2만4천37건 중 자녀가 없는 가정 2천4백39건을 제외하면 2만1천5백98쌍의 가정이 붕괴되었고 이에 따라 자녀양육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가정붕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자녀들이다. 중 3인 이 모양(14)고 국민학생 남동생(12)은 어머니의 낭비벽으로 이혼한 케이스 인데, 현재 보험회사 소장인 아버지와 함께 산다. 아버지는 주로 외식이 많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라면을 끊여 먹든지 아니면 중국집에서 불러다 먹는다. 주위에서는 이 아이들의 정서가 불안하다고 한다.
 2살배기 김 모군은 부모가 이혼하면서 보육원에 맡겼다. 외할머니와 함께 사는 4살, 6살 어린남매도 있다. 부부가 이혼하면서 이들 남매를 보육원에 맡기자 토기 같은 손주녀석을 버릴 수 없다고 수소문 끝에 외할머니가 찾아다 기르고 있다.  
 이혼은 자녀를 탈선으로 길로 빠뜨리는 경우도 많다. 주 모군(17)은 부모의 이혼을 고2때 조직 폭력에 가담, 사람을 살상하고 현재 천안소년원에 있다. 소년원에 수감된 아이들의 18% 정도가 결손가정 아이들란 점이 이를 반증한다.
 해마다 이혼이 늘어나고 잇는 것과 관련, 홍서무 판사는 산업사회의 한 경향이라며 서로 한발씩만 양보하면 해결될 수 있는데도 감정을 앞세워, 참고 이해하면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 양해경 소정은 부부는 서로 환경과 성격이 다른 사람들의 결합체이므로 상대방에 대해 존경과 신뢰를 갖고 가정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전제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부부가 부부생활의 내면을 가장 잘 아는 당사자들인 만큼 서로 감정을 자제하고, 화해와 노력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이혼을 금지하고 잇는 가톨릭국가 아일랜드도 지난달 이혼합법화를 위한 개헌안을 50.2% 찬성표로 가결했다.
 이제 이혼은 세계의 보편화된 현상이지만 가정붕괴라는 또 하나의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서구화로 이혼이 급증하고 잇다. 새 가치관에 의한 결혼, 가정, 부부관계 등의 정립과 함께 가정학교 교육이 필요하다.

오정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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