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첫발은 양 체제가 남북기본합의서 이행하는데서 시작해야
각종교 북한교화 새로운 발상전환 필요 종교의 울을 넘어 자비와 사랑으로 포용
통일 위해서는 남북한 상호 신뢰회복 중요 각자의 장점들을 상

통일종교인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박청수 교무 <평양교구장강남교당>
우리 종교인은 춥고 배고픈 북한동포를 받아들일 준비해야
김상근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육원장>

남북한 신뢰회복은 통일의 기본과제
 박청수 교무 : 김 목사님 안녕하십니까. 남북한 사정에 밝으시고 통일문제에 연구가 깊으신 목사님을 모시고 우리민족의 통일을 위해서 종교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말씀을 나누게 되어 감사합니다.
 남북이 분단된 후 어느덧 5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비추어 볼 때 앞으로 통일은 그렇게 멀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이 국교를 맺은 것을 계기로 북한과 왕래가 잦은 중국연변 조선족들이 남북한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됨으로써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북한의 실상을 우리도 조금씩 알게 되고,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폐쇄사회로만 알려졌던 북한 주민들에게도 우리의 자유롭고 풍요로운 생활모습들이 차츰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어 통일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세의 변화에 따라 남북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2천년대를 전후해서 통일을 일룰 것이라고 합니다. 목사님은 우리의 통일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김 목사 : 우리를 둘러싼 주변 정세의 변화가 차츰 우리의 통일 통일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종속시키는 통일이 아니라 각자가 주체적인 입장에서 서로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상호보완 해 가는 통일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한 상호 신뢰회복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남북한 공히 서로를 바로 알아 가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 모두는 어렸을 적부터 북한에 대해 왜곡된 교육을 받아왔고 지금 역시 많은 왜곡된 시각 속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들의 눈과 귀와 입이라 할 수 있는 언론만 하더라도 북한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늘 왜곡된 시각을 우리에게 강요해왔습니다. 이번 북한 수재에 관한 보도만 하더라도 우리 언론은 세계 유수의 조사기구들과 달리 북한홍수피해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발표를 하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현상은 남북한 모두가 서로에 대한 정보를 오직 정부만이 가지고 있는데서 발생되는 문제들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남북한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 민중들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북한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하여
박 교무 : 북한의 수재에 대해 말씀을 하셨는데요, 불행하게도 북한은 지난해 7 - 8월 1백년만에 찾아 온 큰 홍수로 국토의 75%가 물에 잠기게 되어 10만 가구의 가옥과 수많은 수리시설, 도로, 펌프장 등이 파괴되고 이재민도 5백 2십만명이나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곡물 생산량이 현저히 감소돼 심각한 식량부족 현상이 예상되는데다가 홍수지역 농토는 자갈, 모래 등이 1m 이상씩 쌓여 앞으로 7-8년 간 경작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북한의 수재피해에 대한 실상은 최근 북한을 방문한 국경 없는 의사들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에 의해 세계에 널리 알려져 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북한 수재가 비록 불행한 일이기는 해도 이것이 오히려 우리의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이 어쩌면 마치 제방이 무너지기라도 하듯이 뜻밖에 통일을 가져다 줄 수도 있지 않겠어요? 우리 종교인들은 바로 그때 춥고 굶주린 북한동포들을 따뜻한 아랫목에 맞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 수재민을 돕는 우리 국민들의 태도는 매우 미온적이고 냉담하기  까지 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한 반응은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만.
김 목사 : 북한 수재민 돕기에 국민들의 반응이 냉담하다고 보는 것에 대해 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우선 1차적인 책임은 언론에 있습니다. 많은 성금을 모금하기 위해서는 언론이 나서서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우리 언론은 북한에 수재가 발생하자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북한이 수재 피해를 크게 입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원조를 받으려고 수재피해를 과장하고 있다고 떠들지 않았습니까. 여기에 정부는 한 술 더 떠서 북한 수재민돕기 운동을 준비하고 있는 교회에 공문을 보내 수재민돕기를 임의로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고 함께 북한과의 접촉창구를 대한적십자사로 일원화시켜 달라는 요구를 해와 북한 수재민돕기 운동의 확신을 막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정상회담이 개지고, 문상문제, 쌀 문제, 우성호 문제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남북한 관계가 경색되자 정부가 북한을 견제한다는 차원에서 민간지원까지 막아버리려 한 것이지요.
