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자치제 정착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아 대안 마련해 가야

 지방자치시대의 도래와 함께 교화활성화라는 대전제를 내걸고 교구자치제가 시행 된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시험무대에 올라섰던 교구자치제는 정부의 본격적인 지방자치 실시를 앞두고 이루어진 발빠른 교단의 개혁조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지방자치제 실시보다 훨씬 미온적인 것 같다. 다만 부산, 서울, 광주, 전북, 중앙교구 등 일련의 교구들이 통폐합되면서 양적인 확대가 이루어지고, 교구사무소가 교구사무국으로 변화하면서 사무장 체제가 사무국장 체제로 바뀌어졌으며, 교구내 수반지 교당을 중심으로 지역교화협의회가 결성되어 활동에 들어간 것 등은 주목할만한 외형적 변화들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들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지역교화협의회의 결성이라 할 수 있다. 지역교화협의회는 발족 당시부터 운영상에 있어 많은 인적, 재정적 어려움들을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몇몇 지역교무들의 노력에 힘입어 일부 교구에서나마 나름대로 정착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이러한 지역교화협의회의 활성화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교화를 표방하고 있는 교구자치제의 정착에 있어 앞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서울, 부산, 대전충남교구 등 이 일련의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교구자치제의 기초를 다지는데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금년 교구자치제 실시와 함께 업무적으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각 지역별 법인체 설립이 인정 된 것과 교구 자율에 따른 선교소의 인허가 업무가 자유로워진 점이라 할 수 있다.
 법인체 설립문제는 아직 교단적으로만 인정되었을 뿐, 실제 각 교구별로 설립된 것은 아니다. 교단이 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정부가 제시하는 까다로운 설립요건으로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이와 함께 그동안 중앙총부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했던 각 지역별 선교소 설립 문제가 금년들어 교구로 이관되면서 각 교구에는 교화정책 지역에 교당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잇다. 이미 일부교구에서는 준 주거지역에 정책적으로 교당을 설립하는 등 발빠른 대처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교구자치제에 따른 새로운 교당설립의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 교구자치제 실시와 함께 이루어진 변화로는 전국단위 훈련 축소, 입교 사무, 부분적 법위사정 업무, 단체등록 업무, 재가교역자 인사관리 업무, 교도 성적관리업무 등이 금년 각 교구별로 이관된 업무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대부분 행정적이고 아직은 부분적인 차원의 문제라서 지금 당장 그 영향을 끄집어내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이 지방화시대에 걸 맞는 교구자치제의 바람직한 모습이라 규정하기에는 아직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감이 없지 않다. 이러한 판단은 지난 1년 동안 각 교구나 교당을 중심으로 전개 해온 교화활동이나 지역사회활동이 크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섣부른 위기의식에 기인한다. 비록 교단의 교구자치제 실시가 정부의 지방자치제 실시에 따른 행정편의주의에 입각한 것이라 하더라도 교단 내부적으로는 지역 실정에 맞는 교화의 틀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동안 중앙총부에 의지해 왔던 각 교구 또는 교당의 교무들이 교구자치제에 걸 맞는 교구의 위상이 어떤 것이고, 또 교당의 위상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개개인의 교역자들은 어떻게 변화해 가야 하는 것인지 하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조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는데 있다. 그 결과 대다수 교무들은 지난 1년 동안 교구자치제라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현실적으로 막연한 심정적 부담 속에서 기존 교구가 담당해 왔던 업무와 중앙총부가 이관한 업무들을 지극히 수동적인 자세로 넘겨받아 과중한 업무량에만  시달려 왔다는 것이다. 이를 반증이라고 하듯 현장의 교역자들은 대부분 교구자치제 실시로 오히려 각 교구의 역할이 강화 됐다기 보다는 자질구레한 일들만 늘어남으로써 업무량만 늘었다는 이야기들을 이구동성으로 한다.
 이러한 평가가 올바른 것이라면 결국 교구자치제 시행을 주관한 담당 부서는 충분한 교육과 훈련, 그리고 홍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단계적인 업무 이양만을 중심으로 교구자치제를 추진해오지 않았느냐는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교구자치제를 전담하는 부서에서는 단순히 각 부서별 단계별 업무 이양계획에 대한 기계적 업무추진에서 탈피해야 한다. 각 교구에서 부딪치고 있는 교구자치제 정착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지금 단계에서 선행돼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인지, 현장 교역자들에게 어떤 것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킬 것인지, 중앙총부가 해야할 일은 또 무엇인지 하는 것 등을 그동안의 경험들을 바탕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집, 분석, 평가하고 그 대안을 마련해 가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오정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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