 박 교무 : 요 몇 년 사이 북한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입니다. 그런데 김 주석이 사망한 후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권력승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유훈통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유훈통치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김 목사 : 우리의 통일은 뜻밖의 요인에 의해 갑자기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북한이 스스로 붕괴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유훈통치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세상에 유훈통치가 가능한 나라는 없습니다. 오직 유훈통지가 가능한 곳이 있다면 그것은 종교집단 뿐일 것입니다. 김일성은 북한 사회에서는 이미 메시아입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지 2천년이 되도록 예수를 대신할 통치자가 나올 수 없듯이 북한에서도 누가 그 자리에 선뜻 올라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누가 그 자리에 가게 되면 그 집단은 곧 와해되고 맙니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북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죠.
 우리 기독교에서도 금식기도하는 것이 있습니다만 신도들은 1주일 10일 혹은 20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교회에 나와 일을 합니다. 그것은 종교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분명 북한이 와해될 가능성은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전제한다면 몇 배의 인내력이 있다는 것도 함께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일종의 특수한 종교집단사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통일위해서는 북한의 자생력 길러줘야
 박 교무 : 저는 남북한의 통일은 남한이나 또는 북한의 통일준비가 완료돼 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8.15 광복처럼 어느날 뜻밖에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흔히 평화통일은 북한의 개방과 개혁에 달려 있다고들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UNDP의 두만강 개발계획에 따라 나진, 선봉지구가 제한적으로나마 개방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작년 8월 중국의 국경도시 훈춘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좁은 강폭의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은덕, 선봉, 새별 3개군과 마주하고 있는 국경도시였습니다. 저는 훈춘에서 강 건너 북한 땅을 바라보면서 뒷 문 빗장이 슬며시 열려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더구나 지난해 9월, 이미 중국과 북한을 잇는 원정교가 개통되었고 북한은 금년 3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세계사람들이 증명 없이도 중국에서 사증을 통해 북한에 들어올 수 있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비록 나진, 선봉지구가 제한적이고 부분적으로 개방된다고는 하지만 이미 그것은 북한의 점진적 개방의 시작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차츰 남한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북한도 더 이상 춥고 배고픈 것을 견디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그들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포기하지 않을까요.
 옛날엔 개성에 원불교 교당이 있었습니다만 현재는 북한에 원불교 교당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기성종단에 비해 저희 교단은 북한교화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불교 북한교화의 교두보를 중국의 훈춘에 마련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가는 길은 멀어도 조금 돌아 중국의 훈춘을 통해서 북한에 들어가는 것은 오히려 쉬우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김 목사 : 무조건 통일을 빨리 이루는 것이 좋다는 관점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 통일은 지난 50년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민족 자존으로 나가는 길이어야 하며, 과거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는 길이어야 합니다. 또 통일은 WTO체제 아래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세계질서 속에서 또다시 종속국화 되는 것을 막는 길이기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 체제가 공히 남북기본합의서를 이행하는 데서부터 통일의 첫발을 내딛어야 한다고 봅니다. 남북합의서 이행은 두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서로간 왕래를 자유스럽게 하고, 상호 전쟁가능성을 배제시키며, 국제무대에서는 상호협력하고 군비 등은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를 이행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해야할 일은 통일의 날을 위해 북한주민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일입니다.
 박 교무 : 서독은 오랫동안 엄청난 통일비용을 준비하여 동독을 흡수 통일했지만 통일 후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한 독일 통일에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는 흡수 통일 계획은 완전히 철회한 듯 보입니다. 북한 경제가 우리와 균형을 이룰 수 있을 때까지는 북한을 지원해야 되기 때문에 통일은 오히려 지연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통일후유증을 심하게 겪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어떠한 통일 방식이 가장 좋은 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민족의 숙원인 통일 과업을 이룩하면서 어떠한 고통분담도 없이 그리고 아무 후유증도 없는 통일을 하자는 사람들은 결국 통일을 원치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독을 흡수 통일했던 서독은 심한 후유증을 앓는 것처럼 보였고 도 큰 희망을 안고 통일을 성취한 동독사람들은 서독사람들에 대한 상대적 빈곤과 불안심리를 이기지 못하여 오히려 똑같이 못살고 가난했던 옛날의 사회주의체제에 대한 향수까지 느낀다고 널리 알려졌었습니다.
 그러나 1995년 한해 동안 동독 지역에는 3만여개의 새로운 기업이 창건되었다고 하고 동독 지역의 설립자수도 1994년에 비해 11만명이 감소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동서지역의 격차가 줄어들고 심리적 괴리감도 급속히 해소되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독일은 세계무역 1위 국가이지 않습니까? 신흥국 독일은 통일을 계기로 한층 더 유럽세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통일 후 5년의 역사가 흐른 오늘의 독일 모습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참고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목사님께서는 통일된 독일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 목사 : 통일 문제에 있어서 독일과 우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매우 큰 오류를 범할 소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과거 동독과 서독은 우리처럼 전쟁을 치렀다든가, 교류가 없었다든가 하는 악화된 관계가 아니라 분단 40년 동안 비교적 자유로운 교류관계를 유지해 왔고 그 속에서 서독이 음으로 양으로 동독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계속해 온 관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막상 통일을 이루었을 때 많은 혼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이른바 병목현상이죠,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경제의 병목현상뿐만 아니라 가치관이나 생활환경,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병목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었지요. 만약 독일에 비해 더 열악한 조건을 가진 우리에게는 통일을 위한 공존의 시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독이 동독과의 격차 해소를 위해 동독민에게 자생력을 갖도록 노력한 것과 같은 통일을 향한 공존의 기간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죠.
 북한교화, 각 종단 이기주의시각 배제
 박 교무 : 저는 종교인들의 역할 비중이 통일을 이루는 것보다 오히려 통일 이후 혼란을 수습하는 일에 두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북한 동포들이 우리를 보고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심리적 괴리감, 갈등 같은 많은 문제가 야기될 것입니다. 이것은 정치적 혹은 경제적으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종교인들이 나서서 따뜻한 마음과 동포애로 그들을 감싸고 어루만져줄 때 치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볼 때 현재 각 종교의 북한교화에 대한 출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자기 종교 신자로 만들어야겠다는 이기주의적인 시각에서 출발할 것이 아니라 예기치 않게 어느날 갑자기 통일이 우리 앞에 다가올 때 모든 종교가 자기 종교의 울을 넘어 자비와 사랑으로 북한동포들을 끌어 안아주어야겠다는 식의 새로운 발상 전환이 필요할 때라 봅니다. 김 목사님께서도 다른 기독교인들에게 이러한 점을 널리 말씀해 주시고 계몽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 목사 : 좋은 지적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고독교가 부끄러운 점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기독교는 내부적으로 많은 교파가 있는 탓에 각 교파들 간에 서로 경쟁관계가 형성돼 있어 이를 적절히 조절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그 속에서 일부 교회는 우리는 천사이고 북한 사람들은 다 죄인이라는 그릇된 발상을 가지고 그들을 회개시켜야 할 대상으로 설정해 북한 전도특공대를 만드는 등 비상식적인 일들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북한이 개방만 되면 얼른 들어가 그들을 회개시키고 우리 기독교인을 만들겠다는 식의 잘못된 생각들은 우리 기독교 뿐 아니라 모든 종교인들이 함께 자제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북한을 대하는데 있어 선교보다는 순수한 동포애로써 조건 없는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죠.
박 교무 : 오랜 시간 동안 감사합니다. 앞으로 통일을 맞기 위한 준비를 우리 종교인들이 함께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정리 오정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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